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테슬라·애플의 전기차 빅뱅 막 올랐다

‘서학 개미’의 똑똑한 투자 위한 심층 리포트

  •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 wonick@themiilk.com

    입력2021-02-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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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팀 쿡에게 테슬라 사겠냐고 제안”

    • 5년 내 전기차 시장 20배↑, 경쟁 격화

    • 2025년 전기차 가격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

    • ‘자율주행’ 앞세운 테슬라의 ‘값 낮추기’

    • 애플카 나올 수밖에 없다…칩이 핵심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을 놓고 일전을 준비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팀 쿡 애플 CEO. [AP뉴시스]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을 놓고 일전을 준비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팀 쿡 애플 CEO. [AP뉴시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에게 현재 가치 10분의 1 가격에 테슬라를 사겠냐고 제안했죠. 하지만 그는 논의를 거절했습니다.” 

    지난 12월 23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를 통해 “팀 쿡에게 테슬라 인수 미팅을 요청한 적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기차 신제품인 ‘모델 3(model 3)’ 출시를 앞두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During the darkest days of the Model 3 program)에 회사 매각을 고려했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이 발언은 ‘애플이 2024년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로이터의 단독 보도가 공개된 직후 나왔다. ‘내가 회사 판다고 할 때 듣지도 않더니 뒤늦게 전기차 만든다고?’라는 뉘앙스를 담아 공개적으로 팀 쿡 CEO를 공격한 셈이다. 평소 다른 후발업체의 전기차 개발, 출시 계획에 무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애플의 전기차와 관련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윗. [트위터 캡쳐]

    애플의 전기차와 관련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윗. [트위터 캡쳐]

    머스크의 이런 행동은 역설적으로 그가 애플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콧방귀를 끼긴 했지만, 전 세계에 걸쳐 약 16억5000만 명의 충성스러운 고객(active devices)을 보유한 애플의 저력을 그도 잘 알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애플의 전기차 경쟁은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5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총액(보관금액)은 106억438만 달러(약 12조 원)로 미국 주식 중 1위다. 그 뒤를 36억9264만 달러(약 4조1500억 원)를 기록한 애플이 쫓고 있다. 올해 들어 순매수 규모도 각각 9억7956만 달러(약 1조1005억 원), 5억8551만 달러(약 6578억 원)로 1, 2위를 기록 중이다. 테슬라와 애플의 전기차 경쟁, 어떻게 봐야 할까.



    시장 20배 팽창…막 오른 맞대결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가 발표한 내연기관 차량과 글로벌 전기차 가격의 추이 전망. [아크 인베스트]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가 발표한 내연기관 차량과 글로벌 전기차 가격의 추이 전망. [아크 인베스트]

    테슬라와 애플의 전략, 방향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전기차 산업 전체 흐름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고,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는 지난 1월 2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전기차(EV) 판매량이 2020년 220만대에서 2025년 4000만대로 20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 하락과 성능 개선(주행 거리 증가)으로 더 작고 저렴한 EV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내연 기관 차량보다 배 이상 비싼(2019년 기준) EV 가격이 2023년에 비슷해지고, 2025년에는 더 저렴해질 것으로 봤다. 자동차 가격 하락은 수요 및 판매량 증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은 글로벌 정책 기조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은 2019년 기준 44만5777대(군용 포함)로, 2020년 테슬라가 판매한 전기차 대수(50만대)에 육박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특별행정명령을 통해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덴마크와 영국 역시 2030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는 만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GM은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1’에서 “2025년 말까지 새로운 전기차 모델 30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르노-닛산-미쓰비시, 폴크스바겐그룹,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시 일제히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중국도 큰 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중국 BEV(배터리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 시장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2%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EV용 원자재부터 부품, 배터리(CATL), 완성차 업체(BYD, NIO 등)까지 자체 밸류체인(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 우선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중국은 코발트 주요 생산국인 콩고 코발트 광산 40%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이다.


    테슬라 최대 무기는 ‘자율주행’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망. [아크 인베스트]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망. [아크 인베스트]

    전기차 빅뱅 시대를 맞은 테슬라의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최대 무기가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말한다. 배터리 기술·가속 성능·디자인·가격 등 강점을 앞세워 당분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후발주자들이 쫓아오면 자율주행 기술로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테슬라는 1월 27일(현지 시각) 2020년 4분기 차량 인도량(vehicle deliveries)이 18만667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모델 3과 모델 Y 인도량이 75% 급증하며 전체 인도량을 끌어올렸다. 2019년 12월 상하이에 세운 공장 덕에 중국 판매가 크게 늘었다. 2020년 연간 차량 인도량 역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핵심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과 판매량 급증이다. 테슬라는 영업이익, 이익률 둔화를 무릅쓰고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이것이 인도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마진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차량을 많이 판매해 시장 1위 지위를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2020년 기준 북미(미국, 캐나다) 시장점유율이 약 1.5%로 2017년(약 0.3%) 대비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EV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전체 승용차(light-duty vehicle) 시장 점유율이다. 테슬라의 EV 시장 점유율은 18%로 업계 1위다. 

    시장점유율은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율주행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다량의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ADAS, 운전보조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통해 압도적인 양의 도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축적하는 실도로 주행 데이터는 경쟁사가 쉽게 쫓아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도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FSD가 출시되면 그동안 이연(移延) 수익으로 처리했던 서비스 매출이 실제 실적에 반영돼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테슬라는 올해 베를린과 텍사스 2개 공장에서 모델 Y 생산을 시작한다. 테슬라는 “향후 수년간 차량 인도량이 연평균 50%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넥스트 아이폰’ 절실한 애플, 무기는 M1칩

    애플은 현재 전기차 ‘애플카(가칭)’ 출시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결국 전기차를 내놓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80%에 달하는 절대적인 부분(2020년 회계연도 기준)을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매출 비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연간 매출이 2018년 1649억 달러, 2019년 1424억 달러, 2020년 1378억 달러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매력적인 하드웨어로 고객을 확보한 후 애플 생태계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을 펼쳐온 애플의 과거 행보를 볼 때 다음 10년 먹거리를 위해 ‘넥스트 아이폰’이 절실한 상황이다. 

    애플카는 애플 핵심 역량인 칩 기술 활용 측면에서도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이어 최근 PC용 M1칩까지 자체 개발, 독보적인 칩 기술력을 구축했다. M1칩 성능 테스트(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이미 업계 최고 인텔칩 수준에 도달했다. 

    강력한 칩 설계 능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등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으며 중국 폭스콘이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듯 완성차 업체와 협업해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애플과 현대·기아차그룹의 협업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와 관련해 2월 8일 현대차그룹은 애플과의 협력과 관련된 보도가 계속 나오는 데 대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애플카는 ‘최초보다 최고’를 추구하는 애플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애플은 MP3,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을 선보일 때 최초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고 시장 반응을 지켜본 후 본격적인 수요가 확인될 때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애플이 자율주행에 대해 고민한다면 자체적인 차량 개발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새로운 사업은 중장기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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