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보스턴 다이내믹스’ 품은 현대차의 최첨단 미래 구상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1-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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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업계는 요즘 ‘로봇기술 확보’ 전쟁 중

    • 현대차, 세계 최고 로봇기술업체 인수로 단숨에 선두권

    • 전통車 메이커에서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

    •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시너지 효과 전망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첨단 기술력이 
적용된 로봇 아틀라스(오른쪽)와 스폿. 
 [현대차 제공]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첨단 기술력이 적용된 로봇 아틀라스(오른쪽)와 스폿. [현대차 제공]

    “이건 ‘컴퓨터로 만든 이미지’(CGI)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가 지난해 12월 30일 트위터에 쓴 글 내용이다. 머스크가 이 설명과 함께 올린 동영상 재생 버튼을 누르면 팔 두 개, 다리 두 개를 가진 인간형 로봇이 온몸 관절을 꺾으며 경쾌하게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 이 로봇 이름은 ‘아틀라스’. 미국에 기반을 둔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것이다. 


    현대차, 세계 최고 로봇 기업 인수

    아틀라스는 멋들어지게 춤을 추다 때로는 한 발, 가끔은 두 발로 껑충껑충 뛰어오르기도 한다. 도약부터 착지까지, 점프의 전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현대 로봇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탄성이 나올 즈음, 이번엔 목과 네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개 모양 로봇 ‘스폿’이 춤판에 끼어든다. 뒤이어 바퀴 달린 길쭉한 로봇 ‘핸들’도 가세해 리듬을 탄다. ‘아틀라스’ 못잖게 유려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 두 로봇 역시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품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1년 새해 첫날을 이틀 앞두고 이 동영상을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누리꾼에게 ‘희망찬 새해 인사’를 건넨다는 취지였다. 머스크는 이 자료를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링크하면서 짧은 감상을 덧붙였다. 

    “내 관심은 온통 뱀 모양 머리를 가진 개에게 쏠렸어요. ‘태엽 감개’(winder) 머리를 한 타조가 무심히 미끄러져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앞 문장은 ‘스폿’, 뒷 문장은 ‘핸들’을 각각 묘사한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머스크와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일 듯하다. 처음엔 사람처럼 춤추는 ‘아틀라스’에 흠뻑 빠졌다가, 곧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스폿’에 시선을 빼앗기고, 종내는 신속하고 매끄럽게 공간을 장악하는 ‘핸들’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 세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왜 지금 세계 최고 로봇 기업으로 평가받는지 잘 보여준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낸 마크 레이버트가 1992년 창업했다. 이후 미국 국방부 등과 협업해 혁신적 로봇을 잇달아 개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이 차례로 이 회사를 인수했고, 올해 또 한 번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이번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11일,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사들이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내외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양산 능력을 가진 현대차와 최첨단 로봇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로봇기술 확보’ 경쟁 치열한 자동차업계

    자동차업계에서 부품 운송 및 제품 조립 등에 로봇을 사용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차 분야 주도권을 잡으려는 기업을 중심으로 로봇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로봇 개발에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 및 센싱(인지) 기술이 미래차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본 혼다는 일찍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 1986년 ‘혼다 로보틱스 연구소’를 세우는 등 투자를 계속해 2000년 세계 최초의 직립 보행 로봇 ‘아시모’를 개발했다. 2019년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는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아 움직이며 길을 안내하는 인공지능 보행 로봇 ‘패스봇’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본 기업 도요타는 ‘CES 2020’에서 소형 배송 로봇 ‘마이크로 팔레트’를 선보였다. 사각형 몸체에 여섯 개의 바퀴가 달린 이 로봇은 도요타의 자율주행차 ‘e팔레트’와 한 세트로 움직인다. ‘e팔레트’가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이크로 팔레트’가 몸체에 물건을 싣고 받을 사람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도 2019년 CES에서 자율주행 트럭차와 함께 움직이며 물건을 고객 문 앞까지 전달하는 개 모양 배송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최근 자율주행 로봇이 주차된 차량 사이를 옮겨 다니며 자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 방식의 충전로봇이 상용화되면 전기차를 위한 전용 주차장을 만들 이유가 사라져 전기차 대중화의 장애물 하나가 사라질 전망이다. 

    현대차도 2018년 로봇 및 인공지능을 핵심 미래 혁신 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다.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사용하는 착용형 로봇, 호텔에서 고객 안내와 룸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 로봇, 인공지능과 모빌리티 기능 등을 탑재한 차량 판매 로봇 등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처럼 독자적으로 확보해 온 로봇 개발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첨단기술력이 더해지면 관련 분야에서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생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전통 車 메이커에서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후 처음 진출을 꾀하는 분야는 물류 로봇 시장이다. 몸체에 바퀴와 팔이 달린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핸들’은 공장에서 제품을 선별하고 이송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현대차는 ‘핸들’ 같은 첨단 로봇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사 공장 및 물류센터 등에 배치하고 로봇의 쓰임새를 점점 넓혀가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입하고, 장기적으로 인간형 로봇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이 단계에 이르면 현재 아틀라스와 스폿에 적용된 보행 기술 등이 현대차의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각각의 시장에 그룹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미래의 핵심 로봇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정착되면서 로봇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도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로봇 시장이 2025년 1772억 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 정부는 이런 흐름을 전망하고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강국 진입’을 목표로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때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마련을 목표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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