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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 통념 뒤집기

  • 정희용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소 이사

경제사 통념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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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도상국들에 권고되고 있는 이 같은 정책이나 제도가 선진국들이 과거 개발을 모색하고 있던 당시에 채택했던 정책이나 제도였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아주 피상적으로만 훑어보아도 이를 반증하는 역사적 사실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한 정통적 견해에 상반되는 이러한 사례들을 고려할 때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성공 비결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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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다리 걷어차기</b><br>장하준 지음 부키<br>원제 : Kicking Away The Ladder

지구촌을 휩쓴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동네북처럼 얻어맞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유럽에서 처음 출간된 2002년 무렵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작은 정부, 규제 완화, 민영화, 자유무역 등 신자유주의가 앞세운 규범을 이론적으로 반박하기가 녹록하지 않았다.

경제 제도와 정책을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혁신하지 않으면 세계화 추세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자본주의 경험이 오랜 유럽 국가들부터 막 자본주의에 편입된 구 사회주의권 국가들까지 하나같이 그랬다.

전통적인 진보 진영은 이러한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내수 경제 침체를 불러오며 후진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강요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소수의 견해로 치부됐다. ‘그래서 어쩔 거냐. 다소 문제점이 있다 한들 국제적 기준이 그러하고 선진국이 모두 그 같은 제도와 정책을 쓰고 있는데’라는 대세론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대세론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며 등장했다.

과연 선진국들이 지금 개발도상국들에 권고하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성장했을까. 이것은 매우 신선하고 도발적인 문제 제기였다. 저자는 이를 위해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추적한다. 지금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도 현재의 제도와 정책을 썼는지,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선진국 따라잡기에 성공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은 커다란 효과를 거둔다. 통념과 달리 선진국은 발전 과정에서 요즘 그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내세우는 제도나 정책을 거의 채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관세와 보조금 등의 방법으로 자국의 유치산업을 보호했다. 때로는 사유재산권 침해까지 동반한 국가의 강력한 개입으로 산업 육성 정책을 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발전 기틀을 잡은 것이다.



▼ Abstract

‘사다리 걷어차기’는 제도와 정책 중심으로 선진국의 경제 발전 역사를 다뤘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들의 따라잡기 전략을 추적한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일본 및 동아시아 신흥공업국(NICs)이 분석 대상이다.

예컨대 16세기 이전의 영국은 유럽 대륙으로부터 기술을 수입하는 처지였다. 이에 헨리 7세, 엘리자베스 1세 등 튜더 왕조는 치밀한 보호 정책으로 영국의 모직 산업을 발전시킨다. 외국의 숙련 직물 기술자를 빼오고, 필요에 따라 양 원모의 관세를 인상하고 수출을 금지했다.

또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부분 공정만 마친 모직물 수출을 금지하는 법규까지 제정했다. 18세기 영국 수출 소득의 반 이상을 차지한 모직업의 발전이 없었다면 영국의 산업혁명은 힘들었을 것이다. 흔히 영국을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가장 가까운 자유방임주의의 원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런 상식과 완전히 달랐다.

이렇게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이제 후발국의 추적을 따돌리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정책에 부심한다. 이 책 제목이 의미하는 그대로 ‘사다리 걷어차기’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다. 자신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를 후발 및 경쟁 국가들에는 결코 허락하지 않으려는 주도면밀한 정책이 경제사 곳곳에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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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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