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청년의힘 김재섭 “국민의힘 약자‧소수자 공감 노력 부족”

[사바나] “다른 의견 수용 못하면 ‘꼴통’ 정치인”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1-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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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黨지도부 종속 끊고자 청년의힘 출범

    • 2030에 검찰개혁은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

    • 세대 간 불평등 문제 심각

    • 안철수? 국민 평가 끝난 사람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23㎡(7평) 사무실에서 한 청년 정치인이 꿈을 품었다. 김재섭(34)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연고지 서울 도봉갑에 21대 총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과 보수정당 내에 독립적 예산권과 의결권을 보장받는 청년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성 정치에 막 발을 들인 청년의 치기 어린 말로 들렸다. 

    그는 2019년 1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청년정당 ‘같이오름’ 창당 준비에 착수했다. 이듬해 2월 같이오름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한다. 현재 그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병민(39)·정원석(33) 비대위원과 함께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1년도 채 안 돼 두 가지 다짐을 현실화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인재근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40.49%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이후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형 영유니온(Young Union)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영유니온은 독일 기민당‧기사당 연합 아래 청년 조직으로 독자적 지도부를 가지고 당에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12월 6일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이 공식 출범했다. 청년의힘은 독립된 인사·예산권을 가진 국민의힘 당내의 당이다. 김병욱·황보승희 의원이 창립 공동대표를 맡았다. 4월 전당대회에서 자체적으로 새 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청년의힘 대표부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린 김 비대위원을 만났다.



    “청년은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존재였다”

    -지난해 2월 말한 목표를 다 이뤘네요. 

    “달성률 100%인가요?(웃음)” 

    -청년의힘은 뭐하는 곳이에요? 

    “기업의 사내 벤처를 떠올리면 됩니다. 지도부 밑에 있던 청년 조직이 뚝 떨어져 나온 형태죠.” 

    -사내 벤처? 당과 독립된 집단인가요. 

    “당내에서 야당처럼 비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입니다.” 

    -굳이 당내 청년당을 둘 이유가 있나요. 

    “세대 정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세대 내 불평등이 이슈였잖아요. 요즘엔 세대 간 불평등이 주목받고 있어요.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기득권이 더 큰 기득권을 만듭니다. 세대 간 계층 갈등이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며 청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집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출범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아요. 

    “청년의힘 출범 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는 여성‧청년‧실버세대를 대표하는 여러 상설위원회 중 하나였습니다. 지도부에서 예산을 배분해주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웠죠. 구성원도 지도부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기성 정치인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는 구조였어요. 지도부와 종속관계를 끊는 작업이다 보니 잡음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어떤 반발이 있었나요. 

    “기존에 당내 청년들은 이미지로서만 소비되는 존재였어요. 당 대표가 청년 관련 행사를 열면 동원되곤 했죠. 그렇다고 당이 청년에게 정치적‧경제적 보상을 해줬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배움의 기회도 적었고요. 그렇다 보니 당에 배신감을 느껴왔던 거죠. 당내 청년당을 새로 만들겠다고 해도 ‘또 우리를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우리가 쌓아온 결과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닌가’ 오해가 있었죠. 지금은 청년의힘 출범이 당내 청년들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정당은 큰 선거를 앞두고 분당·합당하기도 하죠. 그래도 당내 청년당이 유지될까요. 

    “1월 중 청년의힘 관련 내용을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포함시킬 겁니다. 당헌은 당의 헌법 같은 존재니 존중해야겠죠. 제도적으로 못을 박은 뒤 청년정치 문화를 제대로 갖추면 합당하든 분당하든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사람은 바뀔 수 있어도 시스템은 남는 거죠.” 

    -민주당 전국청년당(전 전국청년위원회)은 지난해 총선에서 장경태‧전용기 의원을 배출할 만큼 자리가 잡힌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이 당내 청년 정치인에게 응당한 보상을 해준 것이죠. 장경태‧전용기 의원은 각각 청년위원장과 대학생위원장직을 수행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겁니다. 그건 배울 점입니다. 그런데 청년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당의 견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적이 없습니다. 청년 정치인은 정의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환경‧젠더‧공정 문제에 목소리 내야”

    1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열린 ‘청년의힘 창당대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1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열린 ‘청년의힘 창당대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0대 대통령론’을 내비치곤 했다. 청년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돼 청년의힘이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0.4%로 민주당(29.4%)에 앞섰으나 2030세대 지지율은 25.2%로 민주당(29.5%)에 못 미친다. 

