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12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현직 검찰총장이 무슨 야권후보냐”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른바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그간 김 위원장의 발언과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다. 의미심장한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1월 3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총장이 30.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는 20.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로 오차범위 안에서 2, 3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5.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 위원장의 시각은 선거 전략가인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박 대표는 지난달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은 권력과 충돌하면서 지지를 획득했다는 면에서 김영삼 정권 당시 대통령과 맞서면서 국민적 영웅으로까지 떠오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가깝다”면서 “그렇게 국민적 신망을 얻으면 정치적 에너지와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이러한 기류 변화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도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대표로 쏠리는 관심과 당내 중진들이 주장하는 합당론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우회전략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윤 총장을 두고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오는데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인생의 국가를 위해서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결심할 거니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겠다”고 덧붙였다.
‘별의 순간’은 김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대권 잠룡을 칭할 때 썼던 표현이다. 그는 2007년 한 인터뷰에서 대선출마설이 돌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두고 “인간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역사에서 하나의 ‘별의 순간’이 있고 정운찬이라는 개인에게 그 순간이 도래했다. 그 ‘별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두고는 “2012년에 이미 ‘별의 순간’을 놓쳤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윤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인연도 새삼 회자된다. 김 위원장은 같은 경제학자인 윤 명예교수를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