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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우상호 ‘박원순 롤모델’ 발언, 공공장소에서 대변 본 것”

[진중권의 인사이트] “당내 경선 통과위한 대깨문 결집용 발언”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우상호 ‘박원순 롤모델’ 발언, 공공장소에서 대변 본 것”

  • ● 민주당, 성추행 피해자 외면하고 차기 대선에만 관심
    ● 우상호의 강난희 응원 메시지, 피해자에게는 3차 가해
    ● 표 가진 이들이 단체로 미쳤을 땐 함께 미치는 게 합리적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우상호 의원.  [뉴시스]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우상호 의원. [뉴시스]

이게 어떤 선거인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이 저지른 성추행 사건 때문에 엄청난 혈세를 들여 다시 치르는 보궐선거가 아닌가. 그 선거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에 정의당에서는 선거의 발단이 된 사건들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자당 후보를 내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정작 이 사태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은 당헌까지 고쳐가며 기어이 후보를 내고야 말았다.


공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동지’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손편지.  [뉴스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동지’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손편지. [뉴스1]

그들에게는 자당 광역단체장들이 저지른 성추행의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보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한 정치 일정 고려가 더 시급하고 중요했던 것이다. 공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미 진보적 가치와는 아무 관계없는 기득권 정당으로 변질된 지 오래라, 그들의 무책임과 무감각을 탓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별로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다음이다. 얼마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이 손편지를 써 공개했다.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 강난희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합니다.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입니다.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뭐라 하든 아내가 개인적으로 남편의 도덕성을 신뢰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도 미덕인지 모른다. 문제는 이 편지의 수신인이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편지는 가장을 잃은 한 가족의 사적 심정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성추행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공인의 명예를 공적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이다. 



이 편지에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후보로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박원순은 내 목숨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 메시지와 관련해 “세 번이나 박 시장을 당선시킨 사람인데 위로를 못 했다는 것이 죄송스러워 위로의 글을 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굳이 그런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면 사적으로 비공개로 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메시지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공개했다. 

유족이 뭐라고 생각하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은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박 전 시장이 피해 여성에게 ‘섹스를 알려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 박 전 시장은 유서에서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사과하면서도 피해 여성에게는 한마디 사과의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그 부인까지 나서 그런 손편지를 공개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그것으로 모자랐을까. 우상호 의원이 문제의 응원 메시지로 피해자에게 3차 가해를 가했다. 이를 보다 못한 피해 여성이 “유족에 대한 의원님의 공감이 피해자인 내와 내 가족에게는 가슴을 짓누르는 폭력”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강난희 여사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낼 때 과연 우 의원은 자신의 메시지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갈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요즘 세상에, 그것도 국회의원씩이나 하는 사람이 그런 행위가 또 다른 가해로 간주될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걸 다 알면서 한 짓이다. 그럼 왜 그랬을까. 간단하다. 강성 친문(친문재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경쟁자인 박영선 후보는 친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 틈을 파고 들어가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는 강성 친문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겠다는 속셈이다.


본선은 먼 얘기, 닥친 것은 당내 경선 통과

스스로 ‘대깨문’이라고 부르는 강성 친문세력은 그동안 피해 여성과 그의 변호인을 향해 집단적·조직적으로 2차 가해를 자행해왔다. 가해 양상도 다양하다. 일명 ‘조국백서’의 저자인 김민웅 목사는 피해 여성이 박원순 전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해 그를 꽃뱀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피해자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그 동네 분위기는 거의 광란이다. 

이 광적 집단이 민주당 내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영합하려고 문제가 될 것을 빤히 알면서도 공공장소에서 엉덩이를 까고 대변을 본 것이다. 여성계를 비롯해 세상이 아무리 그를 비난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절실한 표가 없기 때문이다. 외려 그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대깨문들을 자극해 자신의 득표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가 성추행 가해자를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친 짓이리라. 하지만 표를 가진 이들이 단체로 미쳤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함께 미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물론 대깨문의 지지만으로 본선에서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게 본선은 아직은 먼 얘기, 당장 닥친 것은 눈앞의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것. 그래서 저렇게 부조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새천년 NHK 사건’*을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반성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성추행 사건 때문에 하게 된 보궐선거를 반성과 근신은커녕 대놓고 성추행 가해로 치르고 있으니, 과연 박원순 전 시장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그의 약속이 빈말은 아닌 셈이다. 참 어리석다. 아무튼 이번 선거가 끝나면 ‘새천년 NHK’ 사건은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후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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