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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교수 인터뷰

“몽양은 공산당 독재, 폭력혁명, 유물론 배격한 진보적 민족주의자”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이정식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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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교수 인터뷰

이정식 교수는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와 민족주의 운동사 연구의 선각자다.

▼ 몽양은 좌우합작을 주창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여운형은 타협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좌우합작해서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가겠다는 이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좌와 우는 각기 정해놓은 목표로 나아가는 데 몽양은 좌와 우가 합해서 타협하는 길로 나아갔어요. 해방 뒤 한국 사람이나 경제 모두 매우 빈곤했어요. 중학 졸업자가 1%도 안 됐죠. 경제나 교육수준이 타협적 상황을 만들지 못했어요. 미·소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등 국제적 조건도 나빴고요.”

▼ 그는 결국 남북으로부터 다 버림받았는데, 당시 좌우합작은 실현 가능성이 있었다고 봅니까.

“제가 보기엔 가능성이 있었어요. 좌우합작을 처음 착안해서 추진한 게 미국입니다. 당시 미국에는 소련과의 타협이 매우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승만과 김구는 소련이 배척했고, 공산당은 자기들이 수용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중간세력인 여운형과 김규식을 도우려 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해서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려고 했어요. 1946년 중반 수립된 대한원조안(案)인 ‘한국 정책(KOREA POLICY)’이 그것인데, 당시 육군장관이던 로버트 페터슨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미국이 방대한 경제원조를 하고, 여운형을 민정장관으로 세우는 계획이 예정대로 실행됐다면 한국경제가 좋아졌을 것이고 몽양 지지세력도 크게 늘어나 좌우합작이 성사됐을 것입니다.”

미군정 민정장관



▼ 여운형이 미군정과 협력했다는 말씀인가요.

“여운형이 암살당하던 날 승용차를 타고 가려 한 목적지는 미군정의 민정 책임자 E. A. 존슨의 집이었습니다. 그 근거는 제가 입수한 존슨의 회고록 ‘페르 귄트의 모습인 미 제국주의(American Imperialism in the Image of Peer Gynt· 1971)’입니다. 거기에 당시 미군정이 우익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여운형을 민정장관에 임명하려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는 한 독립을 위해선 싸우지 말고 협력해야 한다’는 게 암살 직전 여운형의 결심이었다고 봅니다.”

▼ 중국에서는 좌우합작이 공산당을 돕는 결과가 됐습니다.

“중국국민당이 망한 것은 전술적인 실패 때문이지 국공합작 때문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국공합작이 없었다면 국민당도 공산당도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반드시 국공합작이 공산당에만 유리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 지금도 좌우합작, 남북합작이 가능할까요.

“예민한 문제인데, 우선 북한 조선노동당의 대남통일노선이 뭐냐가 중요합니다. 김정일은 지금까지 그에 대해서 연설한 적이 없어요. 선군(先軍)정치, 강성국가 이야기만 할 뿐이에요.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때 한국은 제쳐놓습니다. 우리만 북한을 짝사랑하고 있지 북한은 대답이 없습니다. 북한의 대남통일전략이 평화공존인지 무장통일인지 내부와해에 의한 흡수통일인지를 정확히 알아낸 후에 거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지금 북한을 보는 눈이 혼동돼 있어요. 정부가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시각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동포애로 통일하자는 것은 공산주의체제를 무시하는 것이에요. 종교, 이데올로기 등 이념은 피보다 진합니다.”

▼ 오늘날 여운형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운형은 융화를 원했는데, 지금 북한이 정말 융화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선 ‘햇볕을 줄 테니 옷을 벗어라’는 식으로 북한에 대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서는 안 됩니다. 동포애로 기다리면서 북한이 자체 필요에 의해 혹은 자각에 의해 평화공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변할 수 있게끔 상황조성을 위해 노력해야지 필요 이상으로 지원하거나 압력을 가하면 안 됩니다. 자꾸 주기만 하면 변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법이에요. 북한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무조건 퍼줘도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서로 도움이 되는 것만 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헌영과의 갈등

▼ 논문에서 몽양을 박헌영 계열이 암살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암살을 실행한 사람이 우익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테러범인 한지근을 누가 사주했느냐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테러범이 극우였다고 배후 인물도 꼭 극우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극좌도 그에게 ‘저 빨갱이를 죽이라’고 사주했을 수 있으니까요. 미군정 자료를 보면 김구, 이승만 등 우익은 오히려 여운형의 좌우합작을 인정했습니다. 더욱이 김구나 이승만은 당시 김규식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던 여운형을 죽일 이유가 없었어요. 여운형과 미국의 관계도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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