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총력특집 | 미완의 합의, 불안한 미래 |

숨겨둔 핵무기 사용연한은?

플루토늄탄·수소탄은 1~6년 반영구적인 우라늄탄이 문제

  • 입력2018-06-20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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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상당수 핵탄두 은닉 가능성

    • 플루토늄탄·수소탄, 유지보수 안 하면 ‘수류탄’

    • 고폭장약 교환하고 핵물질 보충해야

    • 고농축우라늄탄 숨기면 심각

    5월 24일 폭파작업이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5월 24일 폭파작업이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6차례 실험으로 만들어진 북한의 핵은 한국과 인류에겐 실존하는 위협이고 자연엔 명백한 위해다. 마지막 실험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10~20배 위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합의한 이유는 대북제재 등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원래 일정이 지난해까지 핵 무력 완성, 올해 평화 국면 전환이었을 수도 있다. 대외적으론 핵을 폐기하는 척하고 대내적으론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북이 핵폭탄을 몇 개나 어디에 갖고 있는지, 핵물질을 얼마나 어디에 숨겨뒀는지 김정은만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 정보부와 국방부 사이에서도 수치가 들쑥날쑥, 20~100개로 짐작할 뿐이다. 

    핵물질 1개는 자몽만 한데 북한에는 땅굴이 1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자진 신고하지 않은 한 숨겨놓은 핵을 1개라도 더 찾아내는 건 짚더미에서 바늘 하나 찾아내는 것보다 힘들 수 있다. 북의 완전한, 영원한 비핵화는 외교적 미사여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리비아 핵은 도롱뇽, 북한 핵은 공룡

    과거 핵물질을 반출한 리비아의 핵이 도롱뇽이라면 북한 핵은 공룡이다. 도롱뇽을 잡는 방법과 공룡을 잡는 방법이 같을 수 없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물질을 누가 제거하고 검증할까.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다. 그런데 여기는 원래 군사 핵시설이 아닌 민간 발전소를 사찰하는 곳이다. IAEA 사람들의 전공은 주로 회계학이나 국제법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산하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가 있다. 그런데 규모가 작다. 북한의 지상과 지하에 있는 핵을 사찰하려면 사단급 인원이 필요한데, 그만한 사찰단 규모를 꾸릴 수 없다. 또 북의 군사시설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민간인이 아니라 군인이 있어야 한다.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직접 들어가서 찾아야 하는데 민간인 신분으로는 안 된다. 결국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핵전문가들과 함께 사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핵탄두 20개를 ‘통 크게’ 버리겠다 하고 핵사찰도 받겠다고 한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까? 북한 어딘가에 김정은만 아는 핵폭탄과 핵물질이 숨어 있을 것이란 추측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 ‘엄연한 현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 북한은 ‘확인도 부인도 않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이스라엘과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핵탄두를 숨겨놓는다고 가정할 때 이 감춰진 핵탄두의 사용연한은 어떻게 될까. 언제든 원할 때 꺼내서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핵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라늄은 100년 전만 하더라도 쓸모없어 보이던 광석이다. 이후 우라늄 1g이 석유 9드럼, 석탄 3t과 맞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석연료보다 300만 배 더 강한 힘을 내는 것이다. 

    핵탄두에선 100만 분의 1초에 동시다발 폭발이 일어날 때까지 우라늄 덩어리가 흩어지지 않도록, 중성자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게 관건이다. 게다가 중성자는 초속 1만 km로 움직여 한 뼘만 한 공간에 가두기가 어렵다. 그래서 반사재나 보강재 등을 동원해 우라늄이 뭉쳐 있는 중심부로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 기술이 만만치 않다. 

    연쇄반응이 64번 연거푸 일어나면 폭탄 내부 온도는 1만 도까지 오른다. 태양 표면 온도의 2배에 가깝다. 85번 일어나면 1억 도가 된다. 태양 중심 온도의 7배나 된다. 이 정도면 수소가 서로 뭉치는 ‘열핵’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뭉치고, 마지막에 우라늄 238이 핵분열을 마무리하면 수소탄은 원자탄의 1만 배에 달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일으킬 수 있다.

    핵무기 유지-관리 만만치 않아

    2016년 3월 미사일 탄두 부분을 살펴보며 웃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 [동아DB]

    2016년 3월 미사일 탄두 부분을 살펴보며 웃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 [동아DB]

    원자로에서 물이나 흑연을 사용해 중성자의 운동을 느리게 한다. 서로 부딪치다 보면 중성자의 속도가 초속 2km로 떨어지지만 여전히 음속의 7배다. 원자의 세계는 인간의 세상에 비해 찰나다. 느려진 중성자는 원자로에서 우라늄 235를 서서히 쪼갠다. 여기서 나오는 열은 전기를 만들 뿐 아니라 우라늄238을 플루토늄239로 바꾼다. 이 플루토늄은 원자탄, 증강탄, 수소탄의 원료로 쓰인다. 

