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 아스트라제네카社 백신 75만 명 분 공급
질병청, 1분기부터 요양병원 및 시설입소자 우선 접종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자 감염 예방 효과 입증 불충분
임상 90.3%가 65세 미만…독일 “18~64세만 접종” 권고
2월 중 국내 도입이 확정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뉴시스]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함께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백신은 현재 국내 도입 일정 및 물량이 확정된 유일한 제품이다. 1월 28일 정부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추진단)은 “2월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이 국내에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공동구매 및 분배를 담당하는 다국가 연합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서도 2월 중 일정량의 백신이 도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가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대해 세계 각국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독일 보건당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5세 미만 접종 권고
독일 보건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64세에게만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한 내용을 보도한 미국 CNN 뉴스. [인터넷 캡처]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질병관리청(질병청)에 해당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산하 예방접종위원회는 1월 28일(현지시간) 독일 정부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64세에게만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예방 효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월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에겐 효과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2월 8일 의학 학술지 ‘랜싯’에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참가자 중 90.3%가 65세 미만이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대상자 가운데 노인 비율이 22%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방역당국, 치명률 높은 노인부터 백신 접종계획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월 2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노인 비율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감염자 연령이 코로나19 치명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질병청 집계를 보면 1월 24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80대 이상 20.24%, 70대 6.38%, 60대 1.35%, 50대 0.30%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도가 큰 고령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치명률이 낮아져야 국내 의료 및 방역 부담이 줄어들어 사회 전반의 안전도가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2월 중 의료진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노인요양병원·시설 수용자 및 종사자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을 밝혔다. 즉, 의료 인력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1순위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대상은 고령자가 될 공산이 크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공개된 자료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대상 효능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1월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도 아직 관련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접종 첫 단계에서 예방 효능이 입증돼야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커져 향후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심사하는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제출받은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고령 시험자 수가 충분치 않아 통계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럽의 허가 신청사항 등을 같이 점검해서 65세 이상 사용 부분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