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반 토막? 평가 오류!
공공요금·보험료 성실히 납부하면 점수↑
신용‧체크카드 적절히 사용해야
저축은행 대출도 금리 낮으면 하락폭 작아
평소 금융 관련 앱 통해 신용점수 확인해야
올해부터 금융위원회는 그간 1~10등급으로 매겨왔던 개인 신용 평가 제도를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에도 신용평가사들은 개별 신용 점수를 매겨왔지만 이를 1~10등급으로 표현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만 전달받았었다. 사진은 1월 18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지난해 말 일부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접했다. 자신들의 신용도가 순식간에 대폭 낮아진 것이다. 주로 4등급 안팎(700~800점)의 무난한 신용등급을 보유하던 소비자들의 점수가 350점으로 반 토막 나는 현상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350점은 신용카드 발급 기준(680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점수다.
개인 신용 측정 방식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뀐다는 소식에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려던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측정 방식이 달라지니 신용 점수도 확 달라진 것 아니냐며 걱정할 만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 사건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로 판명됐다.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나이스평가정보’라는 신용평가사(CB·Credit Bureau)가 평가 모형을 대폭 개편하면서 발생한 오류였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앞으로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사 채무뿐만 아니라 한국신용정보원에 축적된 대부업과 자산관리회사 채무 정보도 신용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상 채권을 부실 채권으로 오인했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빚을 잘 갚고 있었는데 연체한 것으로 잘못 평가했다는 의미다. 민원이 잇따르자 나이스평가정보는 결국 관련 오류를 수정했다.
신용점수로 정교하게 대출심사
금융위원회는 1월 1일부터 그간 1~10등급으로 매겨왔던 개인 신용평가 제도를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바꿨다. 신용평가제는 개인의 대출 여부나 금리 수준을 결정짓는다. 더욱이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소 꾸준히 관리해두는 게 좋다.등급제가 점수제로 바뀌면 개별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소 허무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점수제로 바뀐다고 해도 큰 틀의 변화는 없다고 봐도 된다. 개인의 신용도를 표현하는 방식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신용도를 책정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바꾼 게 아니다. 이를 확실하게 인지해야 괜한 오해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나이스평가정보의 ‘350점 사태’도 점수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때맞춰 평가 모형을 개편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그동안에도 신용평가사들은 개별 신용 점수를 1~1000점으로 평가해왔다. 다만 이를 10개 집단으로 나눠서 1~10등급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이 등급만 전달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손해’를 보는 이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신용점수 664점은 7등급(600~664점)에 해당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 반면 665점은 6등급으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1점 차로 운명이 엇갈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
점수제로 할 경우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들은 이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점수를 넘겨받는다. 구체적인 신용 점수를 넘겨받아 더욱더 정교한 대출 심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점수제로 인한 변화는 이 정도까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수제로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의 본인 점수가 극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신용점수제는 대국민 사기극?
2020년 11월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중앙지부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이번에 바뀐 평가 방식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非)금융’ 분야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공공요금이나 보험료, 통신비 등을 성실하게 납부하면 신용 점수가 좋아질 수 있다. 기존에는 은행 대출이나 신용카드 이용 등 ‘금융거래 이력’을 점수에 반영했다. 이렇게 하면 학생이나 주부 등 거래 이력이 없는 이들이 손해를 봤다. 비금융 항목을 신설해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카드를 어떤 식으로 쓰고 있는지도 중요해진다. 신용평가사들은 카드 소비 패턴 등을 의미하는 ‘신용 거래 형태’ 항목을 기존보다 더욱 비중 있게 다루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신용카드 이용 기록만 점수에 반영했지만 앞으로는 체크카드 소비 패턴도 반영하기로 했다. 신용·체크카드를 적정 수준에서 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카드 결제액이 갑자기 늘었다가 연체할 경우 신용 점수에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대출에 대한 판단도 일부 개선한다. 그동안에는 대출은 은행에서 받았느냐, 저축은행에서 받았느냐 등 업권에 따라 점수가 달랐다. 물론 은행 대출이 유리했다. 하지만 이제 대출 금리를 중요하게 본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더라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은 우량 고객이라면 신용점수 하락 폭이 기존처럼 크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평가 방법을 변경하니 일부 소비자의 경우 점수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불만을 털어놓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용점수제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아무래도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니 당장 돈이 급한 이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안타까운 사연이다.
다만 이번 점수 변동은 점수제로 인한 것은 아니다. 점수제로 바뀌었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일괄적으로 신용도가 낮아지는 일은 없다. 달라진 평가 방식에 따라 손해를 보는 이가 생길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이도 있을 수 있다. 점수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정기적으로 신용점수 확인해야
사실 신용정보 평가 방식은 그동안 시기에 따라 개선해 왔다. 이런 변화를 때마다 세밀하게 따라가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큰 틀의 원리를 알아두고 실천하는 게 나을 수 있다.우선 평소 본인의 신용점수를 꾸준히 확인해두는 게 좋다.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고 토스, 카카오뱅크 등 일부 금융 관련 앱에서도 신용점수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인의 신용도를 자주 확인하는 것은 신용점수에 아무 영향이 없다. 신용정보를 많이 조회하면 점수가 떨어진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정기적으로 신용점수를 확인하면서 관리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밖에 대출의 경우 금액이 많으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잘 갚기만 하면 되레 신용점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출은 오래된 것부터, 금액이 큰 것부터, 또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는 게 좋다. 연체는 소액이라도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연체가 여러 건이라면 오래된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 금액만큼 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반영한다. 이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면 없애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