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이젠 쌀도 끊고 고구마 드세요”
새로운 친구가 된 찐 고구마와 찐 단호박
족발 포식에 결혼식장 뷔페에서 세 접시 뚝딱
17일 동안 체지방 3.4㎏ 감량 목표!
10월 27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지호영 기자]
바디프로필 촬영까지 남은 시간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오자 담당 트레이너가 더욱 엄격해졌다. 운동 강도가 높아졌음은 물론, 식단에도 변화를 명(命)했다. 가장 가혹하게 느껴진 명령은 쌀 대신 고구마를 먹으라는 것. 같은 탄수화물이지만 고구마는 GI지수(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수치.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이 빠르게 상승해 인슐린 과잉 분비를 일으키고 체지방 축적이 일어나 비만이 촉진됨. 쌀밥은 100g당 92, 고구마는 100g당 55로 알려져 있음)가 낮아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닭 가슴살 만두도 끊어야 했다. 열량은 낮지만 첨가물이 많아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간식으론 단호박을 추가했다. 단호박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찐 것 기준 100g당 약 50㎉)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다. 고구마와 단호박 모두 좋은 건 알겠다만 그나마 하루의 낙이었던 쌀밥과 닭 가슴살 만두를 끊어야 한다니. 가혹하긴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고려하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혼밥’과 ‘집밥’은 이렇게
고구마와 단호박을 찐 후 일정 무게로 나눠 포장했다. 조리의 번거로움도 줄여주고 보관과 휴대가 간편하다.
다만 하루에 두 번 이상 먹어야 하는데, 먹을 때마다 고구마를 찌자니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고구마와 단호박을 한 번에 대량으로 찐 후, 저울로 무게를 재 비닐에 담아 각각 포장했다. 한 팩 당 고구마는 200g(약 280㎉), 단호박은 150g(약 75㎉)이 넘지 않도록 했고 모두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전자레인지에 3분간 데우면 방금 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맛이 유지됐다. 이렇게 하니 마치 HMR(가정간편식)과 같은 느낌이랄까. 조리의 번거로움도 줄고 휴대하기도 간편했다. 다이어트 식단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이렇게 먹으면 노력이 헛수고인데…
12주차 식단.
10월 21일 점심엔 족발가게에서 회식이 있었다. ‘몇 점만 집어먹으리라’ 굳게 다짐하고 갔지만 막상 족발을 영접하니 허사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릇엔 먹고 남은 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족발은 왜 이리도 맛있는 걸까. 24일엔 회사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식사를 하러 피로연 자리로 향했는데, 갖가지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다.
처음엔 살이 덜 찌는 샐러드와 회만 조금 먹으려 했지만 먹다보니 잘 되지 않았다. ‘한 개씩만 가져가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접시에 옮겨 담았지만 뷔페의 특성상 가짓수가 많다보니 어느새 접시엔 음식이 빽빽하게 찼다. 함께 간 동기들은 “샐러드는 위장인 거 같군. 그냥 식사를 하는데?”라며 웃었다. 조금 멋쩍었지만 이날따라 장어구이가 어찌나 맛있던지. 달달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 절제를 무너뜨렸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축하해야 해’라며 자기합리화를 한 후 세 그릇을 흡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랑은 따로 있는데 무슨 논리로 ‘셀프 축하’를 한 건지 모르겠다.
12주차 운동.
살짝 화가 나려는 몸, 체지방률 8%가 목표
10월 23일 이현준 기자가 운동하고 있다. 극소노(極小怒) 정도는 느껴진다.
10월 19일 체성분 분석기(인바디)로 측정한 결과(왼쪽)와 26일 측정한 결과(오른쪽). 소폭 향상됐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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