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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 듬뿍 찍어 오도독오도독 먹는 물미역, 그 맛

김민경 ‘맛 이야기’ ㊹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초장 듬뿍 찍어 오도독오도독 먹는 물미역, 그 맛

불린 미역에 국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바락바락 치댄 뒤 냄비에 달달 볶아 국을 끓이면 감칠맛나는 미역국이 완성된다. [GettyImage]

불린 미역에 국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바락바락 치댄 뒤 냄비에 달달 볶아 국을 끓이면 감칠맛나는 미역국이 완성된다. [GettyImage]

새해 떡국을 먹으며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올해 내가 몇 살이냐면, 작년 나이에서 한 살을 먹어버렸으니 작년보다 한 살 적어졌지.” 그렇지만 떡국을 먹었으니 다시 한 살 더해져 나이는 제자리인 것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나라 사람이 진짜 한 살을 더 먹는 날에는 떡국이 아니라 미역국이 상에 오른다. 

미역국은 산모가 먹는 음식으로 젤 먼저 꼽힌다. 몸을 추스르는 내내 곁을 지키는 친정엄마 같은 영양식이다. 몸에서 빠져나간 칼슘을 보충해주고, 조혈 작용을 도우며, 변비를 해소하고, 칼륨과 각종 미네랄, 비타민을 더해준다. 수유가 원활하도록 돕는 구실도 한다. 자극 없이 순한 맛이지만 구수하고 감칠맛 좋은 미역국은 충분히 부드럽게 끓이면 치아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다.


뽀얀 미역국에 고소한 들깻가루

한 웅큼 정도 되는 미역을 물에 불리면 둘이서 한 끼 먹을 양의 미역국을 끓일 수 있다. [GettyImage]

한 웅큼 정도 되는 미역을 물에 불리면 둘이서 한 끼 먹을 양의 미역국을 끓일 수 있다. [GettyImage]

미역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모든 바다에서 자란다. 바위에 붙은 것을 채취하는 자연산 즉, 돌미역이 있고, 줄에 붙여 키우는 양식이 있다. 투명한 몸체에서 갈색 빛이 나는 생생한 물미역, 합판처럼 단단하게 마른 미역, 소금에 푹 절여진 염장 미역 이렇게 세 가지가 주로 시장에 나온다. 

물미역은 초록색이 나도록 끓는 물에 데쳐서 먹는다. 넓은 이파리 쪽에 흰 밥을 얹고 그 위에 갈치속젓 조금 묻혀 쌈으로 먹으면 그만이다. 오도독오도독 씹는 맛 좋은 줄기는 초장에 콕콕 찍어 그대로 먹는다. 데친 미역을 듬성듬성 썰어 액젓과 다진 파,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으면 생생하면서 적당히 배릿함도 배어나와 참 맛있다. 물미역으로 국도 끓이는데 이때 미역귀를 넣으면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더 좋아진다. 

마른 미역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 다음 요리한다. 바짝 마른 미역이 물을 만나면 거침없이 불어난다. 한 손 가득 마른 미역을 쥐면 둘이서 한 끼 먹을 양의 미역국을 끓일 수 있다. 물에 담가 충분히 부드러워진 미역은 조물조물 깨끗이 씻은 다음 먹기 좋게 자른다. 우리 엄마는 불린 미역에 국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바락바락 치댄 뒤 냄비에 달달 볶아 국을 끓이셨다. 유난히 입에 착 감기는 엄마 미역국 맛의 비결이 밑간이라 생각해 나도 꼭 그렇게 끓인다. 



좋은 미역이 국물 맛의 뼈대를 이루고 나면 그 위에 개성을 더하는 건 쇠고기, 굴, 가자미, 홍합, 굴 같은 부재료들이다. 부재료가 없다면 뽀얗게 우러난 미역국에 납작하게 썬 가래떡을 불려 넣고, 거피 들깻가루를 두어 큰 술 넣고 한소끔 끓여 먹는다. 구수하고 시원하며 달게 맛나다. 고기나 해물 한 쪽 없어도 크고 깊은 맛이 난다.


염장 미역의 새콤한 변신

짭짤하고 고소한 염장 미역 무침은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밥반찬이다. [GettyImage]

짭짤하고 고소한 염장 미역 무침은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밥반찬이다. [GettyImage]

마른 미역을 불리면 무치거나 볶아도 먹을 수 있다. 바다의 나물이니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처럼 입맛에 맞게 양념해 즐기면 된다. 별미는 미역귀다. 우아한 물결무늬가 바글바글 모인 미역귀는 수많은 결로 이뤄진 공처럼 생겼다. 마른 바위처럼 단단하니 요리 전 충분히 불려야 한다. 불린 미역귀는 여러 조각으로 자른 다음 기름에 튀기고 소금 설탕 뿌려 바삭바삭하게 먹어도 맛있고, 고추장에 물엿이나 꿀을 섞어 달고 찐득한 양념을 만든 다음 조물조물 무쳐 먹어도 맛있다. 입에서 우물우물 뱅뱅 돌려가며 씹는 맛이 달고 재밌다. 

염장 미역은 물미역이나 마른 미역처럼 주연급은 아니지만 한동안 안 먹으면 문득 궁금해지는 반찬이다. 값 싸고, 요리하기 좋고,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이라 식당 사장님들에게 사랑 받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염장 미역은 소금 범벅이니 요리 전 물에 헹군 다음 맑은 물에 담가 짠맛을 빼야 한다. 이때 너무 많이 맛을 빼면 나중에 간을 해도 영 맹맹하다. 20~30분 정도 물에 담갔다가 미역을 조금 떼어 맛을 본다. 짭짤하다 싶으면 그때부터 요리하면 된다. 다진 마늘로만 양념한 뒤 기름에 볶고 참기름 똑 떨어뜨려 섞어 먹는다. 이때 당근, 피망, 양파, 쪽파, 맛살 같은 것을 길쭉하게 준비해 넣어도 맛있다. 미역줄기는 잡채에 넣어도 매끌매끌 맛과 색이 잘 어울린다. 풋고추, 오이, 양파, 깻잎, 데친 콩나물 등을 넣고 무쳐 먹어도 맛있다. 새콤달콤한 양념과 잘 어울리고, 고춧가루를 살짝 곁들여도 좋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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