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리더’라면 섬기는 마음으로 행동하라

  • 강주헌 전문 번역가

    입력2008-12-08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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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번트 리더는 경험을 통하여 배워나간다. 또한 불굴의 의지로 위험을 껴안는 사람이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에게 서번트 리더는 순박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을 지배하는 조직의 전통적 구조에 쉽사리 순응하는 사람은 아니다. … 그들은 개인의 위치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기준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고쳐나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솔선수범이라는 그들의 리더십은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리더’라면 섬기는 마음으로              행동하라

    <b>서번트 리더십 원전</b><br>로버트 그린리프 지음 강주헌 옮김 참솔

    이제 만인의 백과사전으로 자리 잡은 위키피디아 영어판에서 ‘servant leadership’을 치면 ‘로버트 그린리프가 이름 붙이고 발전시킨 리더십 개념’이라고 나온다. 바로 그 로버트 그린리프가 쓴 ‘서번트 리더십’은 1970년 월남전으로 삶의 희망을 상실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지도자로서의 서번트’를 모태로 했다. 1997년에 처음 출간된 뒤 미국에서만 20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요즘 경영계는 인문학에서 자기계발을 위한 돌파구를 찾으려 애쓴다. 서번트 리더십의 출발점도 바로 인문학이었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를 읽으면서 서번트 리더십이란 개념을 구체화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이자 여행의 안내자인 레오를 서번트 리더십의 원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문학적 경영서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공기업은 물론이고, 교육기관과 공무원 사회, 심지어 종교기관과 노동조합까지 ‘개인적 탐욕에 물든 집단’이라 지탄받는다. 사회의 질서를 지탱해야 할 기둥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들에게는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바로 서번트 정신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겸손한 정신이 결여된 탓이다.

    또 그들은 지도자적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자기 이익에만 몰두할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 책은 그런 이기적인 지도자를 무섭게 질책한다. 사회의 적은 사악한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시스템도 아니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지도자의 역할, 정확히 말해서 지도자로서의 서번트를 포기할 때 사회는 병든다. 사회를 혼란에 몰아넣는다.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금융휴일’을 선포했다. 대공황 기간에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때 루스벨트는 모든 은행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 국민이 예금을 인출할 수 없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어떻게 해야 은행이 유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 국민의 인식이 은행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루스벨트의 연설이 끝날 때쯤, 미국 국민은 건전한 은행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 국민 개개인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국 서번트 리더는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계몽시키는 존재다. 언젠가부터 이런 리더가 사라졌다. 서번트 리더를 운운하지만 행동하는 서번트 리더는 없다. 금융위기를 비롯한 온갖 사회 문제는 사회의 실패,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라 치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이야말로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횃불이라고 정의한다면 과장일까.

    ▼ Abstract

    이 책은 10장으로 구성됐지만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 정치·사회 지도자를 비롯한 지도층과 기업, 교육기관, 관료 사회, 종교기관에서의 서번트 리더십을 설명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에게는 네 탓을 찾기 전에 내 탓은 없었는지를 돌이켜보라고 간곡히 충고한다. 또한 “서번트 리더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가장 커다란 문제는 질서의 문제”라면서 “서번트 리더는 질서를 파괴하면서까지 대중에게 이상적인 길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대중이 질서를 원하기 때문이다. 언뜻 읽으면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따지고 들어가면 ‘서번트’의 개념이 명확히 다가온다. 서번트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철저히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대중이 원하는 질서가 무엇이고, 더 나은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는 창조를 위한 도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의 리더들에게는 기업을 ‘배움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라고 조언한다. 물론 기업더러 배움을 베풀라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이 ‘평범 또는 그 이하’의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조직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더 나은 기계 부품을 만들겠다는 근시안적 사고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본받을 만하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유능하지 못한 사람도 리더를 본받아 평범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육기관에서의 서번트 리더십은 학교 운영자보다는 교수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의 리더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기관이 당면한 문제는 “학생들이 사회를 섬기고 사회의 섬김을 받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이 대원칙은 학습을 등한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무작정 섬겨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학생들이 어느 수준까지 교육을 받든, 교사는 학생이 권리와 의무를 올바르게 깨닫도록 헌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섬김을 받은 사람이 섬길 줄도 아는 법이다.

