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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발견한 삶의 나침반

신화에서 발견한 삶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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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우리는 비신화화(非神話化)한 세계에 살고 있어요. 참 역설적이게도, 그 결과 내가 만난 많은 학생이 신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더군요. 신화에는 메시지가 있다는 겁니다. 내가 대학 강연에 가면 학생들로 미어져 터집니다. 작은 강의실밖에 배정해 주지 않아요. 당국자들이 학생들의 충만한 열기를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 -본문 중에서
신화에서 발견한 삶의                  나침반

<b>신화의 힘</b><br>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이끌리오

근대 이후엔 ‘역사란 무엇인가’가 중심 화두였다면 탈(脫)근대를 말하는 오늘날엔 신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서점에는 신화 서적 코너까지 따로 마련될 정도다. 이는 지나치게 기술화, 합리화돼 메마른 심성에 신화가 따뜻한 생명력을 부여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신화란 무엇인가. 학자에 따라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으나 대체로 ‘상고 인류의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담은 신성한 이야기’라고 한다. 신화는 당시 인류에게는 결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생활원리였다. 신화는 아득한 시절 인류 공통 경험의 표현이므로 집단 무의식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편성 및 원형성을 지닌다 하겠다.

신화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여우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새가 되는 그야말로 ‘신화의 세계’이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창조한 동화나 소설과도 같지 않은, 집단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신화는 과연 무질서한 인간 정신의 산물일까.

과학적 명징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연과학자, 사회과학자에게는 신화, 설화, 전설, 야담, 동화 따위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합리성을 유독 중시하는 과학자도 자신이 크리스천일 경우엔 노아의 방주, 모세의 기적 같은 종교적 사건은 팩트라 믿는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이성적인 체계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신화의 영역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라 불린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과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인 빌 모이어스가 신화에 대해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캠벨은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아메리칸 인디언 신화, 인도 신화, 불교 사상, 중국의 노장사상은 물론 영화 ‘스타 워즈’까지 활용하면서 신화의 본질과 그 속에 녹아 있는 큰 지혜를 들추어낸다. 그는 현대 인간사 모든 문제를 신화의 테두리에 빗대어 “신화란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걸어야 할 ‘내면의 길’에 대한 안내자”라 강조한다. 신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궁금증을 명쾌하게 정리한 이 책을 읽으면 독자의 두뇌 상상력 엔진은 활기차게 돌아갈 것이다.



▼ Abstract

이 책은 8개 장으로 나뉘었다. 대화체이므로 희곡을 읽는 듯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주로 빌 모이어스가 질문을 하고 조셉 캠벨이 대답하는 형식이다. 캠벨의 답변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자.

1. 신화와 현대세계

“신화는 인간 삶의 영적 잠재력을 찾는 데 필요한 실마리이지요. 개인은 자기 삶과 관계된 신화의 측면을 자기 나름대로 찾아야 합니다. 신화는 신비의 차원, 만물의 신비를 깨닫는 세계의 문을 엽니다. 신화는 한 사회의 질서를 일으키고 그 질서를 유효하게 합니다.”

2. 내면으로의 여행

“천국과 지옥이 다 우리 안에 있지요. 모든 신도 우리 안에 있지요. 어떤 사람이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를 두고 고민한다고 합시다. 이 사람은 고배를 마시는 꿈을 꿀 것입니다. 꿈은 영적인 정보가 무진장하게 발현되는 현장입니다. 나는 신화를 예술의 여신인 뮤즈의 고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시 같고, 우리는 바로 이 시의 세계에 참가하고 있다는 느낌은 신화가 있었기에 가능하지요.”

3. 태초의 이야기꾼들

“우리는, 신화 하면 그리스 신화와 성서 신화를 떠올리지요. 이 두 문화권의 신화에는 신화의 인간화 경향이 있어요. 사원(寺院)은 우리 영혼의 풍경입니다. 우리는 성당에 들어감으로써 영적 이미지로 가득 찬 세계로 들어갑니다. 성당은 영적인 삶의 어머니 자궁입니다. 성당의 모든 이미저리(imagery)는 신인동형동성(神人同形同性)의 형태를 취합니다. 하느님, 예수, 성자들이 모두 인간 형상으로 그려졌지요.”

4. 희생과 천복(天福)

“사는 곳을 성화(聖化)시키는 것이 신화의 기본 기능입니다. 우리에게는 여백 같은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친구가 누구인지, 조간 신문에 뭐가 실렸는지도 모르는 그런 여백 말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의 포란실(抱卵室)입니다.

시인은 시 쓰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 자기 삶의 방법을 천복에 맞추어나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천복과 무관한 다른 일에 관심을 쏟지요.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 끼어들거나 전쟁터에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면 천복을 붙잡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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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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