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경제로 풀어낸 기상천외한 일상

  • 안진환 전문 번역가·인트랜스번역원 대표

    입력2008-12-09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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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얻는가? 특히 다른 이들 역시 같은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인센티브를 사랑한다…그들은 적절한 인센티브 도식을 만들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존재치 않는다고 믿는다. 물론 그 해결책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낳지는 않을 테지만, 적어도 처음 제기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 -본문 중에서
    경제로 풀어낸 기상천외한            일상

    <b>괴짜경제학 플러스</b><br>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br>원제 : Freakonomics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렇게 평했다. “만일 인디애나 존스가 경제학자라면, 그는 틀림없이 스티븐 레빗일 것이다.” 학자라기보다는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탐험가에 가깝다는 뜻이리라. 스티븐 레빗은 부정행위부터 범죄, 스포츠, 그리고 육아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일상과 그 속의 수수께끼를 연구하는 선구자적 학자다.

    그의 결론은 틀에 갇힌 진부한 사회적 통념을 송두리째 뒤집는다. 그는 산더미 같은 자료를 토대로, 단순하지만 아무도 미처 입 밖에 내지 못한 참신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삶이나 죽음에 대한 진지한 문제부터 괴짜들이나 생각할 법한 독특한 것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괴짜경제학 플러스(이하 괴짜경제학)’는 그렇게 진행된 새롭고 참신한 연구 성과를 한데 담았다.

    풍부한 설득력과 강렬한 문장, 해학 가득한 통찰로 스티븐 레빗과 공동 집필한 스티븐 더브너는 경제학이란 근본적으로 ‘인센티브(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행하는 자극, 즉 유인)’에 관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 두 저자는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의 이면을 파헤친다. 마약상의 세계, 부동산 중개업자에 관한 진실, 선거 비용에 대한 그릇된 신화, 비도덕적인 교사들의 부정행위, 그리고 큐클럭스클랜(KKK)의 비밀 등.

    이 모든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로 결집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어둡고 복잡하며 새빨간 거짓말로 가득 차 있음에도 결코 불가해하거나 불가지하지는 않다는 신념이다. 이들은 나아가 올바른 질문만 던진다면 현대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매혹적인 세계라고 믿는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관점뿐이다. 스티븐 레빗은 명민한 사고를 통해 뒤죽박죽 뒤엉킨 이 세계를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윤리학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다룬다면, 경제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다룬다. ‘괴짜경제학’은 이 자유롭고 참신한 전제를 입증한다. 이 책의 독자는 어떤 모임에서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삶의 수수께끼와 일화로 무장할 것이다. 이 책의 효용은 또 있다. ‘괴짜경제학’은 말 그대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Abstract

    어떤 것이 더 위험할까. 총 아니면 수영장?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어째서 마약 판매상들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스티븐 레빗은 시카고 공립학교의 몇몇 교사가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고? 증거는 바로 당신 눈앞에 있다. 레빗은 두 학급의 답안지를 제시하며 어느 반 선생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당신에게 직접 찾아보라고 한다. 그런 다음,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그는 당신이 하마터면 간과할 뻔한 의심스러운 패턴을 지적한다. 그렇다, ‘의심스러운’ 패턴이다.

    그는 결코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른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패턴과 패턴을 쌓아올리고 가능성을 하나씩 제거해 마침내 빠져나갈 수 없는 하나의 해석만을 남긴다. 그의 최종 해석은 실로 설득력이 강하다. 12명의 시카고 학교 교사는 결국 그들의 직장을 내놓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교사들의 사례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한 권의 책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레빗은 이 이야기를 10여 페이지로 축약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음 모험으로 여행을 계속한다. ‘스모 선수들의 부정행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토너먼트 승패기록)를 토대로 순진 난만한 해석을 제거하는 추리의 미로를 거쳐 하나의 고발장을 내놓는다. 이어 또 다른 질문을 거듭해서 던진다.

    1999년, 레빗은 지난 10년 사이에 범죄율이 급락한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그는 대법원이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정확히 18년이 지난 뒤부터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중 다섯 개 주는 3년 전부터 다른 곳보다 범죄율이 더 감소했다. 그 주들은 로우 VS 웨이드 판결(1973년에 있었던 낙태 인정 판결)이 내려지기 3년 전에 낙태를 합법화한 곳이었다.

    과연 잠재 범죄자들이 태어나지 못해서 범죄율이 급락한 것인가. 물론 이 패턴 자체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레빗은 패턴 위에 패턴을 쌓아올려 도출한 증거로 당신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최종 결론? 낙태 합법화는 1980년대 범죄의 물결을 주춤하게 만든 두 번째로 큰 요인이다.

