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 가수 설움 딛고 실력 증명한 김희진
윤서령 미모는 어머니, 재능은 아버지 DNA
언니는 한혜진, 동생은 김연자가 롤 모델
“소속사가 같아서인지 같은 행사나 무대에 오를 때가 많았어요. 둘 다 쨍하게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스타일이라 걸 그룹처럼 함께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소속사 대표님 권유로 자연스럽게 듀오를 결성해 상황에 맞춰 ‘따로 또 같이’ 활동하게 됐죠.”(김희진)
“9살 나이 차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아요. 언니가 저보다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같은 MZ세대 용어를 더 많이 알거든요. 친자매처럼 의지하고 소통하면서 언니에게 많이 배워요.”(윤서령)
두 자매는 2023년 영탁이 직접 만들고 프로듀싱한 노래 ‘사랑은 마끼아또’를 발표했다.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듀오 바니걸스처럼 앙증맞은 댄스와 달콤쌉싸름한 가사가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지금은 ‘따로’ 활동하는 시기다. 최근 선보인 ‘주세요’라는 신곡으로 가창력을 뽐내는 언니 김희진과 ‘트롯비타민’이라는 애칭이 찰떡처럼 어울리는 동생 윤서령을 만나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
기저귀 찰 때부터 가수 본능 뿜어낸 김희진
김희진은 기저귀를 차던 시절부터 음악이 나오면 춤으로 반응했을 정도로 끼와 재능을 타고났다. 배우 겸 가수 (배)수지처럼 1994년 광주 태생에 서울공연예술학교(이하 서공예고)를 다녔다. 당시 서공예고에는 수지가 속한 미쓰에이뿐만 아니라 에이핑크, 걸스데이 등 여러 걸 그룹 멤버가 재학했다. 레드벨벳 슬기는 지금도 그와 연락이 닿는 친구다. 보컬을 전공하던 김희진은 이미 데뷔하거나 데뷔가 확정된 친구들을 보며 ‘이미 늦은 게 아닌가’ 하고 조바심이 났다고 한다. 고3 때 소속사를 찾아 연습생으로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지만 소속사에 문제가 생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김희진은 “올해가 끝나기 전 팬 미팅이나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윤 객원기자]
“그래도 제 또래보다 수입이 많은 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대로 꿈을 포기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자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죠.”
김희진은 1999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에 도전했다. 예선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과정에서 시기의 눈총도 받고 몹쓸 말을 듣기도 했다.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가 예선에서 탈락했는데 코러스 출신인 김희진이 본선에 오르자 “백이 좋은가 봐” 하고 비아냥거리는 매니저도 있었다. 그 말에 상처받았는지 묻자 김희진은 “잠깐 서럽긴 했지만 그런 못난 생각을 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진 않는다”고 말했다.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한 그의 최종 순위는 8위. 인지도를 얻은 덕에 2020년 ‘차마’라는 곡으로 데뷔의 꿈을 이루고, 2021년에는 가수 안성훈과 ‘홀딱’이라는 듀엣곡을 선보였다. 2022년 발표한 ‘사랑의 팔베개’는 그가 어르신들에게 권하는 ‘고백’송이다.
“어떤 무대에 서든 대충은 없다”라는 말을 철칙처럼 지키고자 한다는 그의 롤 모델은 한혜진. 팬카페 이름은 ‘희진진자라’다. 김희진은 “한혜진 선배님처럼 노래와 댄스를 다 잘하는 다재다능한 가수가 되고 싶다”면서 “올해가 끝나기 전 공연이나 팬 미팅을 열어 희진진자라와 함께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주변 밝히는 ‘트롯비타민’ 윤서령
‘두 자매’ 중 동생인 윤서령은 ‘트롯비타민’으로 통한다. 언제 어디서나 주변 사람들에게 멀티 비타민처럼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해서다. 어디 그뿐인가. 2020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인 ‘편애중계’의 ‘10대 트로트 대전’에서 준우승, 지난 2월 ‘미스트롯’ 시즌3에서 최종 10위를 차지한 실력자다. 애교가 많고 사랑스러운 성격만큼이나 외모도 출중하다. 배우 손예진, 조보아를 닮았다. 미모와 밝은 성품은 어머니, 가창력은 아버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윤서령은 “항상 ‘트롯비타민’이라는 애칭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윤 객원기자]
윤서령은 고2 때 ‘편애중계’에 나간 후 연예기획사의 러브콜이 쇄도해 아이돌 연습생으로 잠깐 지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몸에 밴 뽕(트로트) 끼를 어쩔 수 없어” 연습생 생활을 그만뒀다. 고3 때인 2021년 지금의 소속사와 인연을 맺은 후 그해 9월 ‘척하면 척이지’라는 트로트 곡을 들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학교생활과 연예 활동을 병행하느라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급식 먹는 추억은 만들 겨를이 없었다. 대신 그는 청주와 서울을 오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학교 수업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신없이 바빠 사춘기도 비켜간 그 시절, 들판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때 그에게 최고의 위로는 시집 속 따뜻한 글귀와 중학교 때부터 쓴 일기였다.
“사춘기를 제때 안 겪어선지 인형과 장난감 가구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시집을 읽고 일기 쓰는 습관은 여전하고요. 쉴 때는 푹 자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해요.”
외롭고 힘들 때 무엇으로 견뎠는지 묻자 윤서령은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시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일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한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그의 좌우명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이제 막 성인(成人)이 된 그가 성인(聖人) 같은 말을 툭 던졌다.
“힘들면 애써 잘하려 하지 않고 좀 쉬어요. 힘들면 이래서 힘들다고 티도 내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힘든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훈계가 아닌 경청과 공감이에요.”
그가 닮고 싶어 하는 가수는 김연자, 가수로서 늘 지키고자 하는 철칙은 ‘언제나 겸손하자’다. 최근 새로 지은 팬카페 이름이 ‘서령특별시’라고 알린 그는 “‘윤서령 공주님’ 하며 따뜻하게 응원해 주고. 플래카드를 흔들며 힘주는 팬들을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아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트롯전국체전’을 통해 ‘엔딩요정’, ‘미스트롯’ 시즌3에서 ‘트롯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은 그에게 앞으로 어떤 애칭을 갖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항상 ‘트롯비타민’이 함께하길 바라요, ‘네 덕에 웃는다’는 말을 두고두고 듣고 싶어요.”
김희진과 윤서령을 만난 건 유튜브 ‘매거진동아’ 채널의 ‘김지영의 트롯토피아’ 시리즈를 통해서다. 더 자세한 내용과 두 사람의 라이브 노래 실력은 유튜브와 네이버TV에 공개된 이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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