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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그곳은 의학적으로 질(膣·vagina)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옥문(膣)’이라고 했다. 옥문에서 흐르는 옥수에 대해 흔히 남성들은 “물이 좋다”는 표현을 종종 한다. ‘물’과 여인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먼저 질에서 분비하는 체액 중 대표적인 게 생리혈이다. 매달 한 번씩 충혈 된 자궁내막 세포벽이 떨어져 질강(膣腔·질 속의 빈 공간)을 거쳐 밖으로 흘러나오는데, 체액이라기보다는 피에 가깝다. 여성들은 생리와 다음 생리 중간에 ‘코보다 묽은 냉’이 나온다고 호소하는데, 이는 다분히 정상적인 일이다. 배란 시기에는 에스트로겐 영향으로 자궁경부에서 만들어진 경부점액이 점도가 묽어지며 ‘물 같은(Watery)’ 점액으로 탈바꿈한다. 정자를 받아들이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소변이 사랑의 행위 절정의 순간에 분출되는 분비물의 원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소변은 질강 바로 위 요도구에서 나온다. 쉽게 말해 사랑을 나눌 때 나오는 분비물을 애액(愛液)이라고 하는데, 이 애액에는 외음부 및 질강 내에 분비되는 질 윤활유가 있고, 절정기에 요도를 통해 나오는 점도가 높고 우유 같은(milky) 소량의 전립선액이 있다. 절정기에 남성의 사정액이 사출되듯이 요도로 분출되는 스퀄팅(Squirting·분출·이하 SQ)도 있다.
남성 사정처럼 분출되는 여성 스퀼팅
여성은 성적 자극을 받으면 외음부의 바톨린샘 분비로 속옷이 젖는다. 이 같은 질 윤활유는 외음부 주위의 정맥혈관총(Venous plexus)에서 혈액 중 혈장을 자궁벽을 통해 뿜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외음부와 질강이 축축해져야 남자의 성기가 질 내로 진입하기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성행위가 절정에 다다르면 질벽이 수축하는데, 클리토리스나 요도 부근까지 수축한다.이때 여성의 전립선에서도 점도가 높고 우유 같은 분비물이 요도로 나온다. 약 1cc 분비한다. 간혹 어떤 여성은 요도에서 소변과 유사한 액체를 분출을 하는 SQ가 일어나기도 한다. 소변을 보는 것 같지만 소변은 아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준비된 소변이 여러 물질과 혼합돼 요도에서 분출하는 것이다. 옛 성의학자들은 이 상황(SQ)을 여성의 사정이라고 했다.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오줌보다 옅은 투명 액체가 단번에 폭포수나 소방호스에서 분출되는 물처럼 뿜어져 나올 수 있다. 적게는 10cc에서 많게는 100cc가 한 번에 나온다. SQ 내용물은 소변이 아니다. 소변에 있는 요산, 요소, 크레아틴 성분은 적다. 전립선액에서만 볼 수 있는 PSA(전립선특이항원)와 소변에 없는 포도당과 과당이 검출된다. 따라서 SQ는 성행위 중 소변이 나오는 게 아닌 것이다.
평소 여성의 질은 생리(월경) 때를 제외하고는 끈끈한 점액으로 굳게 닫혀 있다가 배란기가 돼서야 에스트로겐 영향으로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1년 중 30~40일(1년 12~13회)이 그런데, 이때 임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요즘은 초음파 기계로 여성 배란일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지만, 선조들은 질 분비물로 짐작했다고 한다. 중국의 황실 이야기를 담은 대하사극을 보면 간혹 황제의 여인들(후궁) 배란일을 당사자가 아닌 상궁들이 짚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생리주기를 기반으로 고쟁이에 묻은 분비물의 성격과 냄새와 맛으로 남의 배란일을 유추한 것이다.
질 세정제와 여성청결제 차이
건강한 질에는 락토바실러스라는 산성의 유산간균이 서식한다. 그래서 시큼한 맛이 나는데, 배란기가 되면 달걀흰자와 같은 분비물로 더 시큼해진다. 그 시대에는 충분히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옛날 어르신들이 난임 여성에게 “애 대여섯 낳은 이웃 여인 고쟁이를 빌려서 입어보라”고 귀띔한 이유가 고쟁이에 묻은 유산간균 덕을 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지금 여성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겠지만.특별한 이유 없이 착상이 안 되면 의사는 자궁내막 조직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생물 분포를 관찰하는 검사(EMMA)를 한다. 질 내와 자궁내막에 임신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질이 건강하지 않거나 질염이 생기면 분비물의 색깔도 탁해지고 생선 비린내처럼 고약한 냄새가 난다.
질염에는 세균성 질염, 칸디다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다. 여성 질염의 절반은 세균성 질염이다. 락토바실러스와 같은 질 내 유익균이 줄어들고 나쁜 균이 증식하면서 생긴다. 또한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의 일종인 칸디다균이 원인이다. 분비물이 하얀 치즈 형태가 되고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트리코모나스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트리코모나스성 질염으로 고생하는 여성도 있다. 성 접촉이나 공중 변기를 사용하거나 목욕탕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황색 혹은 초록색을 띠고 거품이 생기는데, 질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자궁경부(자궁 밑 부분)에 딸기 모양의 홍반이 보이기도 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발병됐다면 여성만 치료하면 안 된다. 남편(애인)도 같이 치료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흔히 여성들은 질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청결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사용하는 제품이 여성청결제(화장품)인지 질 세정제(의약품)인지는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질 세정제는 감염 치료가 목적이다. 세정을 위해 남용하는 건 금물이다. 살균작용을 하는 포비돈요오드나 트리클로카르반 성분이 있어 질 내 좋은 세균(유산간균)까지 씻어버려 자칫 나쁜 균의 침범을 부추길 수 있다.
여성청결제는 살균 및 감염 치료 목적이 아니라 평상시 외음부를 씻어내는 용도로 쓰인다. 질내 산도가 유지돼야 병원균을 막아줄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여성청결제를 고를 때 알칼리성이 아니라 약산성인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좋다. 산도(pH)가 낮아지면 염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집콕’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보니 질염으로 치료받는 젊은 여성이 부쩍 늘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질염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많이 생긴다고 알려졌지만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습도가 높은 환경에 의해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다.
질염 예방하려면 유산균을 섭취하라
질염은 방치해선 안 된다. 방치하면 자칫 골반염·방광염이 발병할 수 있고, 난임을 유발한다. 병원에서 난임검사 항목에 질내세균배양검사가 들어 있는 이유다. 대부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돼 방치되면서 난임까지 유발하는 것이다. 또 여성은 요도 길이가 짧고 항문과의 거리가 가까워 회음부 및 질 입구에 바이러스가 쉽게 증식할 수 있다.질염을 예방하려면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 락토페린(면역력 증강 등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항바이러스 물질)을 투여한 결과 세균성 질염 관련 박테리아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2014년 일본 쇼와대학 연구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선조들은 식품영양학자이자 생식의학자에 가깝다. 청국장이나 김치 등 우리의 전통 먹을거리는 유산균의 보고(寶庫)다.
생식기 건강은 생명을 잉태하고 남녀의 행복지수를 높인다. 부부간 운우지정(雲雨之情)은 넘치고 과분할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그래야 자손도 잘 본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