    플루토늄을 이용해 만드는 내폭형 핵폭탄은 불쏘시개 노릇을 하는 중성자 발생 장치, 순도 90%가 넘는 핵물질, 이를 감싸는 반사재, 그 바깥에 있는 보강재, 그리고 고속폭발장약을 두고 있다. 고폭장약이 한꺼번에 폭발해 안쪽 해면체로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순간적으로 입체각 360도로 사방팔방에서 한 치 오차도 없이 균일하게 압축한다. 그러면 고체-액체-기체 너머 제4의 상태인 플라스마가 되고 94개 양성자와 145개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이들 주위를 도는 94개 전자가 자유로이 움직이게 된다. 

    여기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 엄청난 폭발력을 만들어낸다. 주변의 반사재는 이때 만들어진 중성자가 안으로 다시 반사되도록 함으로써 핵분열을 계속 일으키게 한다. 보강재는 고폭장약이 폭발할 때 핵물질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핵분열이 충분히 일어나게 만든다. 

    이런 핵폭탄 구성요소 가운데 중성자 발생 장치와 핵물질은 가볍다. 플루토늄의 무게는 통상 5kg 정도다. 가장 무거운 건 고폭장약으로 전체 중량의 60%를 차지한다. 금속으로 만들어지는 반사재와 보강재가 25%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포장재, 점화기, 충전기 등 기계장치의 무게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경우 총 무게가 4.5t인 가운데 장약이 2.7t, 반사재와 보강재가 1.1t, 나머지가 0.7t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원자로에선 플루토늄240도 존재한다. 플루토늄239가 생성되는 도중 중성자를 하나 더 흡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240은 kg당 매초 41만5000번 스스로 핵분열해 핵무기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불순물로 여겨진다. 이런 제약으로 말미암아 플루토늄 핵무기는 포신형이기보다는 내폭형이 되어야 한다. 

    원자로가 무기로 쓰이기 위해선 플루토늄240을 7%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플루토늄240이 낮은 비율로 포함된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선 우라늄238을 최단 시간 중성자에 노출해 플루토늄239가 중성자를 흡수할 확률을 줄여야 한다. 

    이제 북한이 일부 핵탄두를 숨긴다고 가정할 때, 언제까지 이 핵탄두를 숨길 수 있는지, 원래의 성능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플루토늄 핵탄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위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숨겨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러지 않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핵탄두를 보수해야 하고 필요할 땐 수리하거나 보완해야 한다. 

    핵무기의 경우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만든 것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소련은 미국과 군비 경쟁을 한 끝에 몰락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도 핵무기에 있다. 핵 개발의 여정이 끝나면 핵 관리의 험로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흐트러지고 뒤틀리고

    ‘핵무기 재고관리’도 해야 한다.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탄두를 새로 만들지 않으며 불발 원인을 찾고 무기 체계를 개량하는 과정이다. 현대 핵무기 대부분은 삼중수소를 저장하고 있는데 반감기가 12년 정도라 주기적으로 충전해줘야 핵무기의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다. 

    플루토늄은 방사성 붕괴가 활발해 다량의 방사선을 내면서 스스로 뜨거워진다. 방사선이 플루토늄 금속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어떠한지는 상당 부분 군사기밀에 묶여 있지만, 어쨌든 지속적인 고방사선, 고열, 고온 아래서 금속 결정구조가 흐트러지고 뒤틀어지게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핵무기 유지보수 일정은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삼중수소와 플루토늄의 열화를 고려하면 5~6년에 한 번씩, 플루토늄 순도가 90%를 밑돌면 3~4년에 한 번씩 핵물질을 재충전해야 한다. 물론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폭발력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핵무기에 들어 있는 불안정한 물질 중 고폭장약도 있다. 현대 무기엔 대부분 화학적으로 안정된 화약을 쓴다. 그러나 이는 핵무기 노심부의 불순물인 플루토늄240에서 나오는 감마선과 붕괴열을 받아 열화현상이 일어난다. 장약이 팽창하고 균열하고 렌즈가 뒤틀리고 결정체가 군데군데 갈라지면 폭발 시 위력을 제대로 낼 수가 없다. 장약이 시간과 함께 성능이 저절로 떨어지므로 정기적으로 재충전해야 한다. 북한처럼 화약 기술이 떨어지는 경우 1~2년 안에 바꿔 끼우지 않으면 ‘수소탄’은 순식간에 ‘수류탄’으로 전락할 수 있다. 

