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이번 설에도 ‘집콕 연휴’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우울해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4일 연휴동안 기분에 따라 ‘맞수 영화’를 골라보며 감동과 긴장감 느껴보는 건 어떨까. 한 편으로 부족하다면 또 한편. 낮에는 스포츠 영화를, 밤에는 스릴러 영화를 골라보는 것도 ‘집콕 연휴’에 슬기로운 영화 생활일 듯하다.
<추리 영화: 범인은 바로 너!>
‘오리엔트 특극 살인사건’ 스틸컷(왼쪽). 인비저블 게스트’ 포스터. [20세기폭스 제공, Atresmedia Cine 제공]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 추리소설은 전 세계 40억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녀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은 미국의 ‘린드버그 납치사건’을 모티브로 1934년 출간됐다. 87년 전 추리소설이지만 지금까지 감동은 이어진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영국 런던까지 횡단하는 초호화 열차가 폭설로 멈춘 사이, 승객이 가슴을 난자당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나이도 직업도 인종도 다른 탑승객 13명 중에서 범인을 찾아야 한다. 오직 정의의 심판을 부르짖는 ‘결벽증 탐정’ 푸와로가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인비저블 게스트(2016) “미궁으로 빠져드는 살인사건 속 살인”
승승장구하는 젊은 사업가 아드리안은 이제 부러울 것이 없다. 어느 날, 내연관계 연인과 들린 휴양지 호텔에서 연인은 피살되고 모든 정황은 살인자로 자신을 지목한다. 그는 사업과 가정, 명성 등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위기에 선다. 그에게 승률 100%의 완벽주의 변호사 버지니아가 찾아온다. 영화는 관객이 방심할 틈을 주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다소 생소한 스페인 영화이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관객이 탐정이 되어 추리해보자. 아드리안은 피해자일까, 살인자일까.
<전쟁 영화: 휴머니즘과 스케일을 갖춘 ‘리얼’ 전쟁>
‘모술’ 스틸컷(왼쪽). ‘12번째 솔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주)엣나인필름 배급사 제공]
각본가 카나한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전장에 와 있는 것처럼 화면이 꽉 찬다. 모술은 북이라크 중심도시. 영화는 이라크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 왕조부터 번영의 누리던 모술은 2014년 6월부터 3년 동안 IS(이슬람국가‧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에 의해 점령당했다. IS는 도시 유물을 파괴하고 주민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만행을 저질렀다. 영화는 이 기간 내, IS와 맞섰던 이라크 정부 소속 전직 경찰요원들로 조직된 니네베 경찰특공대 대원들의 분투를 조명한다. 무너진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현장감 넘치는 총격신과 긴장감 흐르는 수색신은 전쟁영화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보여준다.
●12번째 솔저(2017) “숨은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
죽음보다 극한 상황을 이겨낸 실화.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웨이 저항군 12명은 작전 시작단계에서 발각되고 만다. 그중 12번째 군인 ‘얀’은 총상을 입고 절뚝거리며 겨우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포로로 잡힌 11명의 나머지 군인들은 잔인한 나치의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작전에 대해 일체 발설하지 않는다. 뒤쫓는 독일군을 피해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얀은 부상당한 몸으로 혹독한 추위와 험난한 여정과도 싸워야 한다. 노르웨이 설원에서 펼쳐지는 가슴 먹먹한 서사가 자꾸만 일제 강점기의 우리민족과 오버랩된다.
<스릴러: 오싹오싹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인썸니아’ 포스터(왼쪽). ‘언더워터’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배급사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얼핏 보면 미스터리 추리영화 같지만 이면에는 숨 막히는 두뇌 싸움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19년 전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 기간, 미국 알라스카의 한 마을에 17세 소녀의 시신이 나체로 발견된다. 의문의 살인자를 찾기 위해 LA경찰국 소속 베테랑 형사 도머(알 파치노 분)는 파트너와 함께 파견된다. 이들은 내사과에 조사를 받고 있어 매우 예민해져 있다. 도머는 의도하지 않게 대형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이때 살인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도머는 물고 물리며 악착같이 자신을 지키려는데….
●언더워터(2020) “해저에서 만나는 극한의 공포, 심해판 ‘에어리언’”
에베레스트산 정상보다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 위치한 케플러 기지가 무대다. 심해에서 대규모 채굴작업을 하던 중, 강진으로 시추기지가 붕괴된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구출선을 찾아 해저 11Km에 위치한 심해 본기지로 돌아가야 한다. 95분의 런닝타임 내내 도사리는 해저의 불안과 공포는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과연 생존자들은 ‘에어리언’ 시리즈의 불사조 ‘시고니 위버’처럼 수많은 난관을 뚫고 수면 위로 나올 수 있을까.
<스포츠 영화: 스포츠는 감동이다>
‘머니볼’ 스틸컷(왼쪽). ‘아메리카 레슬러: 더 위저드’ 스틸컷. [소니픽쳐스 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제공, ESX Entertainment 배급사 제공]
만년 최하위팀인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물러설 곳이 없다. 애슬래틱스 구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머니볼’이라는 생소한 경제이론을 따른다. 애슬래틱스 구단의 성공으로 지금 ‘머니볼’은 누구나 수긍하는 저비용 고효용의 구단운영을 의미하는 야구계 신조어다. 만년 꼴찌팀의 유쾌한 변신은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역전 드라마다. 또한 그들의 ‘머니볼’ 기록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아메리칸 레슬러: 더 위저드(2016) “차별에 맞서는 용기와 의지”
스포츠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현실의 역경 속에서도 정정당당하게 꿈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탈출한 소년 알리다드의 꿈을 그린 레슬링 영화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의 포화를 피해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미국 캘리포니아로 보낸다. 모든 게 낯설고 불편하지만, 무엇보다 소년은 자신을 쳐다보는 차별의 눈초리가 감내하기 고달프다. 최고의 챔피언은 희망과 용기에서 시작된다. 뻔 한 이야기 같지만 알리다드를 통해 우리는 다시 이 진리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