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으면 작은 봉오리가 톡톡 터지며 색다른 맛을 선보이는 바다의 나물 톳. [GettyImage]
톳은 바다에서 나는 봄나물이다. 가을에 움이 터서 자라면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먹는다. 이맘때 바닷가 시장에 가면 바구니에 철철 넘치게 담은 것도 모자라 시장 바닥까지 뒤덮은 톳을 볼 수 있다. 크게 자란 톳은 다발 길이며 풍성함이 무성한 수양버들 저리가랄 정도로 넘실넘실한다.
톳과 깨 버무려 톡톡 깨어먹는 맛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톳에 맑은 액젓, 설탕, 고춧가루 등을 넣어 버무린 뒤 통깨를 듬뿍 뿌려주면 고소하고 맛있는 톳무침이 된다. [GettyImage]
톳을 사면 손질부터 해야 한다. 크게 자란 톳은 줄기가 억셀 수 있으니 잔가지만 훑어 낸다. 가지가 자란 반대 방향으로 훑으면 쉽다. 손으로 주물럭거려 보면 질긴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줄기라고 해서 다 버리지 말고 억센 부분만 떼어 낸다. 고흥에서 받은 톳은 보들보들 어리고 연해 한 줄기도 버릴 게 없었다.
손질을 마치면 커다란 냄비에 물을 팔팔 끓여 톳을 데친다. 톳은 끓는 물에 빠지자마자 청록색으로 예쁘게 변한다. 뭉치지 않게 휘휘 저어 골고루 녹색으로 변하면 바로 건져 찬물에 씻는다. 검붉은 물이 빠지며 점점 맑은 물만 남는다. 체에 밭쳐 물기를 빼두면 일을 절반은 한 것이다.
톳은 비린내나 짠물 맛이 연하다. 향은 은은하고, 맛도 맹맹한 가운데 바닷물 맛이 잔잔하게 날뿐이다. 신기한 것은 이 무심한 톳이 양념을 만나면 만 가지 맛을 낸다는 점이다. 초장에 찍거나 버무려도 좋지만 톳의 개성을 고려해 액젓이나 된장에 한 번 무쳐 보길 권한다.
톳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물기를 꼭 짠다. 빨간 고추, 청양고추, 대파를 잘게 썰고, 마늘을 다져 넣는다. 까나리나 멸치로 만든 맑은 액젓을 조금씩 부어 버무리면서 간을 본다. 설탕을 아주 조금 넣으면 감칠맛이 좋아지고, 고춧가루를 살짝 곁들여도 좋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듬뿍 뿌려 섞는다. 참기름을 넣으면 향이 좋아지나 액젓의 낭창한 맛이 줄어든다.
이렇게 버무려 찬 곳에 한숨 뒀다가 밥반찬으로 먹는다. 양념 맛이 어우러지며 처음 버무렸을 때와 다른 새로운 맛이 난다. 거짓말 조금 보태 한 젓가락에 한 줌씩 먹게 된다. 목구멍 가득 채워 넘어가는 매끈하고 짜릿한 맛에 뜨거운 밥이 따라가기 바빠진다. 톳과 깨를 톡톡 깨어먹는 맛 또한 놓칠 수 없다.
담백한 톳밥, 칼칼한 낙지볶음과 찰떡궁합
톳을 넣고 지은 가마솥밥. [GettyImage]
톳밥도 별미다. 생톳을 깨끗이 다듬어 넣어도 좋고, 데친 톳으로 밥을 지어도 된다. 생톳으로 밥을 지을 때는 청주나 참기름을 한 숟가락 넣어주면 좋다. 혹시 날지도 모를 잡내를 잡는 용도다. 표고버섯처럼 향이 좋은 재료와 섞어 밥을 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톳밥은 양념장에 비벼 먹고, 젓갈을 조금씩 얹어 먹거나 칼칼한 낙지볶음 등과 곁들여 먹으면 맛도 좋고 속도 편하다. 건조 톳을 구해 밥에 넣어 먹는 간편한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