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해물과 전, 나물 등이 풍성하게 어우러진 차례상. [GettyImage]
문어, 돔배기, 조기, 민어, 방어 어우러진 경상도 차례상
동해와 가까운 경상도 지역 차례상에는 문어가 단골로 오른다. [GettyImage]
같은 바다라도 전라도 지역 차례상에는 두툼한 병어가 등장하고, 꼬막을 푸짐하게 삶아 올리며 필수로 홍어가 있다. 홍어회, 홍어찜, 홍어전 등을 올리며 가오리를 찌거나 간장에 조려 준비하기도 한다. 꼬막은 참꼬막으로 준비해 폭 삶는데 이를 ‘제사꼬막’이라 부른다. 낙지도 단골 차례 음식인데, 설보다는 아무래도 추석에 많이 쓴다. 마른오징어를 불려 통째로 널따랗게 전을 부쳐 올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어서 꼭 한 번 다시 먹고 싶은 차례상 음식으로 꼽는다.
강원의 메밀, 제주의 옥돔
충청도는 차례상에 닭고기를 통째로 찌거나 구워 올리는 경우가 많다. [GettyImage]
강원도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감자와 메밀이다. 감자를 갈아서 만든 전, 감자 전분으로 빚은 떡, 메밀 반죽에 고기소를 넣은 것 또는 메밀가루 묻혀 부친 채소전 등이 차례상에 오른다. 동해와 가까운 강원도 지역은 문어 가자미 오징어 같은 것으로 음식을 하는데, 명태를 꾸덕꾸덕하게 말려 통째로 쪄서 올리는 게 특색 있다.
제주도는 옥돔을 꼭 준비하고, 전복이나 소라 오분자기 등을 찌거나 조려 올린다. 쇠고기도 있겠지만 돼지고기로 적을 만들어 올리는 경우가 많다. 메밀이 풍성한 지역이라 빙떡을 만들거나, 메밀가루 묻혀 구운 두부와 채소전을 준비하며, 메밀묵으로 만든 메밀채도 올린다. 유명한 제주 고사리도 차례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나물을 하고 전도 부쳐 올린다. 독특한 것은 빵이다. 쌀이 귀했던 시절 떡을 대신하던 여러 가지 빵은 지금도 제주 차례상에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상님,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하게 해주세요”
경기도에서는 녹두전을 빼놓지 않는다. 고기나 고사리 같은 것을 넣고 두툼하게 구워 올린다. 굴비와 명태, 북어 같이 마른 생선을 많이 활용하고, 서울지역과 더불어 만두를 빚기도 한다. 만두는 사실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해맞이 음식이다. 만두가 전국 각지로 퍼진 데는 피란의 영향이 크다.2021년 설 풍경은 모두에게 낯설다. 가족이 모일 수 없으니 북적이며 음식을 만들지도, 나누어 먹지도 못한다. 랜선 세배를 하며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다양한 지역 차례 음식을 맛보는 것도 재미나겠다.
실은 자기 혹은 배우자 고향 음식이 아니면 평생 남의 차례 음식을 맛볼 일이 없다. 문어와 돔배기에 익숙한 나는 이번 연휴에 꼬막 푸짐하게 삶아 홍어 삼합 한입에 진도 홍주 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 소원이라면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하게 해주세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