    레빗은 경제학이란 진실에 관한 학문일 뿐, 진실이어야 하는 것에 관한 학문이 아님을 몇 번이고 강조한다. 그러나 결론 부분에서 이 원칙을 자진해서 훼손하는 인간미를 보인다. 낙태가 합법화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범죄율 감소가 낙태 합법화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해당 주제에 대한 틀을 짠 뒤 독자에게 자기만의 결론을 내려보라고 촉구할 뿐이다.

    ▼ About the author

    본문에는 두 사람이 만나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소개돼 있다.

    “2003년 여름,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J. 더브너에게 한창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스티븐 D. 레빗을 취재하고 그에 관한 기사를 써달라고 의뢰했다. 당시 돈의 심리학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있던 더브너는 수많은 경제학자를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형편없는 언어 구사 능력에 질려 있던 차였다.

    반면 얼마 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2년마다 한 번씩 40세 이하의 뛰어난 미국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상한 레빗은 수많은 저널리스트의 취재를 겪으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건전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참이었다.

    그러나 레빗은 더브너를 만나보고 다른 저널리스트처럼 멍청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더브너는 레빗이 인간 계산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더브너는 이 젊은 경제학자의 연구 및 해석 방식의 독창성에 매료되었다.”

    스티븐 레빗은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최우수로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으며, 2003년 ‘포춘’지 선정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에 들기도 했다.

    스티븐 더브너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뉴욕타임스’와 ‘뉴요커’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괴짜경제학 플러스’는 2005년 펴낸 ‘괴짜경제학’의 일부 내용을 추가한 증보판이다.

    ▼ Impact of the book

    공저자 더브너는 책의 도입 부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동료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레빗의 이러한 연구를 경제학으로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브너의 예상 그대로 책이 나오자 몇몇 독자는 이 책이 경제학 서적인지부터 따졌다. 통계학이나 사회심리학 쪽으로 봐야 옳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 역시 더브너의 설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소위 따분하고 재미없는 이 학문을 증류하여 불순물을 제거함으로써 경제학의 가장 순수한 목적만을 추출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학의 목적,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독자는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색다르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영계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에 기초한 상황분석’의 기초를 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직관적이고 경험적인 전문지식이 수치 분석에 밀려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결정이 단순히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수십년에 걸친 시행착오의 경험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들은 과거에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했기에 최선의 방법을 안다는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기업과 정부의 종사자들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한다. 그러한 변화에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 Impression of the book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지적 유희를 즐기게 해주기 때문이다. 논리적 타당성을 주장하는 글에 쉽게 공감하는 성향이어서가 아니다. 그런 글일수록 거듭 의구심을 품으며 차근차근 짚어가는 성향 때문이라고 해야 옳다. 그러다가 불현듯 100%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에 이르면,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는 것보다 짜릿한 흥분과 쾌감을 느낀다. 특히 이 책은 외관상 무관한 일 사이에서 경험적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혹자는 가끔 등장하는 길고 의미 없는 일화에 불만을 표시한다. 어떤 전문가는 정량 분석이 현실 세계의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에는 의미가 필요치 않은 법이다.

    Tips for further study

    경제로 풀어낸 기상천외한            일상
    ▲‘런치타임 경제학’(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황해선 옮김, 바다출판사). 경제학자들이 점심시간마다 뉴욕의 한 카페에 모여 논리 게임을 펼친다. “왜 극장에선 팝콘을 더 비싸게 팔까?” “안전벨트 의무화가 오히려 교통사고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의 주요 원리를 기발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일상의 경제학’(하노 벡 지음, 박희라 옮김, 더난출판사).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경제 전문 에디터인 하노 벡 박사는 ‘일요 경제학자’라는 경제 칼럼으로 독자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의 위트 넘치면서도 통찰력 있는 칼럼을 모아서 엮은 이 책은 쉽고 재미있는 경제학의 원리를 알려준다.

    ▲‘이코노믹 씽킹’(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역, 웅진지식하우스·사진). 39달러짜리 휴대전화에 59달러짜리 배터리가 달려 있는 이유는? 능력은 똑같은데 연봉이 차이 나는 이유는? 스타벅스는 왜 메뉴에서 쇼트 사이즈를 숨기는 걸까?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아리송한 현상을 탐정소설보다 재미있게 파헤친 책이다. 20년간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배운 실제 경제학 수업의 정수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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