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와 다양한 해물을 넣고 부친 매생이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조선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매생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감히 설명을 보태자면 실로 이뤄진 죽 같고, 아무리 움켜잡아도 손에 쥘 수 없는 미끈한 것이라고 하겠다.
매년 이맘때면 시장에서 올망졸망 덩어리진 모습으로 놓여 있는 매생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건강하고 맛좋은 식재료로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김에 붙어 자라는 습성 때문이다. 오랫동안 어부들은 매끈하고 모양 좋은 김을 만들고자 김 양식장에서 매생이를 일일이 뜯어버리곤 했다. 그러던 매생이가 스스로 양식 대상이 된 건 2000년 즈음, 매생이의 매력적인 맛과 건강상 효능이 알려진 뒤부터다.
개운하고 달큰한 굴국에 구수한 매생이 한 국자
무를 푹 끓여 만든 국물에 굴을 넣어 살짝 익히고 마지막에 매생이를 풀면 개운하면서 감칠맛 나는 매생이굴국이 된다. [GettyImage]
알고 보니 매생이전 반죽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매생이를 가위로 잘게 자른 뒤 가루재료를 조금씩 넣어가며 엉김 정도를 살펴야 한다. 너무 질면 부침개가 처진다. 그렇다고 반죽이 되직해질 만큼 가루를 넣으면 부침개가 떡처럼 단단해져 매생이 특유의 부드러움을 맛볼 수 없게 된다.
매생이 특유의 순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즐기기엔 국물요리가 제격이다. 멀겋게 끓인 된장국에 매생이 두어 숟가락을 풀면 맛이 확 달라진다. 고기나 뼈로 낸 국물이든, 멸치로 낸 국물이든 매생이는 어디에나 살랑살랑 잘 어우러진다. 그중 최고는 매생이 굴국이다. 개운하고 달큰한 국물의 바탕이 되도록 무를 푹 끓이고, 구수한 향과 진한 감칠맛을 내는 굴을 넣어 살짝 익힌다. 마지막에 개운함과 잔향을 선사하는 매생이를 한 국자 넣은 뒤 바로 불을 끄고 살살 푼다. 이때 매생이를 뭉치지 않게 하려고 많이 휘저으면 음식이 지저분해지니 덩이가 풀어질 정도로만 젓는다. 만둣국, 떡국, 칼국수 등에 매생이를 넣을 때도 요리가 완성된 뒤 넣고 불을 끈 채 살살 저으면 된다.
미운 사위한테 줄까, 고운 사위한테 줄까
매생이는 파스타, 라면 등 국수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동아DB]
하지만 사실 매생이는 콩나물보다 아스파라긴산이 3배 많고, 비타민 미네랄 칼슘 철분 등도 풍부하다. 매생이 특유의 미끌미끌함을 만드는 알긴산은 몸속 노폐물, 나트륨, 콜레스테롤 등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칼로리가 낮으면서 포만감은 크다. 이런 면을 보면 매생이는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에도 꼭 맞는 식재료다.
매생이는 죽이나 라면에 넣어도 좋다. 생생한 매생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바다내음 향긋한 무침으로 먹어도 그만이다. 채소나 파스타를 볶을 때도 조금씩 넣으면 향이 더해진다.
매생이 덩어리를 세는 단위는 ‘재기’로, 매생이 한 재기는 무게가 400g 정도 된다. 이것 하나면 서너 명이 국을 한 번 끓여 먹고, 전도 부쳐 먹고, 반찬으로 무쳐 먹을 수도 있다.
매생이를 손질할 때는 반드시 체에 밭쳐 물에 헹궈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에 줄줄 흘러가는 매생이를 결코 잡을 수 없다. 잘 헹군 매생이는 한 번에 먹을 만한 분량으로 나눠 냉동 보관하면 된다. 요즘엔 동결 건조한 ‘매생이 블록’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동결 매생이도 생 매생이와 마찬가지로 요리 마지막에 넣으면 금세 부드럽게 풀어지며 음식의 향과 맛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