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매일 누나 걱정, 사면 간절히 기대”
대통령경호법 따라 2027년 3월까지 경호
삼성동 옛 자택에는 아무도 안사는 듯
14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으로 고요함이 감돈다. [지호영 기자]
대법원이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한 1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골마을은 고요했다. 헌릉로를 타고 가다 좌측으로 꺾어 안골길로 쭉 들어가면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이 눈에 띈다. 지상 2층 지하 1층 형태의 단독주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13일 디자이너 이 모 씨로부터 내곡동 자택을 28억 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인근 N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주택 가격은 면적과 집 상태에 따라 25~35억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집을 사들일 때보다 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경비초소가 보인다. [지호영 기자]
자택에서 안골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정면에 작은 경비초소가 보인다. 자택 대문 왼쪽에도 초소가 하나 있었는데, 이곳에서 경호원의 얼굴이 보였다. 이 경호원은 “최종심 발표가 오늘이었나? 17일로 알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와본 적 없다. 계속 구치소에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됐다. 이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로써 그의 형기는 징역 22년으로 최종 결정됐다. 형이 최종 확정돼 특별사면 대상이 됨으로써 사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주변의 지인에 따르면 박 회장은 “매일 누나 걱정을 많이 한다. 최근 사면 얘기가 나오는데 (결정이 나길)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끼리 ‘참 대단하다’ 이야기 나눠”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골마을의 동네 안내지도. [지호영 기자]
또 다른 주민 전모(79)씨는 “박 전 대통령의 생일 때마다 10명 정도 되는 지지자가 집 앞에 와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촛불을 켠다. 주민들끼리 ‘참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이미 (구치소에서) 3년 살았는데 사면은 해줘야 한다. 동네가 시끄러워지면 어떤가.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조차 싫으면 산에 들어가서 살아야지”라고 했다.
앞서 2017년 4월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자택 뒤편 건물을 경호동으로 매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대통령경호법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 퇴임할 경우 경호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고, 필요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기 때문에 2027년 3월까지 경호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N부동산 관계자는 “경호동이라고 알려진 해당 건물에는 현재 거주자가 있고 경호동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았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2017년 3월 27일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아DB]
20년 째 이 동네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 중인 업주는 “박 전 대통령이 여기 계실 때 댁으로 음식 배달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겠다. 간혹 관리하는 사람이 온다”고 했다. 근처 한 호프집 점주는 “두 달 전 카메라 설치하는 사람이 왔다갔다. 가끔 나뭇가지 정리하는 사람들이 오는데, 그 외에는 누가 드나드는 걸 본적이 없다”고 했다. 삼성동에 10년 째 살고 있다는 70대 후반 주민도 “아무도 안 산다. 여름엔 풀이 무성해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될 수 있다는 소식을 놓고 이곳 주민 반응은 엇갈렸다. 토박이 주민 김모(46)씨는 “(사회로) 돌아오셔서 여생을 평화롭게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삼성동에 40년 간 거주했다는 50대 이모 씨는 “강남 개발할 때부터 살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본적이 없어 이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계산에 의한 사면은 옳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