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 때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답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13년 7월 5일자로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자동 상실했음을 성실히 보고하지 못한 것은 공사의 책임이라고 판단됨.”
“광물공사는 확신범”
2010년 10월 이후 볼리비아 정부가 줄곧 “리튬 개발권을 외국에 넘길 생각이 없음”을 밝혔지만 광물공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볼리비아와 배터리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리튬 개발 과정에도 자연스럽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국감 때 광물공사는 볼리비아 리튬 사업의 후속 정리 방안을 묻는 국회의 질의에 일종의 의견서를 낸 일이 있는데, 여기엔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내용의 시나리오 3개가 제시됐다.
‘제1 시나리오’는 사업 타당성은 있는데 볼리비아 정부가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경우다. 이 경우 광물공사는 지분을 민간기업에 넘기고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돼 있다. ‘제2 시나리오’는 사업 타당성이 있고 볼리비아가 정책을 바꾸는 경우다. 탄산리튬 같은 배터리 원료 제조과정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경우라 하겠다. 이 경우에도 광물공사는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제3 시나리오’는 우리나라를 사업에 참여시키지만 사업 타당성은 나쁜 경우다. 이 경우 광물공사는 투자를 보류하는 것으로 돼 있다.
3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광물공사가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볼리비아가 정부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이 사업을 더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볼리비아 정부는 광물공사와의 계약이 효력을 상실(2013년 7월 5일)한 직후인 2013년 7월 19일,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기업(Linyi Gelon사)과 리튬 배터리 조립공장 건설을 위한 턴키 계약을 맺었다. 광물공사가 4년을 공들여 따낸 배터리 부품공장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계약이었다. 지난해 4월엔 네덜란드와 리튬배터리 플랜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광물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자신들이 공언해온 대로 자체 기술로 탄산리튬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양극재, 전해질 등 리튬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MB정부 5년간 광물공사가 진행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국감 때 증인으로 채택된 경제개혁연대 김경율 회계사의 발언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김 회계사는 광물공사의 해외자원 개발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왔다. 김 회계사는 광물공사가 2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날린 멕시코 볼레오 광산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발언 내용을 일부 정리했다).
“광물공사 감사보고서나 미국수출입은행 자료들을 보면 명시적으로 ‘부도’라고 돼 있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한 광물공사 사람들은 모두 부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저희는 절대 부도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분들은 정말 확신범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부도 상태를 인정한다면 이후엔 절대 돈을 투입하면 안 된다. 부도난 기업에 투자하는 돈은 실물로 가지 않고 채권단에 들어간다. 2012년 1~12월 공사 현장 사진을 보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도, 광물공사는 4000억 원을 투자했다. 2013년에도 3000억 원을 투자했다. 미국 측 보고서에도 ‘공사 중단’이라고 돼 있는데 그분들은 믿지 않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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