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녹지 않은 땅을 뚫고 솟아나는 쑥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식재료다. [GettyImage]
은은한 향 풍기는 쫄깃쫄깃 별미 쑥개떡
잘 씻은 해쑥에 멥쌀가루 넣고 부드럽게 버무려 만드는 쑥버무리. 씹는 맛까지 재밌는 봄철 별미다. [동아DB]
잘 씻어 놓은 해쑥에 멥쌀가루 넣고 부드럽게 버무린다. 쌀가루가 쑥에 골고루 묻도록 꼼꼼히 섞는다. 쌀가루가 너무 많으면 맛이 밋밋하고, 쑥이 너무 많으면 식감이 거세다. 쑥마다 쌀가루가 보송보송 묻어 있는 정도가 알맞다. 준비한 반죽을 찜기에 넣고 한 김 푹 쪄서 쌀가루가 쫀득하게 익으면 쑥버무리 완성이다. 찔 때 수분이 많으면 질어지니 찜기 바닥 물이 반죽에 닿지 않도록 조금만 넣는다. 반죽도 면포 등으로 가볍게 덮어 찌면 좋다.
‘쑥털털이’라고도 부르는 이 간단한 찜떡은 향기에 취해 먹는 봄날 간식이다. 엉성하게 엉긴 쑥버무리를 한 움큼 뜯어 맛보면 구수하면서도 달착지근한 쌀 반죽에 쑥 특유의 개운한 쓴맛과 진한 향이 옴팡지게 배어있다. 씹는 맛도 단조롭지 않아 즐겁다. 쑥버무리 반죽에 은행, 밤, 단호박, 콩 같은 것을 같이 넣고 찌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쑥만 들어갔을 때 맛과 향이 제일인 것 같다.
밀가루의 쫄깃쫄깃한 맛과 쑥의 은은한 향이 잘 어울리는 쑥개떡. [GettyImage]
도다리쑥국 생각하니 봄날 통영이 그리워
향긋한 쑥 향기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도다리쑥국 한 상. [하이원리조트 제공]
봄날 쑥을 생각하면 바다 마을에서 맛보는 제철 도다리쑥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집에서 도다리 대신 광어나 문치가자미(도다리처럼 눈이 오른쪽에 쏠려 있어 도다리랑 비슷해 보이는 생선) 등과 쑥을 같이 끓여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자 식탁에 놓인 도다리쑥국 맛에 견줄 수 있을까. 바닷길을 걷고, 낯선 식당에 들어가 설레는 마음으로 받는 밥상은 ‘여기’가 아니고 ‘거기’이기에 특별했다. 곱게 펼쳐진 봄날의 통영 바다를 떠올리며 수년 전 먹은 도다리쑥국을 잠깐 만나본다. 기억이라도 있어 감사하다. 오늘 저녁 밥상의 쑥국, 주말에 쪄먹을 쑥버무리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겠지. 이런저런 기대를 하며 아직 설익은 봄의 맛에 빠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