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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화국’ 출범? 토호세력 결탁한 지방경찰 어떻게 막나 [신평의 풀피리㉔]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경찰공화국’ 출범? 토호세력 결탁한 지방경찰 어떻게 막나 [신평의 풀피리㉔]

  • ● 사법절차 침투한 연고주의, 그 치명적 폐해
    ● 정권이 주도한 ‘검찰 악마화’의 속내
    ●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협박
    ● 견제장치 없는 ‘공룡 경찰’ 탄생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5·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경북 경주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산다.

1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왼쪽 네 번째)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왼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뉴스1]

1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왼쪽 네 번째)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왼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사회는 박력 있는 사회다. 변화무쌍하고 위기가 닥치면 난관을 돌파하는 힘이 강하다. 그런데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힘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것이 개인적 연고에 따라 이익을 주고받는 연고주의다. 젊은 청년에게 이것은 큰 족쇄로 작용한다. 지금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채용부정’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대단히 동질적인 사회다. 이제 단일민족이라는 허구는 거의 깨졌으나, 여전히 인종·문화적으로 오랜 세월 속에서 하나로 뭉쳐진 동질사회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단일민족 신화를 내걸며 오랫동안 그 속에 도취해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다민족사회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이 지배계층의 주축이 되고, 아이누족을 비롯한 토착민족과 남방에서 열도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혼합했다. 최근에는 왕가에서 일반 시민 딸들과 혼인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던 시기에 남겨진 왕가 사람들 외모를 보면 한국인의 보편적인 얼굴과 많이 닮았다. 이것은 일본인에게서 들은 말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유별난 선민의식으로 유명하나, 유다민족 중에는 황인종이 있고, 주로 에티오피아 지역에 사는 흑인종도 있다.


목민심서에도 나오는 연고주의 폐해

한국처럼 동질적 요소가 아주 강한 사회가 갖는 장점도 많다. 일사불란한 정책을 단기간에 펼 수 있다. 한국이 광범위한 인터넷 보급으로 정보통신(IT) 산업이 발달한 건 그 덕택이다. 그러나 폐해도 있다. 항상 조급증에 시달리며 사회 전체가 작은 일에도 울렁거린다. 가장 큰 폐해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룰(rule)이 무시된 채 개인 연고에 따라 과다하고 특별한 이익이 주어지는 연고주의가 강한 점이다. 

다산 선생은 관리의 마음가짐을 가르치고자 쓴 책 ‘목민심서’에, 목민관이 저 멀리 고향에서 오는 친척을 맞으면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고개를 조금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렇게 하지 앉으면 관리가 인간적으로 몹쓸 사람으로 치부됐던 것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중에는 간혹 일본 고등고시 사법과나 행정과에 합격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그들을 판‧검사로 임용할 때 중요 보직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기록에 남은 글을 보면, 특별히 민족적 차별을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조선인은 연고에 약해 일을 그르칠 염려가 크다고 봤다. 이런 저런 기록을 봐도 한국인이 유난히 연고주의에 약하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될 것이다. 



그런데 이 연고주의가 다른 분야가 아니라 사법절차에서 기승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사회적 안정성(stability), 통합성(integrity)이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없어지는 셈이다. 사회 공익을 위해, 혹은 그가 저지른 범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생각해 엄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법원에 소위 ‘빽줄’을 동원해 처벌을 유야무야 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연고주의 강한 경찰〉검찰〉법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오른쪽)이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간사, 이낙연 대표, 윤호중 위원장.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오른쪽)이 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간사, 이낙연 대표, 윤호중 위원장. [뉴스1]

사법절차에서 연고주의 폐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예가 ‘전관예우’와 ‘사건브로커’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직사회 내부자에 의한 ‘관선변호’라는 점을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다. 

