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서 野 6 : 與 4 재현 땐 與 대권 재창출 난망”
노무현, 문재인 대선 부산 득표율 29.9%, 39.9%로 40% 하회
21대 총선에서 여권이 동남권에서 얻은 42%가 마지노선
18대 대선 부산 득표율, 박근혜 59.9% vs 문재인 39.9%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 결과를 복기해 보자. 박근혜 대 문재인.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은 현 집권세력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이정희 후보까지 사퇴하며 사실상 일대일 구도로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1.6% 표차로 패했기 때문이다.여러 패인 가운데 PK에서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핵심요인으로 꼽혔다. 문 후보는 부산에서 39.9% 득표에 그쳐 59.8%를 득표한 박 후보에게 20% 득표율 격차로 크게 뒤졌다. 전국적으로 대통령에 당선한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108만496표차로 승리했는데, 부산과 경남 등 PK에서 두 후보간 득표율 격차가 97만5926표로 전국 득표율 격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결국 PK에서의 패배가 대선 전체 판의 패배로 이어졌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201만7260표를 더 얻었고, 문 후보는 호남에서 박 후보보다 250만6221표를 더 득표했다. TK와 호남 득표만 놓고 보면 문 후보가 약 50만표 가량 앞섰다. 그러나 PK에서 약 100만표 가량 뒤지면서 문 후보는 전국적으로 108만표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충청권의 경우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30만표 가량 더 득표했지만 서울에서 문 후보가 20만표를 더 얻어 수도권과 충청 등 이른바 ‘중원’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어땠을까. 대통령 탄핵에 따른 특수한 상황으로 두 달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문 후보는 후보 난립에 따른 득표율 분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국 득표율은 문재인 41.1%, 홍준표 24%. 안철수 21.4%, 유승민 6.8%, 심상정 6.2% 순이었다. 2위 홍준표와 3위 안철수 득표율 합이 45.4%라는 점에서 만약 두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41.4% 득표에 그친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부산에서 문 후보는 38.7% 득표에 그쳐 18대 대선 때의 39.9%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홍준표 후보는 부산에서 32%, 안철수 후보도 16.8%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부산 득표율 합이 48.8%에 이르고, 여기에 유승민 후보의 부산 득표을(7.2%)을 합하면 56%로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부산에서 얻었던 59.8%와 근접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19대 대선이 문재인 대 야권 단일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졌다면 18대 대선 상황이 재현돼 문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셈이다. 더욱이 부산에서 문 후보는 18대 대선 때 39.9%보다 1.2%p 낮은 38.7% 득표에 그쳤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여권 후보 분열로 부산 등 PK 표심이 분산됐기에 가능했다. 당시 김대중(DJ) 후보는 부산에서 15.3%의 저조한 득표율 기록했지만, 이인제 후보가 29.8% 지지율을 기록하며 PK에서의 이회창 후보(53.3%)로의 표 쏠림을 저지했다. 만약 이 후보가 부산 표심의 3분의 1 가까이를 잠식하지 않았다면 DJ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역대 대선에서 PK 표심의 향배는 어느 진영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를 가르는 방향타 구실을 해왔다.
가상대결서 박형준 51.5% vs 김영춘 27.4%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왼쪽)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동아DB]
여야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박 교수와 김 전 장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박 교수가 51.5%로 27.4% 지지에 그친 김 전 장관을 크게 앞섰다. 이 같은 결과는 정당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 부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9%인 반면, 민주당은 24.7%에 그쳤다. 특히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를 묻는 공감도 조사에서 부산 시민 열 명 중 여섯 명(60,3%)은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에 비해 ‘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대통령의 국정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도 긍정평가는 33.1%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64.4%로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여론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18대 대선 때의 야권 60 VS 여권 40 구도가 재현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리얼미터가 1월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4.5%로, 국민의힘(29.9%)을 오차 범위 내에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리얼미터 여론조사 시점은 1월18~20일 전국 성인 151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PK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시적인 아웃라이어냐, 아니면 여권에 등돌린 민심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대감으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부산 등 PK 민심은 2018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여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지난해 총선에서 기록한 40%대 지지율을 유지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엄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지난해 총선 지지율 이상을 지켜내면 내년 대선에서 PK 지지세를 기반으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밝게 볼 수 있지만, 만약 총선 지지율을 하회하면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PK에서의 여야 득표율 격차는 보수가 어느 정도 결집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번 보궐선거의 여당 득표율이 지난해 총선 득표율 42%보다 낮아진다면 그만큼 보수진영의 결집 강도가 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업체 ‘민’ 대표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당 후보가 표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까지 PK 세 명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줬는데 지금 그 세 명의 단체장이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보궐선거 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도 여당 후보는 PK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 2017년 대선의 경우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등 유력 대선후보 세 사람이 모두 PK 출신이었기 때문에 PK 표심이 전국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PK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 후보가 선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빅3 대선 후보(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PK 출신이 없는 상황 그대로 차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PK에서의 선거 열기와 중요도는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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