    관료 사회에서의 서번트 리더십은 ‘책임’으로 요약된다. ‘보편적 기대감에 따라 행동하는 책임’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서번트 리더가 되자면 그 정도의 책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늘을 소유한 사람만이 진정한 부자다”라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 혼신의 정열을 다 쏟아내야 한다. 그래야 어제가 있고 내일이 있다. 또 “지혜는 듣는 것에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것에서 온다”는 속담처럼, 변명을 앞세우기 전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끝으로 종교기관에는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이 땅에 왔다”는 예수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종교기관은 태생적으로 섬기는 기관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회의 구성원은 모두 서번트 리더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서번트 리더의 양성소가 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피라미드 구조에서 정점을 차지한 한 사람의 의견이 거의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면, 절대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도 있듯 교회는 잘못된 길로 가기 십상이다. 조지 폭스의 말대로, “나는 몸을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교회는 섬기고 또 섬기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 About the author

    미국에서 태어난 로버트 그린리프는 38년간 AT&T에서 근무했다. 당시 미국의 제도적 기관들에 팽배하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회의를 품고, 1964년 경영연구 담당 부회장의 위치에서 조기 은퇴했다. 그 뒤 응용윤리연구소(1985년 로버트 그린리프 연구소로 개명)를 설립해 서번트 리더십을 제안했다. 25년 동안 MIT, 하버드 경영대학원, 다트머스대학 등에서 강의하는 한편, 포드 재단, 걸프 오일, 인도 정부 등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서번트 리더십을 조직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서번트로서의 제도적 기관’ ‘교육자를 위한 리더십의 위기’ ‘서번트로서의 교사’ 등의 저서가 있다.

    ▼ Impact of the book

    2001년 5월, 언론에 신간 리뷰가 나가자마자 경영학과 교수들이 출판사로 전화해 “좋은 책을 내줘서 고맙다. 다음 학기 리더십 강의에 교재로 쓰고 싶다”는 의견을 줬다. 이어 신학대학에서도 피드백이 왔다. 지금도 신학대학은 학기마다 책을 주문하곤 한다. 최근에는 대형 교회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대부분 직장인이라고 한다. 특히 사무실 밀집지역의 단체주문은 특정 기업의 단독 구입일 경우가 많다. 출판사에 e메일을 보내는 적극적인 독자로는 종교 지도자, 중소기업 대표, 교사, 회사원 등이 있다.

    책이 출간된 뒤 ‘서번트 리더십’이란 어휘가 보통명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 등에서 ‘서번트 리더십’을 번갈아 특집으로 다뤘고, ‘섬김과 봉사’가 리더십의 키워드로 경제계에 받아들여졌다. 특히 2005년 이후부터는 정치, 교육, 스포츠 등의 분야로까지 확산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 코치로 선발된 홍명보 선수에게 경영컨설턴트 공병호 씨는 이 책을 공개적으로 권했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대회에서 4강에 오른 한국팀의 김인식 감독은 선수를 믿고 존중하는 스포츠계의 서번트 리더로 각광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은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게 한다는 이유로 2007년 ‘대학 총장들이 뽑은 여름나기 책들’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은 대선 다음날 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잘 섬기겠다”라고 말하며 서번트 리더를 향한 의지를 밝혀왔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10가지 방식’ 등과 같은 단기 처방전이 아니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개념을 설명한 뒤 그런 섬김의 리더십을 각 기관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개략적으로 제시한 책이다. 이런 점에서 구체적인 처방전을 바라는 독자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고민해야 하는’ 리더에게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이정표’를 분석해 서번트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을 설명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또 시에서 경영과 자기계발의 원칙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증명한 것이다.

    Tips for further study

    ‘리더’라면 섬기는 마음으로              행동하라
    이 책은 출간 25주년을 맞아 세계적 리더십 권위자인 스티븐 코비와 피터 센게가 서문과 발문을 써줬다. 두 글은 모두 서번트 리더십이 21세기에 갖는 가치를 강조하고 있어, 순서에 상관없이 코비와 센게의 글부터 읽는 것이 좋다. 그 후 1장 ‘지도자로서의 서번트’에서 서번트 리더십의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각자 관련된 분야를 다룬 장이나 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으면 된다.

    10장 ‘내면으로의 여행’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이정표’를 서번트 리더십적 관점에 분석한 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레오와 서번트 리더십’(S헬레나 지음, 엘테크·사진)을 읽고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이인웅 옮김, 민음사)를 직접 읽으며 레오의 행동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겠다. 이밖에 서번트 리더십에 관련해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제임스 헌터의 ‘서번트 리더십2’(김광수 옮김, 시대의 창), 켄 블랜차드의 ‘섬기는 리더, 예수’(조천제 옮김, 21세기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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