이러한 연고주의가 사법절차에서 발현하는 현상인 ‘전관예우’ ‘사건브로커’ 그리고 ‘관선변호’가 가장 뚫고 들어가기 쉬운 곳은 어디일까. 경찰〉검찰〉법원 순이다. 오랫동안 사법절차에 몸담아온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그렇다. 대체로 어림잡아 수치화한다면, 법원이 갖는 위험성을 1로 한다면, 검찰은 5이고, 경찰은 검찰의 5배, 즉 법원의 25배 정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화를 낼 사람도 있겠으나, 주관적인 경험치를 말한 것이니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 정권 들어 시도 때도 없이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을 악마화 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 갖는 어둠을 훨씬 증폭시킨 지독한 어둠을 갖기 마련이다. 이것을 홍보수단을 총동원해 새하얗게 칠해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해버렸다.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이 정권에서는 연일 검찰 무력화에 치중했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거세가 있었으나, 이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검찰 힘을 빼서 경찰에 실어주는 것이었다. 민주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김영삼(YS) 정부 이후로 ‘법에 의한 사회질서’ 수립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서 정권 말기에 이를 때마다 검찰은 수사권을 발동해 정권의 운명을 재촉했다. 이런 경험의 학습효과로 최소 20년 집권을 목표로 하는 현 정권은 ‘검찰의 힘 빼기’를 선결과제로 삼았다. 

이제 우리 앞에는 거대한 경찰이 가로서있다. 가히 ‘공룡’ 수준이다. 정부는 경찰을 세 파트, 즉 수사·국가·자치경찰로 나눠 지휘·감독체계를 나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세밀한 구상이 완성되기도 전에 황급히 검찰 무력화에 치중하며 국가수사본부 발족을 서둘렀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도 경찰이 가져왔다. 

이제 검찰은 6개 범죄 외에는 수사를 할 수 없는 반면, 경찰 수사가 대폭 확대된다. 나아가 수사의 1차종결권도 갖는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후 검사가 불송치 기록을 검토해 경찰에 재수사를 1회에 한해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그 사건에 관해 특별한 개인적 흥미가 있다거나, 경찰의 독직이 언론에 공표된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검사에게 재수사를 요구할 정도의 강한 사명감을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이 관료주의의 특성이다. 검사도 무난한 처신을 우선시하는 평범한 관료다. 따라서 경찰은 이제 거의 제한되지 않는 힘을 구사하며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검찰 무력화와 경찰 힘 싣기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경찰개혁 추진현황 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경찰개혁 추진현황 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수사제도 개편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나마 경찰의 권한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방안이 누락된 점이다. 경찰에 대한 독립감시기구 설치도 무산됐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공석인 상태에서 엉성하게 출범했다. 이를 볼 때 검찰 무력화와 경찰에 대한 일방적 힘 싣기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현 정권의 장기집권 의도를 실현하려고 속전속결로 해낸 과제였던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검찰이 아예 수사를 못하게 하고 단지 기소업무만 맡도록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검찰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이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희한한 입법을 하도록 미리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 저 무도함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결국 공룡화한 경찰과 그 권한행사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의 결여는 이 정권의 ‘검찰개혁’ 핵심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한 가지 결정적인 위험요소가 첨가된다. 바로 연고주의의 경찰 침투다. 앞서 말한 대로, 개인적 추산이긴 하지만, 경찰이 연고주의에 빠지면 과거 검찰에 연고주의가 들어간 것보다 5배 정도 더 큰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검찰공화국’ 대신 그보다 훨씬 위험한 ‘경찰공화국’ 출범을 맞은 것이다. 

경찰에 대한 연고주의 침투를 가장 용이하게 하는 ‘루트’는 토호세력과 지방경찰의 결탁이다. 검사들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검사나 판사는 퇴직 후 변호사를 할 수 있다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부패해도 어느 정도는 한도를 지킬 수 있었다. 옛말에도 “항산(恒産)이 있으면 항심(恒心)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까닭에 권력은 자존심을 쉽게 버리지 않는 검찰이나 법원이 항상 버거웠던 것이다. 

한국 토호세력은 무시무시한 존재다. 그들에게는 어떤 상식적 양심, 도덕률도 없다. 오직 무자비한 생존경쟁에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밖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동안 어느 정도 움츠렸던 그들이 ‘경찰공화국’ 출범으로 드디어 일어설 때가 왔다. 

