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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아입니다” 북한 유튜버의 공습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일화도 알려드릴게요”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안녕하세요? 은아입니다” 북한 유튜버의 공습

  • ●초국적 플랫폼 ‘유튜브’ 활용해 선전·선동
    ●‘은아’ ‘수진이’ 여성·어린이 등장
    ●요즘 각광받는 브이로그 형식 동영상 제작
    ●PPL 방식으로 김정은 우상화·정권 치적 홍보
유튜브 ‘Truth’ 채널에서 ‘은아’가 북한 가요 ‘푸른버드나무’를 부르고 있다.

유튜브 ‘Truth’ 채널에서 ‘은아’가 북한 가요 ‘푸른버드나무’를 부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공동의 적 코로나19에 대항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서로 비난하거나 상처 줄 때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았으나, 이런 사실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전문적인 가수는 아니지만 여러분을 위한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이 작은 노래가 당신 모두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4월 30일 유튜브 계정 Truth(게시 당시는 ‘Echo DPRK’)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은아’라는 북한 여성은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은아는 녹음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곡은 북한 가요 ‘푸른 버드나무’. 2018년 4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에서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불러 화제가 된 곡이다. 고(故)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만들어진 노래다. 

유튜버 은아는 “북한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 당국의 공식 주장을 노래와 더불어 세련되게 전달한다. 리춘희 앵커로 대표되는 조선중앙TV의 틀에 박히고 무거운 선전·선동 방식과 대조된다.

초기에는 진행자 없이 동영상만 내보내

유튜브 ‘New DPRK’에 게시된 동영상들. 브이로그 형식을 빌린 체제 선전물이다.

유튜브 ‘New DPRK’에 게시된 동영상들. 브이로그 형식을 빌린 체제 선전물이다.

북한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대외 선전·선동에 나섰다. 대표적 채널이 ‘Truth’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메아리’라는 뜻의 ‘Echo DPRK’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계정 이름은 6월 들어 ‘진실’이라는 뜻의 ‘Truth’로 바뀌었다. 북한의 국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어 약자 DPRK가 들어간 계정 이름이 인지도를 얻자 부담을 느껴 바꾼 것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Truth’에 첫 동영상이 게시된 것은 2018년 7월 18일. ‘Ryugyong Health Complex(류경스포츠콤플렉스)’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행진곡풍 음악을 배경으로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스포츠센터 시설을 보여준다. 설명은 없다. 7월 20일 ‘물에 뛰어 들기 선수들’, 7월 26일 ‘조선의 쥐라기 공원’, 8월 10일 ‘개선청년공원에서 평양 시민들의 밤 활동’ 동영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줄 뿐이었다. 



체제 선전 영상이 본격 등장한 것은 2019년 들어서다. 1월 14일 게시된 ‘우리의 국기’는 “우리의 남홍깃발 창공 높이 날릴제 바라보며 높뛰는 심장 애국의 피로 끓어라”면서 인공기를 찬양한다. 악기 연주 동영상에도 체제 선전은 빠지지 않는다. 1월 20일 업로드한 ‘북한의 놀라운 학생 기타리스트’ 동영상에는 김원균명칭음악종합대학 재학생 공철석이 등장한다. 그는 전기기타 독주로 혁명가곡 ‘혁명을 위하여’를 연주한다. 김일성 찬양곡 ‘김일성 장군의 노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애국가)’ 등을 작곡한 김원균(1917~2002)의 이름을 딴 김원균명칭음악종합대학은 음악·예술·공연 분야 북한 최고 대학이다.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인 정치 선전 동영상이 등장했다. 2월 24일 게시한 ‘김정은 위원장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열차에 탑승하다’ 제하의 동영상은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여정(旅程)을 다뤘다. 2월 26일 ‘북한 주민들의 놀라운 소식 후의 생각’, 2월 27일 ‘북한 국민들의 2019년 2월 24일 소식에 대한 느낌’ 등을 연달아 업로드했다. 평양 시민, 각계 노동자, 학생들은 정상회담 결과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해 김 위원장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진행자 없이 동영상만 등장하던 구성에서 탈피한 것도 이 무렵이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등장해 북한 주민 생활상, 북한 문화, 붓글씨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집중적으로 게시되기 시작했다.