    -정작 2030세대 청년들은 청년의힘에 관심이 없던데… 

    “막 출범한 청년의힘이 당을 쇄신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야구장 흥행은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가 책임지는 거잖아요.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않는데, 청년의힘만 잘한다고 청년들 마음이 돌아서지는 않겠죠.” 

    -국민의힘이 청년들에게 어떤 이미지라고 봐요. 

    “부족한 게 많죠. 기존 보수정당은 경제와 안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2030에게 안보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경제정책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근무’ 등을 놓고 여당과 논쟁해왔죠. 이렇듯 거시적 문제만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2030에 가닿지 못하는 것 같아요. 청년세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슈는 환경‧젠더‧공정이죠. 당 지도부도 공정 문제를 말하지만 정치적 레토릭(rhetoric)일 때가 많아요. 그간 등한시한 환경‧젠더‧공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2030세대는 검찰개혁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변 제 나이 또래에 물어보면 검찰개혁에 대해 잘 몰라요. 단순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싸움으로 바라보죠. 법치주의는 정치의 근간이라 중요하지만 근본적 문제라 일상과 동떨어져 있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가 겪은 권력형 성폭력에 공감하고 아픔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아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이 어렵고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하는데 검사들 이름이나 나오는 싸움에 누가 관심을 갖겠어요. 삶과 직결된 문제가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않으니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국민연금 개혁과 노동 유연성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9일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며 ‘검찰개혁 시즌2’를 꺼내들었다. 여당 일부 의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개혁을 놓고 여야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입니다. 

    “검찰이 정권 수사를 하는 걸 막고자 수사권을 아예 빼앗자는 건데, 윤석열 총장에 대한 반발작용으로만 비춰져요. 말을 듣지 않는 윤 총장에 화가 난 것일 뿐이죠. 검찰개혁 자체가 정치 레토릭이 돼버렸어요.” 

    -정치인으로서 어떤 이슈를 사회에 제기하고 싶습니까. 

    “환경‧젠더‧불공정에 관한 메시지죠. 2030세대 전체가 겪는 불평등도 다루고 싶습니다. 국민연금·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노동 개혁을 말하나요. 

    “노동에서 안정성과 유연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당도 노동 유연성과 관련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요. 표와 연결돼 있으니까요. 젊은 세대는 노동 시장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업에선 인사 적체 현상이 지속되고요. 이런 구조는 결국 노동 이원화로 이어집니다. 일자리 환경도 열악하고 노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노동 취약 계층으로 계속 머물게 되죠. 노조 기득권에 포함돼 있거나 좋은 노동환경을 보장받는 이들은 일자리가 계속 보장되고요. 기성정당은 이에 대해 입 다물고 있죠. 이 같은 문제를 청년당이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연대할 수도 있을까요. 

    “세대 간 양극화가 계속돼 세대 정치가 실체화하면 그럴 수 있겠죠.” 

    -특히 눈에 띄는 청년 정치인이 있습니까. 

    “우리 당에는 천하람 국민통합위원이 있어요. 호남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자 노력하며 청년만의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당 밖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꼽고 싶어요. 정치철학은 다르지만 사람을 향한 진정성이 보여요. 장 의원은 사회 구조를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을 봐요. 여당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명확하게 내고요. 그런 소신이 멋있어요.”

    “지역구 관리도 열심히 해야죠”

    -기성정치에 몸담으며 느낀 바가 있나요. 

    “신념도 중요하지만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념은 현실에서 구체화돼야 합니다. 이념만 앞세우면 세상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국 임명됐습니다. 이번 정부 인사를 보면 이념에 따른 정책적 일관성만 앞세웁니다. 안타깝죠. 적극적으로 다른 의견을 수용할 자세를 갖추지 못하면 구태 정치인, 꼴통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에 정기 출연하는 건가요. 국민의힘이 뉴스공장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던데요. 

    “저도 고민했어요. 출연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출근 시간에 많이 듣기 때문입니다. 뉴스공장에서 우리 당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안철수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영향력이 정말 컸지만, 이후 정치인으로서 족적은 실망스러웠죠. 국민들 평가 다 이뤄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이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밀리기도 했고요.” 

    -이제는 국회의원 당선이 목표인가요. 

    “그렇죠(웃음). 22대 서울 도봉갑 국회의원이 되도록 지역구 관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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