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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 간호사들 “쏟아지는 땀에 화장실 갈 필요 없어”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절규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코호트 격리 간호사들 “쏟아지는 땀에 화장실 갈 필요 없어”

  • ● 간병인 역할하며 20시간 근무…“동료 보고 버텼다”
    ● 12월 코호트 격리 요양병원 확진자만 996명
    ● ‘양성’ 반응 요양보호사가 환자 돌보기도
    ● “당국은 관리 잘못하면 ‘병원 책임’ 협박만…”
    ● 국민청원 글 오르자 부랴부랴 환자 이송
    ● “선제 병상 확보 못 하면 반복될 문제”
2020년 12월 29일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의료진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뉴스1]

2020년 12월 29일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의료진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뉴스1]

“환자 기저귀를 갈고 식사를 돕다가 하루가 다 갔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었다. 간병사는 나가고 간호 인력은 절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 하루 20시간 근무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생각하며 버텼다.” 

지난해 12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된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 A씨의 말이다. 12월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 14곳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996명이었다. 이 중 99명이 사망했다.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 149명 중 요양병원·시설 감염자는 57%(85명)에 달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월 3일에야 ‘요양병원 긴급의료 대응계획’을 내놨다. 지역감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단 거주 시설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들려온 외침

2020년 12월 27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이 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020년 12월 27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이 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후 방역 당국의 초동 대처는 사실상 없었다. A씨가 근무한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 지급된 물품은 N95 마스크(의료용 호흡기 보호구)가 전부였다. A씨는 “병원 내 종사자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뒤 3~4일이 지나도록 대처 방법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 방호복도 확진자가 발생한 병동에만 지급됐다”며 “환자 격리 등 모든 조치는 지방자치단체 방역관리팀 승인하에 이뤄져야 하는데, 사전 조치인 전수검사도 더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타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걸 보고 해당 병원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씁쓸해했다.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의 열악한 사정은 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은 “코호트 격리 후 아무런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직원 60여 명이 병원에서 숙식하며 행정·방역·환자 치료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간호 인력이 번아웃(탈진)되면 아무도 환자를 돌보지 못할 상태가 될 것”이라고 썼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12월 15일부터 1월 13일까지 미소들요양병원에서는 23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국민청원 게시글로 요양병원에 이목이 쏠리자 A씨가 근무한 병원에서도 환자 이송이 시작됐다. A씨는 “코호트 격리되는 동안 중증환자는 가래가 많아지고 점점 기력이 떨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음성환자를 격리하고 동선을 차단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며 “중대본이 나서기 전까지는 관할 보건소에 여러 차례 문의 해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코호트 격리로 갇힌 환자의 가족들도 마찬가지. 1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17일 어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담당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이름이 확진자) 명단에 없다’ ‘(확진자 명단에는 있는데 이송 대기환자 중) 15번째다’며 말이 매번 달라졌다. 확진 판정 10일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식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셨다. 수의도 못 입힌 채 보내드렸다. 코로나19 발생 후 1년이 되도록 정부는 뭘 했나.” 

지난해 12월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울산 양지요양병원 등 코호트 격리된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99명에 이른다.


11개월 전부터 이어진 경고 신호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한 위험성은 지난해 2월부터 지적됐다. 지난해 2월 19일 경북 청도대남병원 첫 확진자 발생 후 방역 당국은 3일 뒤 이 병원을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2월 26일 기준 환자 102명 중 1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17년 질병예방본부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펴낸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 따르면, 코호트 격리는 일정한 원칙에 따라 비슷한 조건의 환자들을 한 병실이나 한 공간에 두는 것을 말한다. 코호트 격리를 시행할 때 확진자·밀접접촉자·비접촉자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감염은 걷잡을 수 없다. 

정신병동·요양병원·장애인 시설 등 집단 거주 시설에서는 한 방에 6~7명이 함께 지내는 일이 다반사다. 함께 격리된 의사·간호사·요양보호사 역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처한다. 코호트 격리 시 인력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12월 요양병원 사태 당시 의료 인력 지원이 늦어져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요양보호사가 계속 환자를 돌보기도 했다. 

코호트 격리된 청도대남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간호사 오성훈(29) 씨는 “당시 확진자 발생 후 3주차가 돼서야 인력·물자가 도착해 상황이 안정됐다. 방역 당국은 코호트 격리 조치 후 빠른 환자 이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집단 거주 시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염병 시기의 인권’ 토론회를 열었다.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는 코호트 격리가 시행된 14곳의 노인요양시설 관계자와 인터뷰한 뒤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 대표의 발표 내용이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입소자가 시설 내 의료적 처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요양시설 관계자들은 코호트 격리에 관한 정확한 내용이 담긴 매뉴얼과 지침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대본은 코호트 격리 후 대응을 지자체에 일임했다. 집단감염은 이어졌다. 2020년 10월 부산 해뜨락요양병원에서 86명, 경기 광주 SRC요양병원에서 144명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10월 요양병원 집단감염 발생 이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코호트 격리로 인한 문제점을 여러 번 건의했지만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2월 29일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열고 코호트 격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 바뀌고 나온 대책, 문제는 돌봄 인력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요양병원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뉴스1]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요양병원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뉴스1]

1월 3일에야 중대본은 ‘요양병원 긴급의료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요양병원에 긴급현장대응팀을 파견하고 확진자·비접촉자·밀접접촉자를 구분해 격리 조치 후 신속한 전원 조치를 시행하는 내용이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권역별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속도 문제다. 요양병원 내 확진자를 치료 시설로 전원(轉院)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양병원 환자는 돌봄 인력이 없는 생활치료시설로 이송하는 것이 어려워 선제적 병상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백신이 도입되기 전 어느 요양병원에서도 집단감염 사태는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병원에 제대로 된 보상책을 마련해 하루속히 전담 요양병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본은 1월 3일 수도권 2개소를 포함해 전국에 7개 전담 요양병원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으나 12일까지 광주·전북에서만 전담 요양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13일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3곳의 전담 요양병원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송해도 문제…부족한 돌봄 인력

돌봄 인력 문제도 있다. 코호트 격리 후 요양병원 내 환자를 전원하려면 요양보호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간호사 업무가 가중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엄 교수는 “요양병원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간호사든 요양보호사든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병원에서 간병 인력을 급하게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 종사자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자체도 요양병원발 집단감염으로 발생한 환자를 돌볼 인력을 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긴급 돌봄을 제공할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300명 모집하는 공고를 올렸지만 지원자는 187명에 그쳤다. 오성훈 간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경북 안동의료원에서 일할 때 요양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를 돌봤다. 돌봄 인력 없이 간호사가 간병인 역할까지 해야 할 경우 일반 환자에 비해 세 배 이상 힘이 든다. 기저질환 약 투약·배변 관리·식사 보조까지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상황을 듣고 의료진이 얼마나 인력난에 시달렸을지 마음이 아팠다.”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B씨는 “지금도 간호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보건 당국은 병원 관리가 미흡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병원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만 보내왔다. 사실상 협박이었다”며 “그동안 정부는 요양병원을 방치해 오지 않았나. 우리만 몰아세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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