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스웨덴 오로라 보고 홍콩 야시장 구경한다”

여행이 그리운 당신을 위한 ‘방구석 랜선 투어’ 4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1-0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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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걱정 없이 떠나는 ‘안전 여행’

    • 여행지 현장감 느끼려면 ‘현지 라이브’

    • 역사·문화 탐방하려면 ‘스튜디오 라이브’

    • 입체적으로 보고 싶다면 ‘360도 VR’

    • 빼어난 영상미과 생생한 음향 ‘8D 오디오’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홍콩의 밤 풍경. [GettyImage]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홍콩의 밤 풍경. [GettyImage]

    직장인 김혜성(34) 씨는 지난해 12월 중학교 동창 다섯 명과 함께 홍콩으로 ‘랜선 투어’를 떠났다. 랜선 투어는 ‘인터넷 연결선’이라는 뜻의 랜선(LAN線)과 ‘여행’이나 ‘관광’을 의미하는 투어(Tour)의 합성어. 온라인으로 즐기는 새로운 여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억눌린 여행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시도가 만들어낸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12월 말 오후 9시 ‘출발’하는 홍콩 야경 랜선 투어 상품을 찾아 1인당 1만5000원에 예약했다. 여행 시작 3시간 전, 여행사는 김씨와 친구들에게 화상 채팅이 가능한 인터넷 링크 주소를 보내왔다. 채팅방에 접속하니 홍콩 침사추이에 있는 관광 가이드가 김씨 일행을 비롯한 여행 참가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가이드는 그 시간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지의 화려한 야경을 보여주며, 홍콩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 아름다운 밤거리를 천천히 걷다가, 근사한 식당에 들어가 홍콩인 사장에게 메뉴를 주문하고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가이드를 따라 현지 풍경과 식당 분위기, 현지인들 생활상까지 감상한 셈이다. 이 여행은 약 90분 간 이어졌다. 김씨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한 홍콩 뒷골목 풍경이 생생하게 전해져 정말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걱정 없이 떠나는 ‘안전 여행’

    구글 어스에서 360도 VR 기법을 통해 둘러본 미국 ‘브리저 티턴’ 국립공원. [구글 어스 캡처]

    구글 어스에서 360도 VR 기법을 통해 둘러본 미국 ‘브리저 티턴’ 국립공원. [구글 어스 캡처]

    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랜선투어를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이 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출시한 랜선 투어 누적 이용자 수는 1월 기준 2만 명을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만끽하려면 시간적 여유뿐 아니라 경제력, 체력, 여행 경험 등이 필요하다. 큰 맘 먹고 여행을 떠났다가 유명 관광지에서 인파에 치여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거나, 의사소통 제약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경험을 한 사람도 많다. 

    이에 반해 랜선 투어는 거창한 여행 계획, 복잡한 항공권 및 숙소 예약,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100% 비대면 방식이라 감염병 염려 없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와 여행을 즐길 마음만 있으면 모든 여행 준비가 끝난다. 



    랜선 투어를 해보기로 결심했다면 처음 할 일은 랜선 투어 유형 정하기다. 랜선 투어는 크게 △현지 라이브 랜선 투어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 투어 △8D오디오 랜선 투어 △가상현실(VR) 랜선 투어 등으로 나뉜다.

    여행지 현장감 느낄 수 있는 ‘현지 라이브’

    요즘 눈길을 끄는 여행은 현지 라이브 랜선 투어다.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가이드가 지역 명소를 직접 찾아 화상 연결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소개해주는 방식이다. 이 상품에 예약하면 특정 여행 일시에 활성화되는 인터넷 링크가 제공된다. 약속된 시간에 스마트폰 또는 PC로 해당 링크에 접속하면 여행이 시작된다. 

