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는 경질, 최강욱은 1심 유죄, 이용구는 경찰수사
조국, 추미애, 정의 무너뜨려 법무부 자기 부정
한동훈 검사장 인사에 추미애 시즌2 여부 달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단행할 첫 검찰 고위직 인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동아DB]
개혁 투사들의 말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여부가 주목된다. [동아DB]
그동안 권력비리 수사를 막아왔던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퇴진의 압박을 받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에게 플라잉 어택을 가한 정진웅 차장검사는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 한동훈 검사장의 감찰 용도로 제공받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에 활용한 박은정 검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법원은 대통령이 재가한 검찰총장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로써 억지로 총장을 쫓아내려는 권력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이제 와서 발뺌을 하나 사실 이 사태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 모두가 그의 지시나 묵인 아래서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은 사법부의 판단과 악화하는 여론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신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대하는 유화적 태도는 그 전환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전환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는 강요당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진정한 변화인지, 아니면 그저 변화의 제스처에 불과한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시금석은 검찰인사
추미애 전 장관 시절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이 박범계 장관이 단행할 인사에서 어느 자리로 이동할 지 관심사다. [뉴스1]
채널A 사건은 그 본질이 ‘권언유착’의 공작정치로 밝혀지고 있다.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프레이밍 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유시민 씨는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동훈 검사장을 음해하기 위해 녹취록을 날조했던 최강욱 의원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채널A 수사팀에서는 이 사건에서 ‘검언유착’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 사이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는 외려 ‘유시민 이사장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한 검사장의 명시적 발언이 등장한다. 이 사건에서 ‘제보자’를 자처했던 사기꾼 지모씨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법정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사건은 아직 끝나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에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이성윤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의 아이폰을 포렌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무혐의를 유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란다. 이 불행한 사건은 이렇게 한 편의 코미디가 되어 버렸다.
정치검찰의 표상
그동안 그가 무슨 짓을 했던가. 울산 시장선거 개입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에 혼자서 반대했다. 수사팀에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하려 하자 결재를 거부했다. 최강욱 의원에 대한 기소도 결재를 거부하는 바람에 기소가 결국 차장 전결로 이루어졌다. 법원에서 징역 8월의 형을 받은 범죄를 아예 덮어버리려 한 것이다.그밖에도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 최근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마디로 요직을 두루 거치며 권력비리에 손도 못 대도록 ‘방탄검사’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 덕에 그가 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다른 한편 권력의 눈에 난 개인들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무리한 수사를 해 왔다. 나경원 의원은 압수수색까지 해가며 탈탈 털었다. 하지만 13개 건 고발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석열 총장의 장모는 하필 법무부에서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는 날짜에 맞추어 기소했다. 이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고 우길 것인가?
한동훈 검사장은 누명을 뒤집어쓴 채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하 검사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그리고 이미 그를 향한 음해공작의 전모가 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혐의를 벗지 못한 채 누군가 아이폰의 비번을 풀어낼 양자 컴퓨터를 발명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게 검사로서, 아니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이성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번 인사에서 이성윤 지검장은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한다. 그야말로 자기들이 개혁으로 척결하겠다고 했던 그 정치검찰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전임 법무부 장관들이 검찰에 남겨놓은 인간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 한 신임 장관도 결국 추미애 시즌2일 수밖에 없다.아울러 전임 장관의 전횡에 희생당한 검사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유능한 검사들이 그저 총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장관의 눈 밖에 나서 지방이나 한직으로 밀려난 바 있다. 한동훈 검사장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서울에서 용인으로, 거기서 진천으로 연거푸 좌천됐다. 이 부당한 인사는 철회돼야 한다.
원칙을 지키고 능력을 갖춘 이들이 좌천을 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무능한 이들이 영전을 하는 부조리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법무부’를 영어로 풀면 ‘정의부’다. 그런데 전임 장관들은 바로 정의를 무너뜨림으로써 법무부의 자기 부정을 수행했다. 신임 장관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시금석은 이성윤 지검장과 한동훈 검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