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사바나] 25세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지지율 하락, 당 책임 느껴야”

“여야, 똑같은 사람들” 친구 직언에 좌절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1-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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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성 정치 반기 드는 역할에 가두지 말라

    • 3차 재난지원금 청년 빠진 데 아쉬움

    • ‘챗봇’으로 청년정책 접근성 높여야

    • 반복된 대립·갈등 與 책임 느껴야

    • 이낙연 사면 카드 정치적 고려 아니야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평범한 청년도 정치를 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평범한 청년도 정치를 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매번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것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죠. 청년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해요. 젊다고 항상 아이디어가 참신할 순 없잖아요(웃음). 주장을 관철할 때도 ‘지혜롭게’ 말해야 합니다. 회의 전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려요. 회의에서 다들 처음 듣는 척하시지만 미리 제가 이야기했던 거죠. 그래야 쉽게 공감대가 형성돼요.” 

    박성민(25)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사회생활’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8월 31일 박 최고위원은 역대 최연소로 민주당 지도부 일원이 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택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고 말했다. 평범한 대학생인 박 최고위원은 2018년 6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당 청년대변인을 거쳐 최고위원으로 고속 승진했다. 


    “청년 정치인, 비판하는 이미지로만 소비돼”

    박 최고위원은 지난 넉 달 동안 학교생활과 최고위원직을 병행했다. 방학을 맞았지만 박 최고위원은 더 바빠졌다. 당·정·청 청년정책 회의기구 ‘청년미래연석회의’ 2기 공동의장을 맡았다.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재보선 기획단’에도 참여한다. 그의 사무실인 국회 본관 207호 책상에는 학교 수업 자료와 회의 자료가 어지러이 섞여 있었다. 

    - 최고위원 시작한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매번 불안하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어요.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 정치에 답이 있나요. 

    “영화나 드라마로 정치를 접하면 술수가 난무하잖아요. 인물들은 이해타산적이고요. 정치를 실제로 해보니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소신과 원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소신과 원칙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청년이고 막내이기 때문에 모두가 조언할 수 있어요. ‘청년이니까 비판해라’ ‘지도부 결정에 반기 들고 기자회견해라’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말에 아무도 책임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만의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박 최고위원은 당내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 재직 시절 서울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를 피해자 김군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인사청문회 전 문제가 됐다. 이에 박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는 발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평했다. 

    지난해 8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30대 영끌이 안타깝다”고 말하자 박 최고위원은 “청년들에게 집이 갖는 의미를 정치권이 충분이 공감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쓴소리에 박 최고위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도를 넘은 비난 댓글이 달린다. 

    - 비난 댓글을 보면 신경 쓰이지 않나요. 

    “그렇지만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주목받기 위해 발언한 적은 없어요. 당이 더 나은 정당이 되는 데 쓰일 수 있다면 말을 하는 것이죠.” 

    - 주목받는 방식을 아니까 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소비 방식이 전형적이라 생각해요. 선배 정치인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했을 때 기사가 나가요. 청년 정치인과 기성 정치인 대립 구도를 만드는 거죠. 제 역량 부족 탓일 수도 있지만 청년 정치인을 새로운 시각만 제시하는 역할로 규정하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 지지자 분들도 ‘왜 얘는 같은 편만 까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죠.”

    “난 최고위원이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 대표,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 대표,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 50대 남성이 주류인 곳에서 사회생활하면 눈치를 보게 되지 않나요. 

    “처음에는 ‘막내는 침묵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생활 룰을 거스르면 예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스스로 ‘20대 막내’라고 규정하기보다 최고위원이라는 정체성을 먼저 떠올려요. 최고위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힘을 적재적소에 쓰려고 해요.” 

    - 최고위원은 어떤 일을 합니까. 

    “당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하죠. 하부 단위에서 이뤄진 의사결정이 안건으로 올라와요. 최고위에서 그걸 통과시킬지 뒤집을지 결정하죠.” 

    - 뿌듯한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할 때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했어요. 청년 예산 방어를 부탁했죠. 결과적으로 하한선은 지켰어요. 그런 협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좋아요.” 

    - 반대로 아쉬웠던 경험도 있나요. 

    “3차 재난지원금을 논할 때 청년층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겪는 문제가 시급하다 보니 청년층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죠.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아요.” 

