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참여연대 양홍석 “이용구 사건’ 경찰 자의적 내사 종결이 문제”

“수사권 조정, 돈 없으면 자기 권리 알아서 챙기라는 것”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1-2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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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의 경찰 수사 통제 무력화…기본권 침해 가능성↑

    • ‘책임수사관’ 제도, 警 지휘부 개입 통로로 악용 우려

    • 조국 ‘수사권 조정’·추미애 ‘맘대로 인사’ 反개혁적

    • ‘이용구 차관 사건’ 警 자의적 내사 종결이 문제

    • ‘내사절차법’ 제정해 검사가 내사 과정 통제해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양홍석(42)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 모두 개혁해야 한다는 ‘검·경 개혁론자’다. 사법연수원(36기) 수료 이듬해인 2008년부터 지금까지 참여연대 소속으로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권 오남용’이 형사사법제도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6월~2018년 6월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분과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21년 1월 1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됐다. 지난해 1월 13일 국회에서 통과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안의 핵심이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뼈대다. 법 개정에 따라 경찰은 1차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얻었다. 범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종결할 권한이 생긴 것이다. 경찰과의 관계도 기존 ‘지휘·복종’에서 ‘상호협력’으로 바뀌었다. 

    양 변호사는 지난해 형소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찰 권력에 대한 통제가 부족해 시민 기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놨다. “권력기관 개혁의 방향을 두고 나와 참여연대 일각의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위원장 등 임원직을 수행하기 어려웠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형사사법제도 작동, 경찰 선의에만 맡겨”

    양 변호사는 현재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으로서 경찰 권력남용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1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문재인 정부는 검찰·경찰 모두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 내실 없는 수사권 조정으로 평범한 시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형사사법제도의 공정한 작동을 경찰의 선의에만 맡겨놨다”고 지적했다. 

    -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정 자체가 아닌 내용이 문제다. 당연히 검찰은 개혁해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무력화라면 곤란하다.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장난질’한 사건은 대개 고위공직자나 재벌 등 특권층과 관련된 것이었다. 나머지 형사사건의 절대 다수는 일반 시민과 관련된 사건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해 서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순기능도 있었다. 제대로 된 통제 없이 경찰 권력을 키웠다가는 자칫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검사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경찰이 ‘말아먹은’ 사건을 다시 봐달라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후 이런 요구를 사실상 구제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이 수사를 책임진다면 검사가 그 과정을 한층 면밀히 볼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 제대로 된 통제 없이 자율성만 얻는다? 형사사법제도 개혁에 역행한다.” 


    “수사는 타이밍… 시간 끌면 실체 왜곡”

    - 검찰이 경찰의 수사종결권 행사를 견제하지 않나. 

    “물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제245조의5 제2호 신설)해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다. 다만 검사가 불송치 사건을 살필 수 있는 기간은 90일로 제한했다. 절대적으로 짧다. 사건을 검토할 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한 것이 문제다. 

    - 경찰 수사가 위법·부당하면 검사가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과정을 거쳐 검사가 사건을 손에 쥐는 데 족히 6개월은 걸린다는 점이다. 수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증거가 흩어지고 사라지면 사건의 실체를 못 밝힌다.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실체를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의 부적절한 수사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소·고발인, 피해자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이럴 경우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검사가 할 일을 상당 부분 피해자에게 맡긴 셈이다. 자기 권리를 지키려면 알아서 싸우라는 것이다. 피해자가 많은 돈을 들여 경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모를까. 그러지 못하면 그저 경찰의 선의를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수사에 불만이 있으면 진정서를 낼 수도 있다. 그럼 뭐 하나. 경찰이 이미 수사의 ‘방향’을 정해 버리면 어찌할 것인가.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는 구제받을 길이 없다.” 

