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프레임이 삶을 결정한다

프레임이 삶을 결정한다

1/2
  • 지혜란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심리학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이런 허점이 프레임이라고 하는 마음의 창에 의해 생겨남을 증명하고 있다…프레임은 이러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나는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프레임이 삶을 결정한다

<B>프레임</B><BR>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이책은 독자의 심리적 개선을 의도하는 일종의 자기계발서다. 하지만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보통 자기계발서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나 주장을 근거로 한다. 이 책은 다양한 학술적인 연구와 저자가 발견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책은 객관적 근거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개 자기계발서는‘~하라’는 식의 주장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끝부분에서 짤막하게 저자의 주장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책의 울림은 여느 책보다 훨씬 크다. 심리학적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자기반성과 깨달음을 거치게 된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심리학적 발견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이 책은 대중서로도, 연구보고서로도 손색이 없다.

▼ Abstract

우리는 스스로 만들었거나 만들어진 틀 속에 갇혀 산다. 나는 다른 이들보다 객관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왜곡된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저자는 우리가 어리석은 프레임에 매몰돼 있음을 설명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많은 편견으로 차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미국 코넬대학의 길로비치 교수는 대학원생들과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한 학생에게 수십년 전의 가수나 코미디언의 얼굴이 새겨진 민망한 티셔츠를 입힌 뒤 4~6명이 모인 실험실에 가 있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실험실에 있던 학생들에게 그 학생이 입었던 티셔츠에 대해 물었다. 티셔츠를 입은 학생은 그들 중 절반이 그 그림을 인식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그가 입은 티셔츠에 관심이 없었다.

저자는 이것을‘조명효과’라 부른다. 조명효과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듯이 시야를 잃고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는 출근 시간에 쫓긴 나머지 이상한 헤어스타일, 붕 뜬 화장, 어색한 코디를 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회사로 향하는 날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계속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정작 다른 사람은 관심도 없는데 스스로 불필요한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가 왜곡하는 과거의 기억

현재는 과거나 미래를 왜곡하기도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어른들은 “요즘 사람들은 너무 예의가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절제와 책임을 아는 지금의 모습이 원래 자신의 모습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류가 많은 자서전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도 모르게 왜곡된 과거를 기술하는 것이다. 저자는 서재필의 자서전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서재필은 13,14세 때 최연소로 과거 장원급제를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시문과 3등이었다. 최연소자는 맞지만 장원급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프레임은 과거를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왜곡하기도 하지만 현재와 반대의 모습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과장함으로써 초라한 현재를 감추려는 심리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 성적이 좋았지만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이 있다. 목표에 못 미치는 학교에 입학한 이 학생은 ‘왕년에는 내가 잘나갔다’는 생각을 자주 떠올린다.

하지만 회상 과정에서 과거는 끊임없이 부풀려진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공부 못했다는 사람은 없다.

▲‘이름’이 만들어낸 착각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 이른바 ‘이름 프레임’이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냐 ‘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전쟁은 이겨야 하지만 점령은 철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이름 프레임’ 관련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잡지나 학습지의 1년 구독료를 하루치로 계산하면 푼돈처럼 느껴진다. 이른바 거금이 자잘한 푼돈으로 둔갑하는 ‘푼돈 프레임’이다. 존 구어빌 하버드대 교수의 실험은 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한 기업의 사원들에게 1년간 구호단체에 기부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한 집단에는 연간 기부액인 30만원을 제안했고, 다른 집단에는 일일 기부액인 850원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연간 기부액을 제시한 집단은 30%가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일일 조건을 제시한 집단은 52%가 기부하기로 했다.

1/2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목록 닫기

프레임이 삶을 결정한다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