    박 최고위원은 “청년이자 여성인 한 사람이 최고위에 포함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20대 열성 지지 바라는 건 허황된 일”

    - 청년을 대표하고 있으니 주변 취재도 하나요. 

    “‘지인 찬스’를 씁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취업성공패키지 등 정책의 미비한 점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요즘 고민을 말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민주당 잘하고 있느냐’고 대놓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 기억에 남는 답변이 있습니까. 

    “‘싫다’는 답변보다 속상한 건 ‘기대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정치에 불신이 깊은 경우가 많아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똑같은 사람들이다’ ‘관심 가져도 어차피 안 바뀐다’ 이런 이야기가 마음 아프죠.” 

    - 민주당 ‘어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청년들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고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20대에게 당에 대한 열성적 지지를 바라는 건 허황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청년층을 하나의 대상으로 묶기보다 청년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게 중요해요. 20대가 겪는 문제나 그들의 관심사를 계속 눈여겨봐야죠.” 

    민주당은 청년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1월 4일 청년정책 총괄기구 청년미래연석회의 2기를 출범시켰다. 공동의장은 이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11월부터 당내 청년TF(Task Force)에서 청년노동·청년부채·청년주거 등 주제를 바꿔가며 매주 목요일 간담회를 열고 있다. 

    - 청년 TF에서 다룬 문제 중 하나를 꼽아주세요. 

    “마음건강 문제가 심각합니다. 사회는 청년이 마음건강 문제를 겪는 걸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보죠.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래도 괜찮다는 시각이 필요해요.” 

    - 현 정부 청년정책에 쓴소리를 한다면. 

    “정책 접근성과 홍보 방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요. 올해 청년 일자리·생활안정을 위한 ‘청년희망패키지’에 20조 원 예산이 사용돼요. 꽤 많은 돈인데 이를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정책이 있어도 대상자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카카오톡 챗봇(검색 로봇) 등 청년세대가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홍보하고 신청 절차도 간소화해야 해요. 언제 어디서나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잖아요. 정책도 필요한 사람에게 딜리버리하는 방법이 필요한 거죠.”

    “전 국민 재난지원금 검토할 시점”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시행한 1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8.6%다. 지난해 12월 5주차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2.5%로 오차범위 내 민주당을 앞섰다.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 위기론이 나온다. 

    - 민주당에 대한 국민 지지가 줄었습니다. 

    “국민 눈높이는 날카롭고 정확해요. 정부 정책이나 여당 정치인의 말·행동을 보며 삶에 힘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지난해 정치권이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기도 했고 대립·갈등도 커졌어요. 당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지점입니다. 검찰개혁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문제였지만 당이 민생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이 대표는 1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당내 반발로 무산된 모양새다. 1일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가 생기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시사했다. 이를 두고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이 대표가 꺼내 든 사면 카드를 두고 새해 정계가 뜨거웠습니다. 

    “이 대표가 정치적 유불리 따져서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분열에 대한 고민에서 한 말이죠.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공공에 플러스가 된다면 이 대표는 이야기하시는 분이에요. 다만 발언 시기는 아쉬웠고 사면을 둘러싼 논쟁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어 이 대표의 진심이 전달되진 못했죠.” 

    - 민주당이 제시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검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해요. 2020년까지 국가 채무는 846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설계·집행 과정을 완전히 다른 눈에서 봐야 하는 거죠. 전대미문 상황에 과거 기준을 두고 현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비판하면 안 되죠.” 

    - 대상이 ‘전 국민’이어야 할까요. 

    “1차 재난지원금 후 두 번의 맞춤형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지속되며 온 국민이 코로나19 경제적 피해 영향권에 들어왔어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후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다시 검토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40대 정치지도자가 없는 이유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바꿀 점이 많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만약 ‘절대 권력’이 주어진다면 당내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자 “청년 인재 육성하는 기관을 만들어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는 왜 40대 정치지도자가 없을까’ 질문이 나옵니다. 이유가 있어요. 지금 청년이 중앙정치에 참여하려면 운이 좋거나 사회에서 정점을 찍어야 해요. 의원 보좌진처럼 정치인을 돕는 메이커(maker) 역할보다 플레이어(player) 역할을 하는 청년 정치인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인재 육성 기관을 통해 풀(pool)을 늘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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