    폭탄 중심에 자리한 플루토늄에선 방사성 붕괴로 알파선이 계속 나온다. 이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으로, 플루토늄 해면체에 미세한 기포를 형성해 내폭의 대칭성을 파괴한다. 이에 따라 폭발이 안 되거나 되더라도 위력이 떨어지게 된다. 붕괴열은 금속 구(球) 형태를 일그러지게 하고 방사선은 해면체의 결정구조를 흐트러지게 한다. 플루토늄은 통상 6가지 동소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방사선과 붕괴열은 동소체 간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플루토늄 해면체를 완전히 갈아 끼워줘야 한다. 

    핵무기는 핵이 분열하거나 융합할 때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이 줄면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인류의 최종 병기이자 20세기 공학의 집대성이다. 금과옥조처럼 다루지 않으면 애물단지, 고철로 전락한다. 2~3년 간격의 정기점검과 수시 유지관리는 핵을 가진 나라가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다. 게을리했다간 호랑이 발톱이 고양이 발톱으로 전락한다.

    수명이 짧은 수소탄

    북한이 2009년 2월 처음 공개한 미사용 핵연료봉. [동아DB]

    북한이 2009년 2월 처음 공개한 미사용 핵연료봉. [동아DB]

    수소탄의 경우, 2단계 핵융합 부품에 리튬 화합물이 들어간다. 리튬은 비교적 반응을 잘하는 경금속으로 공기 중 습기나 분진과 닿으면 서서히 열화 한다. 따라서 리튬을 주기적으로 바꿔 끼워줘야 한다. 또한 안전장치, 무장장치, 접촉단자, 점화장치 등엔 축전지가 다양하게 쓰이는데 항시 완충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수소탄은 그 자체로 수명이 길지 않다.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7년 정도이므로 때맞춰 재장전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연간 5%씩 붕괴하는 삼중수소로 말미암아 폭발력은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다. 

    핵무기 내 삼중수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선 공개된 연구 결과가 일천하다. 분명한 것은 삼중수소가 붕괴한다는 것이고, 오래되면 수소탄과 증강탄은 저절로 사그라진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삼중수소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두툼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펴냈다. 현재 미국 핵무기에는 모두 삼중수소가 필요한데, 군축협상에 따라 해체하게 된 탄두에서 추출해낸 삼중수소를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핵융합은 원자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괴력을 내는 수소탄에 없어선 안 될 요소다. 삼중수소는 이 핵융합에 관여함으로써 원자탄의 위력을 증강시킨다. 예를 들면, 중수소화 리튬이 고온에서 중성자를 맞으면 헬륨과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생성되고 다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해 헬륨이 생겨나고 중성자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수소탄의 핵융합 반응에는 임계질량이 없으므로 이론상 대형화, 소형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1988년 이후 미국에서도 삼중수소의 공급이 끊겼다. 핵무기 관리 차원에서 심각한 현안이 됐다. 노후 원자로에서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영국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속이고 핵탄두를 숨기더라도 삼중수소 공급선만 끊어버리면 몇 년 내로 하릴없이 버릴 수밖에 없다. 은닉할 수는 있겠지만 탐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래 숨겨두어도 성능 유지

    우라늄을 농축하는 방식으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천연에 존재하는 방사성원소의 하나인 우라늄은 우라늄235의 함량에 따라 천연우라늄, 저농축우라늄, 고농축우라늄 등으로 구분된다. 우라늄235는 전체 우라늄의 0.7%에 해당하며 원자핵분열을 할 수 있다. 원심분리기나 레이저 장치를 활용해 천연우라늄에서 우라늄235를 분리해 그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을 농축이라고 한다. 고농축우라늄탄은 우라늄235의 비율을 90% 이상 높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로 쓰는 농축우라늄의 농축도는 3~5%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북한의 1차와 2차 핵실험은 플루토늄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3차 핵실험엔 우라늄이 이용됐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탄을 확보했거나 거의 접근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600〜70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010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뒤에 “북한이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최대 40㎏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핵무기 1기에 고농축우라늄 15~20㎏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간 2개 정도의 고농축우라늄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북한엔 2000만t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양의 우라늄이 매장돼 있다. 

    고농축우라늄 핵탄두는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오랫동안 숨겨두어도 성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상당량의 핵탄두를 숨긴다고 가정할 때, 이 중 고농축우라늄탄이 얼마나 되는지 중요하다. 그가 고농축우라늄탄을 많이 숨길수록, 한국과 미국의 근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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