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의 싱글몰트 위스키](https://dimg.donga.com/egc/CDB/SHINDONGA/Article/20/08/12/02/200812020500004_2.jpg)
그렇다. 면세점에서 내가 가장 잘한 쇼핑은 술이다. 국내외에서 쇼핑을 해온 구매의 ‘달인’들에게 물어봐도 ‘술’이라고 말할 것이다. 술은 충동구매를 했다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사면 무조건 유용하고도 남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세금 많이 내는 월급쟁이들은 억울할 만큼 주세도 높다. 그러니까 1인당 두 병으로 국내 반입을 제한하는 게 아닐까.
통계로 보면 국내 면세점 판매순위 1,2,3위는 모조리 숙성 연수만 다른 발렌타인이다. 외국 공항에서 나도 발렌타인 줄에 몸을 던졌다가 바로 내 앞에서 의기양양 “노, 솔드아웃, 업-써요”라고 말하는 직원과 한국 단체관광객을 무섭게 째려본 적도 있다. 그러다 한두 해 전부터 판매대에서 부쩍 넓은 자리를 차지한 낯선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바로 ‘싱글몰트 위스키’다. 삼각형 오브제 같은 병에 끌려 처음 산 싱글몰트가 글렌피딕이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이름처럼 ‘몰트(보리싹)만을 사용해 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다. 많이 알려진 싱글몰트 위스키의 이름으로 글렌피딕, 매캘런, 야마자키 등이 있다. 몰트위스키에 귀리와 호밀 등을 쓴 그레인위스키를 섞어 만든 것을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하는데, 발렌타인과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등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위스키가 여기에 해당한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가장 큰 특징은 몰트 자체의 강렬한 풍미와 향이 살아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몰트를 건조할 때 ‘피트(이탄)’를 사용하므로 스모키한 향이 더해진다. 이런 특징이 폭탄주처럼 단숨에 넘겨버릴 때 쓴 뒷맛이 넘어오는 것처럼 느끼게 하므로, 폭탄주로 끝장을 내는 우리나라 주당들에게는 ‘터프한’ 몰트보다는 목넘김이 부드러운 블렌디드 위스키가 선호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나의 싱글몰트 위스키](https://dimg.donga.com/egc/CDB/SHINDONGA/Article/20/08/12/02/200812020500004_1.jpg)
11월8일 서울에서는 ‘2008위스키라이브’란 행사도 열렸다. 위스키 마니아들이 모여 희귀한 위스키들을 맛보는, 겨울과 어울리는 ‘화끈한’ 행사인데 스코틀랜드와 일본에서도 열린단다. 한국에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번 행사에 선보인 90여 종의 위스키 중 절대 다수가 싱글몰트 위스키였고, ‘캐스크 스트렝스’가 적지 않았다. 또 회원들이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에 가서 직접 병입한 술도 있다. 뭘 해도 이 정도 하면 존경해줘야 할 것 같다.
언젠가 외국 공항에서 산 매캘런 캐스크 스트렝스를 한잔 따라놓고, 1824년부터 매캘런을 생산하는 증류소의 역사를 찾아 읽었다. 멋 부리지 않은 듯 박력 있는 병과, 그 안에서 출렁이는 황금호박색을 보고 있자니, 혼자 스코틀랜드의 스페이 강을 따라 오르는 듯한 기분이다. 겨울에 자랑할 만한 술 쇼핑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