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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삐라=불법, “우주의 기운” 모아 인권 외면?

[민경우 586칼럼⑩] ‘평화·통일의 동반자’라는 판타지의 과잉

  • 민경우 민경우수학교육연구소 소장 mkw1972@hanmail.net

대북 삐라=불법, “우주의 기운” 모아 인권 외면?

  • ●문익환, 임수경이 남긴 흔적
    ●“내가 생각하는 조국은 남북 전체”
    ●“통일 없이 민주 없다”는 옛 구호
    ●운동권이 신채호·김구에 주목한 까닭
    ●이인영, 왜 ‘북한’ 아닌 ‘북’이라 부르나
*586세대 NL(민족해방 계열) 이론가이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 출신인 필자가 문재인 시대에 표하는 유감.

 2020년 12월 29일 대북전단금지법이 공포되자 국민의힘 지성호(왼쪽에서 두 번째), 태영호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무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2020년 12월 29일 대북전단금지법이 공포되자 국민의힘 지성호(왼쪽에서 두 번째), 태영호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무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2020년 12월 14일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대북전단금지법을 공포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단체들이 북한을 향해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통과 당시만 해도 반대 여론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이슈의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 영국에 이어 체코와 캐나다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그 나라들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매우 본질적인 시민적 권리라고 판단했다. 나는 대북전단금지법의 이면에 담긴 더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남북관계의 정체성과 관련돼 있다. 한마디로 갈음하면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다.


“당신이 생각하는 조국은 한국이지만…”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됐다. 건국 시기를 놓고 다양한 논쟁이 있었다. 국가란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헌법을 가지고 정부를 구성하며 국가를 보위할 군대를 가진 구체적인 존재를 국가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본래 의미에 부합하는 국가는 1948년 8월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시정부의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해석하는 것은 허망한 주장이다. 

1948년 수립된 국가의 직접적인 뿌리는 1945년 남북 분단에서 비롯한다. 1945~1948년, 더 나아가 1950~1953년의 정치적 배경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시기 대한민국 정부의 성격을 결정한 것은 민족이 아니라 이념이었다. 혈통과 언어가 같은 쪽과 결합하기보다는, 같은 민족이 아닌 미국과 가치관 및 이념적인 결합을 중시했던 것이다. 



1945~1953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폭력과 충돌이 빈번히 발생했다. 남과 북은 5000년 이상 하나의 민족이었다. 따라서 38선 이남에 정부가 들어섰다면 그 정부가 38선 이북에 들어선 나머지 정부와 어떤 관계인지 설명해야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설명이 뒤따랐다. 먼저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다. 1960년대까지 북한은 정부를 참칭하는 반(反)국가단체였다. 이에 따르면 38선 이북 지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이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정부의 통제권이 유지되지 않는 특별 지구다. 다음은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 또한 38선 이남을 일종의 미수복지구로 봤다. 조선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혁명과 건설의 단위는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다. 

혹은 서로를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볼 수도 있다. 1970년대부터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마침 1972년에 7·4 남북 공동 성명이 발표됐다. 이전까지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북한과 대화는 그 자체로 문제였다. 그러나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입장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38선 이북까지 관할권을 확대하기 위해 무력에 의존할 수도 있지만 평화적인 방법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후자의 방법을 택하는 게 당연히 좋다. 

후자의 방법, 즉 ‘평화적인 관할권 확대’라는 생각의 바탕 위에서 1972년 7·4 남북 공동 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2000년 6·15 선언이 가능했다. 필자가 보기에 노태우, 김영삼 정부는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대체로 ‘평화적인 관할권 확대’의 바탕 위에 서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색적인 견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몇 가지 상징적인 사건을 소개하겠다. 1989년 4월 재야를 대표하는 문익환 목사가 북한을 방문했다. 문 목사는 김일성과 회담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문 목사가 국내로 돌아와 수사 받는 와중에 수사관과 나눴던 대화다. 다소 부정확할 수 있지만 취지는 명확하다. 

수사관: “목사님 당신의 행위는 이적행위 아닙니까?” 

문익환: “당신이 생각하는 조국은 한국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국은 남북 전체다.”


민주주의는 통일의 하위 개념?

같은 해 7월 북한을 방문한 임수경은 북한 방문기의 제목을 “어머니, 하나 된 조국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달았다. 1945~1953년 38선 이남에 들어선 국가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친미 성향 정부가 이끌었다. 사태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고 북한 문제는 그 다음일 뿐이었다. 

그런데 문익환, 임수경과 같은 방식에 비춰 본다면 국가는 남과 북을 포괄하는 통일 조국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통일 정부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불완전하거나 하자가 있는 존재다. 재야세력은 이런 주장을 구호에 담아 외치곤 했다. 정부를 반(反) 통일세력으로 지칭하거나 “민주 없이 통일 없고 통일 없이 민주 없다”는 구호 등을 외치는 식이었다. 