    현지 투어의 묘미는 오프라인 투어를 떠난 듯 한 생동감과 현장감을 꼽을 수 있다. 여행객은 실시간 채팅을 통해 가이드에게 궁금한 장소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 궁금한 사항을 질문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가이드가 이탈리아 피렌체의 레푸브릭 광장을 보여줄 때, 근처 골목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를 구매해 먹으며 맛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현재 마이리얼트립, 민다, 해피칼리지 등 여러 여행 플랫폼이 현지 라이브 랜선 투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북 군산 타임슬립 투어 △스페인 세비야 투어 △로마 시내 워킹투어 △홍콩 야경투어 등 국내외 상품이 다양하다. ‘랜선 투어 성패는 가이드 역량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상품 선택 전 가이드 프로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 또 영상 퀄리티에 따라 여행 만족도가 좌우되므로 가이드가 영상 전문 프로듀서(PD)와 동행하는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현지 라이브 랜선 투어 시간은 대략 90분이며 여행 경비는 4900원~1만5000원 정도다.


    역사·문화 탐방하려면 ‘스튜디오 라이브’

    여행지 곳곳에 스며든 역사와 문화의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 투어가 제격이다. 가이드가 소장하고 있는 현지 풍경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오디오 등 고화질 자료를 활용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참가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방식이다. 현재 여러 여행사가 △대구 이중섭 투어 △제주도 설화 이야기 △스페인 피카소 미술관 투어 △파리 오르세 미술관 투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투어 △미국 아이비리그 탐방 △베트남 커피 문화 탐방 △프랑스 디저트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 문화 탐방을 주제로 한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 투어 상품을 구매하면 가이드가 미리 촬영한 감각적인 카페와 현지 자연경관을 선보이며 커피에 대해 설명해준다. 투어 최소 인원은 보통 10명, 소요시간은 60~90분이며 이용 가격은 1000원부터 2만 원 선까지 다양하다.


    입체적으로 풍경을 보고 싶다면 ‘360도 VR’

    북극권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 [GettyImage]

    북극권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 [GettyImage]

    360도 가상현실(VR) 촬영 기법을 활용해 여행지를 입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랜선 투어도 있다. 구글에서 만든 3D 지도 ‘구글 어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세계 곳곳의 현재 풍경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구글 어스 설치 방법은 간단하다. 웹 브라우저에서 구글 어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앱 스토어에서 구글 어스 앱을 다운로드하면 끝이다. 이후 평소 가보고 싶던 여행지나 오래 전 다녀온 관광지를 검색하면 최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진을 위아래, 양옆으로 돌려보다 보면 어느새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밤하늘의 오로라가 보고 싶은 사람은 스웨덴 여행사 ‘라이츠 오버 라플란드’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자. 이 여행사는 지난해 11월 자사 홈페이지에 △오로라 홀리데이 가상 투어 △개 썰매 가상 투어 △순록 썰매 가상 투어 등 여러 편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여행객은 형형색색 오로라 VR 동영상을 보며 마치 북극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빼어난 영상미과 생생한 음향의 조화 ‘8D 오디오’

    호주관광청 홈페이지에서는 세계 최대 산호초 군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풍경을 8D 오디오가 선사하는 생생한 현장음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호주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호주관광청 홈페이지에서는 세계 최대 산호초 군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풍경을 8D 오디오가 선사하는 생생한 현장음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호주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는 고화질 영상에 생생한 음향을 입혀 여행지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접하게 해주는 ‘8D 오디오 랜선 투어’도 등장했다. 8D 오디오는 뇌가 3차원 공간에서 직접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최신 음향 기법이다. 호주관광청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8D로 체험하는 호주’ 동영상을 공개했다.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건축물을 빨강·파랑·진분홍·초록·검정·흰색 등 여섯 가지 색상을 테마로 소개하는 영상이다. 각각의 영상은 1~2분 길이로 짧지만, 생동감이 남다르다. 이를테면 사막인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에 부는 바람 소리, 원주민 전통악기 ‘디저리두’(나무로 만든 관악기) 연주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해당 영상은 호주관광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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