천리마체·청봉체 아닌 ‘ᄒᆞᆫ글’ 태나무체로 자막 달아

2019년 2월 1일 게시한 ‘평양의 피자 레스토랑’은 한 여성 리포터가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소재 ‘이딸리아특산물 식당’을 방문해 취재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생활정보 프로그램 포맷과 유사하다. 여성 리포터가 이탈리아 식당 종업원의 설명을 들으며 메뉴, 조리 방법 등을 소개한다. 

조경미라는 이름의 평양 거주 여성 손님이 등장하는데, “매주 한 번꼴로 이딸리아 식당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 여성은 경제제재 속에서도 부유한 생활을 향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평양에서 초(超)모던 쇼핑몰(평양 대성백화점) 개장(5월 3일)’ ‘평양 시민들의 대동강맥주 사랑(6월 8일)’ 등의 동영상도 평양 시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상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먹방’ 투어는 일식당, 한식당 등으로 이어졌다. 

‘신원 미상 여성’이 출연하던 동영상에 변화가 생긴 때는 2019년 11월이다. 11월 10일 게시한 ‘은아의 평양 여행 시리즈 1’에 ‘은아’라는 여성이 처음 등장한다. 은아는 낭랑한 목소리로 평양 시내 명소를 소개한다. 11월 22일 업로드한 ‘평양 여행 시리즈 2’는 평양 개선청년공원을 르포하면서 평양 시민의 여유로운 일상을 다뤘다. 은아가 출연하는 동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일화도 알려드릴게요”다. 

은아가 진행하는 동영상에 중대 변화가 생긴 건 올해부터다. 1월 11일 ‘은아의 평양투어 4’는 공휴일에 은아가 대동강변을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종 운동을 즐기는 북한 주민의 삶을 다루면서 “우리 원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운동과 체육을 많이 하도록 가르쳐주셨으며 사람이 건강해야 사업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라고 은아는 말한다. 주목할 점은 이 동영상부터 종전 ‘조선어-영어 자막’에서 ‘영어-조선어 자막’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자막 글씨체(폰트)가 한국 워드프로세서 ‘ᄒᆞᆫ글(아래아 한글)’의 ‘태나무체’라는 점이다. 북한 매체가 주로 사용하는 청봉체, 천리마체가 아닌 한국 글씨체를 사용한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팩트체크’ 형식으로 서구 언론 보도 반박

‘Truth’ 채널에 업로드된 ‘진실과 거짓’ 동영상(위).  북한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뉴스 형식을 빌려 전달하고 있다.

‘Truth’ 채널에 업로드된 ‘진실과 거짓’ 동영상(위). 북한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뉴스 형식을 빌려 전달하고 있다.

은아는 코로나19 사태 관련 동영상도 다수 올렸다. 2월 29일 게시한 동영상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은아가 등장한다. 휴교령이 내려진 각급 학교 상황, 시민들의 외출 자제로 한산한 평양 시내, 평양제일백화점 내 약국 풍경, 외국인 격리 정책 등을 소개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평온한 북한의 모습을 선전한다. 3월 24일 게시된 ‘왜 코로나19는 북한에서 발생하지 않았나’ 동영상은 방송뉴스 리포트 형식을 빌려 당국의 초강력 방역 조치, 학교 휴교령, 기숙사 재학생에 대한 방역·격리 조치, 노동당의 효율적인 정책 등에 힘입어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4월 12일 동영상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과 성과 홍보가 이어진다. 평양이 코로나19 방역을 치적으로 선전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 지시로 평양종합병원이 착공에 들어가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으며, 2012년 준공한 호화 사우나 류경원, 평양 시내 주요 백화점과 쇼핑센터에서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는 북한 주민의 모습을 보여주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물자 부족, 사재기 없이 정상적 소비 활동이 이뤄짐을 선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빠뜨리지 않는다. 4월 25일 게시된 ‘진실 혹은 거짓’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서구 미디어의 북한 관련 보도를 ‘팩트체크’ 형식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은아는 한복 차림이 아닌, 양장 차림이다. 꽃무늬 블라우스에 트렌치 코트를 입는 등 한국 여느 방송인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세련된 차림새를 보여주기도 한다. 종이 대본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은아가 북한의 ‘업그레이드 된’ 체제 선전 방식을 시현하는 셈이다.