‘경찰공화국’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느냐는 이용구 법무차관의 변호사 시절 운전기사 폭행사건 처리에서도 잘 나타났다. 경찰은 판례를 엉터리로 해석하고, 사건발생 지점을 의도적으로 바꿨으며, 사건 진행과정도 조작했다. 서울 한복판 ‘서초경찰서’에서 일어난 사건인데도 그랬다. 시·군 단위 지방으로 가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시무시하다.


‘경찰공화국’ 출범, 발호하는 토호세력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박완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운데)와 서범수(왼쪽), 최춘식 의원. 이들은 이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 내사종결과 관련해 경찰청장에게 항의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박완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운데)와 서범수(왼쪽), 최춘식 의원. 이들은 이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 내사종결과 관련해 경찰청장에게 항의했다. [뉴스1]

그동안 많은 이가 검찰의 편향된 엉터리 사건처리로 많은 고통을 받아온 걸 잘 안다. 그러나 악몽 같은 사건처리는 이제 더욱 빈도를 높여, 그리고 더욱 악성의 모습을 띠며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과거 검찰보다 대폭 늘어날 게 틀림없는 경찰의 자의적인 처분은 돈 없고 힘없는 국민에게는 올가미가 돼 목을 조를 것이다. 

수사도 하나의 과정이다. 수사 중 여러 일이 일어난다. 반전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때마다 엄정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수사경찰은 그럴만한 법적 소양이 부족하다. 한 번 발생한 잘못은 계속 그 뒤 절차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언론에 보도된다든지 하는 따위의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에게 주어진 거의 전폭적인 재량을 막을 장치가 없다. 웬만한 일은 덮어주는 관료주의의 편리한 덮개도 작용한다. 외부적으로 경찰의 일탈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도 대단히 미흡하다. 그가 가진 막강한 권한을 바라보며, 연고에 의한 청탁은 폭포처럼 쏟아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타날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본격적인 ‘경찰공화국’ 출범은 사건처리의 왜곡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경찰은 역사적으로 확고한 견제장치가 없는 한 기본적으로 권력의 편에 선다. 어떤 면에서는 권력에 굴종한다. 한국 경찰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경찰을 조종하고, 때로는 쉽게 타협을 이루며 그들만의 태평성대를 구가할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권력형 비리는 묻히고, 권력은 점점 더 폭주의 동력을 얻어갈 것이다. 

아! 진정으로 국민 전체를 생각하며 공의로운 국가제도를 운영해나갈 이가 이리도 없단 말인가. 저들이 퍼질러놓은 오물을 과연 언제 누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이어짐

퍼뜩하면 삐지는 막내딸
누굴 닮아서 그렇지 하고 핀잔 준다
옛날 어머니에게 걸상 사달라고
몇 날을 조르고 졸랐다
허름한 중고가구점에서 벌어지던 흥정
시간이 흐를수록
가난은 어머니의 얼굴을 덮고
그것이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다
왕짜증 내는 나에게
야가 와 이라노, 와 이라노
하시며 쩔쩔 매던 어머니
이제 나는 어머니가 되고
딸애는 내가 되었다
생의 이어짐은 찬란한 날개
푸른 산맥 위로 훨훨 날아올라
한 세상 가뿐히 건너가련다

산수유 붉은 열매는 추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꽃눈은 벌써 나왔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나무들은 겨울을 그냥 나는 게 아니다. 혹독한 조건에서도 있는 힘을 다하여 봄의 꽃과 새싹을 틔울 눈을 만든다. 생명은 결코 쉬는 법이 없는가보다. [신평 제공]

산수유 붉은 열매는 추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꽃눈은 벌써 나왔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나무들은 겨울을 그냥 나는 게 아니다. 혹독한 조건에서도 있는 힘을 다하여 봄의 꽃과 새싹을 틔울 눈을 만든다. 생명은 결코 쉬는 법이 없는가보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 역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2018년 대한민국 법률대상 등 수상




신동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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