논점을 정리해 보자.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민주화는 통일과는 다른 선상에 있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재야 세력이 꺼낸 “통일이 되어야만 민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은 민주주의가 통일(또는 자주)의 하위 개념이라는 뜻이었다. 통일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보다 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문익환이나 임수경보다 더 강렬한 상징은 김구다. 한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인물이 이승만이다. 그가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수반이었기 때문이다. 문익환, 임수경과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반(反) 통일성을 규탄하기 위해 이승만의 다양한 흠결을 꼬집으며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인물이 신채호와 김구다. 

신채호는 독립운동의 방법으로 무장투쟁을 강조했다. 사실 독립운동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장투쟁일 수도 있고 학교나 병원을 짓는 등 계몽적 방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대사 담론은 독립운동의 여러 방법 중 무장투쟁을 특히 옹호하는 양상으로 발전한다. 나는 이것이 이승만과 대한민국 단독 정부를 부정하는 경향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압권은 김구다. 중경 임시정부를 이끌며 무장투쟁의 길을 보여준 점, 1948년 남북연석회의를 통해 북한을 방문한 점, 1949년 안두희에게 암살된 점 등 그의 삶에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다. 특히 김구가 중요한 까닭은 자연인 김구가 아니라 그의 행적을 자신들의 노선과 정견의 주된 논거로 삼는 2021년 현재의 어떤 정치 세력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정부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이승만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이 국부라는 주장에는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우리의 국부는 김구가 됐어야 했다는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948년 당시 김구는 남쪽에만 들어선 단독정부는 국가의 품격과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와 같은 시각을 지녔던 정치가 김구를 추모하면서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前 통일운동가가 본 이인영 인터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020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출석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020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출석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이와 관련해 2020년 11월 18일 이인영 장관의 KBS 9시 뉴스 인터뷰를 소개한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우연히 이 인터뷰를 들었다. 인터뷰를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장관의 다른 인터뷰를 접했을 때 감정도 유사하다. 일단 듣고 오시기를 권한다. 

자, 그의 인터뷰 중 이상한 점을 못 느꼈는가. 그럼 내 이야기를 듣고 이 장관의 인터뷰를 다시 들어 보기 바란다. 통일을 강조하는 사람과 세력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1995~2005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었다. 범민련의 공식 명칭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다. 범민련은 남과 북, 해외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남과 북 본부의 이름이다. 

일단 범민련 남한본부-북한본부라고 부를 수 없다.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범민련 남조선본부-북조선본부라고 부를 수도 없다. 당연히 남한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남북 모두에 중립적인 명칭을 써야 한다. 그래서 채택된 단어가 남측과 북측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남북 스포츠 단일팀의 명칭은 늘 코리아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1990~2000년대 통일운동권에서는 꽤 심각한 문제였다. 통일운동권은 대한민국 정부가 통일지향적인 정부(이들의 표현대로라면 ‘민주 정부’)로 교체돼야 하고 통일 한국을 지향한다는 취지에서 38선 이북의 정치 세력을 북한이라 부르지 않았다. 대신 북 또는 북측이라 불렀다. 

자, 이제 다시 이 장관의 인터뷰를 들어보기 바란다. 그는 정확히 ‘북’이라고 호칭한다. 북한이라 부르지 않고 있다. 통일이나 남북관계와 관련한 논의에서 어쩌면 내용보다 중요한 게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생각해보자. 통일운동권의 논리대로라면 남과 북은 가상의 통일정부를 이뤄갈 공동의 운명공동체다. 대북전단 살포는 가상의 운명공동체를 이룬 한쪽 당사자를 위협할 수 있는 행위다. 따라서 이 행위는 시민적 권리가 아니라 일종의 적대 행위이자 반통일, 반민주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즈음에서 내가 통일운동을 할 때 겪은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980~2000년대 남북 사이에 각종 대화와 만남이 있었다. 동시에 수많은 적대 행위도 벌어졌다. 1983년 버마 아웅 산 묘역 테러 사건, 1987년 KAL기 폭파 사건 등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KAL기 폭파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학생운동권에서 이른바 ‘친북파’가 성장하던 시기와 일치했다.


북한의 적대행위와 남북정상회담 사이

나는 당시 KAL기 사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의 배경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그것은 북한의 소행이다. 1987년 어느 시점에는 그것이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0년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 KAL기 폭파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을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판단을 구성하는 데 있어 북한이 저지른 수많은 적대행위를 별반 고려하지 않는다.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 머릿속 어딘가 적당한 곳에 묻어두고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라는 판타지만 과잉해서 차용한다. 이것이 ‘김정은의 북한’이 저지른 도발(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과 남북정상회담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공존하는 배경이다. 여권이 대북전단을 두고 시민적 권리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체에 대한 적대 행위로 보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 1965년 출생
●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사무처장·진보연대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 저서 : ‘수학 공부의 재구성’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 ‘外




신동아 2021년 2월호

민경우 민경우수학교육연구소 소장 mkw19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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