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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헌법가치 무너뜨리고 ‘적법한 법집행’이라니…”

  • 신 평 경북대 교수·헌법학, 변호사 lawshin@knu.ac.kr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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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는 민주정치의 생명선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검찰의 동아일보 전산 서버 압수수색 단서가 된 신동아 6월호와 7월호(왼쪽).

그렇다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란 도대체 어떤 개념이고, 기자 및 언론사의 취재원 보호는 언론의 자유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번 사태의 본질과 검찰 압수수색의 위헌성(違憲性) 여부를 규정하려면 언론의 자유 개념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정신활동이 외부로 표현되는 면을 포착한 것으로, 우리가 자유롭게 숨쉬고 사유(思惟)하고 행동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다.

한편으로 언론의 자유는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결의 개념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부 세계와의 정신적 교통을 통해 원만한 인격체계를 만들어간다. 이를 통해서만 점점 더 완전한 존재로 성숙해갈 수 있고, 그에 따라 남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인격과 존엄성을 갖춰간다. 외부 세계와의 정신적 교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원하는 정보를 자유로이 마음대로 취득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취득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하면서 부드러운 정치체제, 즉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필수 전제다. 민주정치 체제의 구성원들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취득을 통해 올바른 정치적 의지와 정치적 견해를 갖추고 선거와 투표 과정에서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적 공동체를 튼튼히 형성해갈 수 있다. 언론의 자유를 ‘민주정치의 생명선’이라 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의 자유는 근대 시민사회의 폭발적 형성과정과 투쟁에서 쟁취해낸 많은 자유의 개념과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흔히 이는 ‘언론자유의 우월적 지위’라는 말로 표현된다. 우리 헌법 제21조에도 언론의 자유가 기본권의 하나로 당연히 규정되어 있다.



‘언론의 자유’가 성문화되어 그 효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다. 원래 미국 헌법에는 기본권에 관한 권리장전이 없었는데, 수정 10개조의 형태로 권리장전이 추가된 후 1789년 뉴저지주를 필두로 1791년 버지니아주에서 이에 대한 비준이 완성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권리장전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수정헌법 제1조에 언론의 자유 등이 규정되어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 어떠한 법률도 제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우리의 국가체계가 상당부분 서구식 혹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우리 헌법에도 언론의 자유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자유에 관한 해석은 우리 법조계에도 대부분 그대로 원용된다.

언론자유의 내용에는 일반적으로 의사표현 및 전파(傳播)의 자유, 정보의 자유, 신문의 자유 및 방송·방영의 자유가 포함된다. ‘보도의 자유’라는 말도 흔히 쓰이는데, 이는 신문의 자유나 방송·방영의 자유를 포괄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도 자유의 개념에 취재의 자유가 포함되는데, 이는 취재 행위의 자유와 취재원을 숨길 수 있는 취재원 비익권(秘匿權)으로 다시 나뉜다. 취재 행위의 자유에 관해서는 법조계나 학계에서 별 이론이 없는 상황. 하지만 언론사나 취재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면서 정보를 얻은 취재원을 숨기며 말하지 않아도 될 취재원 비익권은 현행법도 완전하게는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공익(公益)과 관련된 큰 전제조건만 만족되면 취재원 비익권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취재원 공개 강제를 위한 전제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한나라당은 7월12일 서울중앙지검에 ‘최태민 보고서’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미국의 경우 취재원을 숨길 수 있는 권리를 광범위하게 규정한 ‘방패법(shield law)’이 있어 언론자유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연방 차원에서 만들어진 특정 법률이 아니라 취재원 보호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다양한 주법을 묶어 표현하는 것일 따름이며, 이마저도 각 주에 따라 그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에서 취재원 보호에 대한 법 개념이 뿌리내린 시점은 1972년의 ‘브랜즈버그 대 헤이스 사건’에 대한 연방법원의 판결이 있고 난 이후부터. 연방법원은 이 재판에서 ‘언론사는 법정에서 취재원을 숨길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갖지 않는다’고 판시하는 한편, ‘취재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지방정부(州)는 (자신이) 찾으려는 정보와 정부 당국의 압도적이고 강력한(overriding and compelling) 이해 사이에 실질적인 관계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정부가 언론사로부터 취재원을 파악하고 싶다면 취재원 공개가 ‘압도적이고 강력할’ 만큼 공익에 부합하고, 또 취재원 공개 행위 자체가 그 공익을 실현하는 데 실질적 연관이 있음을 정부가 직접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급박한 상황이 있는 범위에서만 언론의 취재원 비익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선 언론의 취재원 비익권이 실제로 인정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CIA 누설사건(CIA Leak Case)이 그것이다. 이 사건은 권력의 도덕성과 취재원 비익권의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기간 미국의 조야를 뒤흔들었다. 2003년 7월14일 미국 언론은 미모의 전직 대사 부인인 밸러리 플레임이 CIA의 전 공작원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는데, 당시 이 보도는 정부의 ‘사주성 기사’로 매도됐다. 수사 결과 미 정부는 밸러리의 남편이 이라크전쟁에 비판적인 견해를 언론에 계속 발표하자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언론에 관련 정보를 흘린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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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평 경북대 교수·헌법학, 변호사 lawshin@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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