야마하 피아노로 동요 연주 ‘리수진’ 어린이

유튜브 ‘New DPRK’ 채널은 예비 초등학생 리수진을 등장시켜 브이로그 형식으로 동영상을 제작했다.

유튜브 ‘New DPRK’ 채널은 예비 초등학생 리수진을 등장시켜 브이로그 형식으로 동영상을 제작했다.

“아빠, 나 학교 언제 가나요?”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죽일 수 있는 약이 나올 때 갈 수 있어.” 

북한의 또 다른 대외 선전 유튜브 채널 ‘New DPRK(새로운 조선·今日朝鮮)’가 업로드한 동영상 중 ‘평양 어린이’ 편에 등장하는 예비 초등학생과 아버지의 대화다. 

2019년 10월 12일 첫 동영상을 게시한 ‘New DPRK’는 중국어로 된 ‘금일조선(今日朝鮮·오늘의 조선)’이라는 로고, 간체 중국어 자막에서 미뤄볼 수 있듯,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제 선전 유튜브다. 신원 미상 북한 여성이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진행한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말한다. 

‘New DPRK’의 초기 동영상은 음질이 불량해 음성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편집 상태도 조악했다. ‘New DPRK’가 업로드한 동영상이 유튜브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건 올해 4월 ‘리수진’ 어린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4월 26일 첫 게시된 ‘북한 어린이의 일상생활 브이로그’에는 리수진(7세)이라는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어린이와 가족이 등장한다. ‘리수진 1인 TV’라는 부제가 붙은 동영상은 5월 12일, 5월 23일 게시됐다. 

수진이네가 거주하는 최신식 타워형 아파트에는 최첨단 엘리베이터가 있다. 거실에는 대형 소파가 놓여 있으며 러닝머신, VR(가상현실) 게임기 등 가전제품도 완비돼 있다. 동영상 속 수진이는 가사도우미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함께 손 세정제를 듬뿍 발라 손을 씻고 고급 미용실에서 헤어 서비스를 받는다. 수진이는 일제 야마하(YAMAHA) 피아노로 ‘우리는 꽃송이 우린 꽃나비’ 같은 북한 동요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어린이 연주곡 교재로 널리 쓰이는 ‘소나티네 앨범’ 수록곡도 능숙하게 연주한다.

“본질이 체제 선전인 만큼 경각심 가져야”

수진이네가 브이로그 형식으로 보여주는 일상은 단란하다. 초등학교 진학 준비를 위해 교복, 가방 등을 구매하려고 백화점에 간 수진 어머니의 말 “이렇게 다 해도 정말 싸네요. 거저나 다름없네요”나, 학용품 선물을 받고서는 “훌륭한 사람이 돼 (김정은) 원수님께 보답하겠습네다”라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하는 수진이의 말을 통해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김 위원장을 우상화한다. 일종의 PPL(간접광고) 기법으로 선전·선동하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폐쇄적이던 북한이 유튜브를 선전·선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목적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첫째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평온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제재 속에서도 건재함을 선전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어떤 의도를 가졌건 유튜브 채널의 본질이 체제 선전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념이나 체제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한국 국민이 북한의 선전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시청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라는 오픈 플랫폼을 활용한 북한의 선전·선동 활동과 관련해 고민에 빠진 곳은 주무부처인 통일부다. 유튜브 영상물은 해외에 운영 주체가 있기에 한국 정부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불법 정보나 자료로 규정하기에는 애매한 대목이 많다. 동영상 콘텐츠에 댓글을 다는 것, 좋아요를 누르는 것, 계정을 구독하는 것을 대북 접촉 행위로 봐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결정적으로 동영상 게시 주체가 북한 당국인지도 명확하게 확정할 수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6월 6일 “유튜브에 나오는 북한 관련 영상은 남북교류협력법에서 규정하는 대상이 아니다. 유튜브를 통한 북한 동영상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국가정보원 등 핵심 관계 기관들이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으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세련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한 북한의 체제 선전에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신동아 2020년 7월호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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