    경찰도 수사 과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28일 경찰청은 책임수사관 91명을 선발했다. 경위·경감·경정 계급의 책임수사관은 국가수사본부(2021년 1월 4일 출범)의 범죄 수사를 총괄한다. 수사 과정의 적법·적절성을 확인하던 검사의 수사 지휘를 대체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양 변호사는 “수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제도다. 다만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책임수사관 제도화라는 함정

    - 책임수사관 제도가 검사의 수사 지휘를 대체할 수 있나.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면 검사제도는 필요 없을 것이다. 검사를 경찰청 내부에 두거나, 책임수사관을 검사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형사사법제도의 역사를 복기해 보자. 경찰과 별도의 검찰 조직으로 수사 과정을 통제하게끔 한 것은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경찰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책임수사관 제도가 경찰 지휘부가 일선 수사에 개입할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책임수사관 제도를 잘 운영하면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경찰관이 수사의 적정성을 진단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내부 통제장치로서 온전히 구실하려면 책임수사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현재 책임수사관의 롤(role)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지금도 일선 수사과장이 수사가 잘 이뤄지는지 체크하고 있잖나. 책임수사관이 실제 수사에 참여하는지, 수사의 적정성만 판단하는지 규정해야 한다. 만일 책임수사관이 직접 개입할 경우 수사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이 경찰 수뇌부와 책임수사관만 통제하면 사실상 모든 수사를 좌우할 수 있지 않겠나. 위험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 이미 현실화됐다는 우려도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 행태가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경찰이 내사(內査) 종결했으나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사건이다. 경찰이 내사 종결해 입건하지 않은 사건은 검찰에 알릴 의무도 없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초, 택시에서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받는다. 수사를 맡은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보고 내사 종결 처리했다.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해 운행이 종료됐으므로 특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내세웠다. 문제는 2015년 6월 법 개정으로 ‘운전자가 여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적용 대상이라는 것. 경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돈·힘으로 피해자 진술 바꾸면 어쩌나”

    - 경찰이 이 차관 사건을 내사 종결해 논란이다. 

    “경찰 내사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자의적 내사 종결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다만 수사권 조정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사권 조정 전부터 경찰 내사는 검찰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내사한 사건 중 무엇을 입건할지 전적으로 경찰이 결정하는 것은 문제다.” 

    - ‘봐주기식’ 수사 아닌가. 

    “당장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택시기사가 진술을 바꾼 점이 석연찮다. 폭행당했다는 시점이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에서 ‘정차 후’로 바뀌었다. 물론 택시기사가 당초 폭행에 대해 과장해 진술했을 수도 있다. 피해자가 정말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실제 폭행 정도가 경미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차관은 사건 당시도 법무부 고위직(법무실장)을 지낸 법조인이었다. 돈이나 힘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바꿨다면 어쩌나.” 

    - 대책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경찰이 수사를 개시만 해도 검찰에 통보했다. 2012년 법 개정(경찰청 훈령 ‘경찰 내사 처리규칙’ 폐지, 대통령령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이미 검찰의 수사 지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최소한 수사 개시 자체는 검찰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 어떤 범죄를 내사했는지 검사가 사후적으로라도 확인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에 내사 관련 규정을 추가하거나 내사절차법을 새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다. 수사권을 누가 가질지에만 관심이 쏠려 실질적 개혁은 뒷전이 됐다.”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이 경찰 권력 강화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양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이 어설픈 개혁안을 들고 나오며 형사사법제도 개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수사권 조정이 곧 국가와 국민을 위한 개혁은 아니다. 분명 검찰개혁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컸다.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제 식구만 감싸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그 와중에 수사권 조정이 유일한 개혁 방법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개혁에 대한 요구를 수사권 조정과 등치개념으로 만들었다. 개혁의 각론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했는데, 수사권 조정만이 개혁인 것처럼 포장했다. 기만적 태도였다.”

    “경찰에 검찰 못지않은 책임 물어야”

    - 문 정부의 형사사법제도 개혁 모두 유명무실했나. 

    “그렇진 않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직접수사 부서 및 대상을 축소한 것은 굉장히 좋은 개혁 방안이었다. 기존의 전국 7개청(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수원) 특수부 중 부산·인천·대전·수원 4곳 특수부를 형사부로 바꿨다. 나머지 청의 경우도 반부패수사부로 개칭해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나 기업 관련 범죄 등으로 제한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이런 구체적 개혁안이 사장되고 수사권 조정만 강조된 것이다. 각론에 이의를 제기하면 개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낙인찍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인사가 개혁 자체인 것처럼 굴었다. 검찰 대신 경찰의 힘을 키우고 개혁의 성공을 바란다? 콩 심은 데 팥 나기를 바라는 격이다.” 

    - 진정한 개혁 방안은 무엇인가. 

    “검사의 경우, 수사 및 기소 결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이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담당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문제가 있다면 검찰 차원의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도 해야 한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는 이유로 수사 결과에 대해 제대로 책임져 본 적이 없다. 경찰에게 검찰 못지않게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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