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통령 친형, 광물공사 헛발질 볼리비아 리튬 개발 공중분해

MB정부 해외자원 개발사업, ‘게이트’로 비화?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대통령 친형, 광물공사 헛발질 볼리비아 리튬 개발 공중분해

3/3
더 놀라운 것은 광물공사가 이런 점을 2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광물공사는 볼리비아 리튬사업 진행 상황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2013년 9월 현재 사업 진행 중”이라고 적힌 문서를 버젓이 배포했다. 광물공사는 최근 “계약 파기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닌지”를 묻는 전 의원의 서면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답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13년 7월 5일자로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자동 상실했음을 성실히 보고하지 못한 것은 공사의 책임이라고 판단됨.”

“광물공사는 확신범”

2010년 10월 이후 볼리비아 정부가 줄곧 “리튬 개발권을 외국에 넘길 생각이 없음”을 밝혔지만 광물공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볼리비아와 배터리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리튬 개발 과정에도 자연스럽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국감 때 광물공사는 볼리비아 리튬 사업의 후속 정리 방안을 묻는 국회의 질의에 일종의 의견서를 낸 일이 있는데, 여기엔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내용의 시나리오 3개가 제시됐다.

‘제1 시나리오’는 사업 타당성은 있는데 볼리비아 정부가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경우다. 이 경우 광물공사는 지분을 민간기업에 넘기고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돼 있다. ‘제2 시나리오’는 사업 타당성이 있고 볼리비아가 정책을 바꾸는 경우다. 탄산리튬 같은 배터리 원료 제조과정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경우라 하겠다. 이 경우에도 광물공사는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제3 시나리오’는 우리나라를 사업에 참여시키지만 사업 타당성은 나쁜 경우다. 이 경우 광물공사는 투자를 보류하는 것으로 돼 있다.



3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광물공사가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볼리비아가 정부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이 사업을 더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볼리비아 정부는 광물공사와의 계약이 효력을 상실(2013년 7월 5일)한 직후인 2013년 7월 19일,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기업(Linyi Gelon사)과 리튬 배터리 조립공장 건설을 위한 턴키 계약을 맺었다. 광물공사가 4년을 공들여 따낸 배터리 부품공장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계약이었다. 지난해 4월엔 네덜란드와 리튬배터리 플랜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광물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자신들이 공언해온 대로 자체 기술로 탄산리튬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양극재, 전해질 등 리튬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MB정부 5년간 광물공사가 진행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국감 때 증인으로 채택된 경제개혁연대 김경율 회계사의 발언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김 회계사는 광물공사의 해외자원 개발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왔다. 김 회계사는 광물공사가 2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날린 멕시코 볼레오 광산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발언 내용을 일부 정리했다).

“광물공사 감사보고서나 미국수출입은행 자료들을 보면 명시적으로 ‘부도’라고 돼 있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한 광물공사 사람들은 모두 부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저희는 절대 부도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분들은 정말 확신범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부도 상태를 인정한다면 이후엔 절대 돈을 투입하면 안 된다. 부도난 기업에 투자하는 돈은 실물로 가지 않고 채권단에 들어간다. 2012년 1~12월 공사 현장 사진을 보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도, 광물공사는 4000억 원을 투자했다. 2013년에도 3000억 원을 투자했다. 미국 측 보고서에도 ‘공사 중단’이라고 돼 있는데 그분들은 믿지 않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까웠다.”

Interview | 전정희 의원

“자원외교? 단군 이래 최대 국부 유출”


대통령 친형, 광물공사 헛발질 볼리비아 리튬 개발 공중분해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 국회 국정감사 때부터 줄곧 볼리비아 리튬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올해 국감에선 광물공사가 볼리비아와 맺은 배터리 부품공장 계약의 만료 사실도 모르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MB정부 자원외교가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말로는 자원외교였지만, 사실상 단군 이래 최대 국부 유출 사건이다. 4대강 사업보다 더 심각하다. 총 41조 원이 투자됐는데 회수된 것은 5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국익을 위한 고민보다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같은 정권 실세들의 요구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상득 전 의원이 주도한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2012년부터 이 문제에 매달렸는데.

“리튬 자원을 확보한다며 이 전 의원이 5번,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이 10번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2009~2011년 MOU만 5번 체결했다. 광물공사는 볼리비아 리튬을 우리나라가 다 가져올 것처럼 홍보했다. 그러나 2012년 7월 최종적으로 맺은 계약은 자원 개발과 아무 관련도 없는 배터리 부품공장이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볼리비아 정부는 일찍부터 리튬 개발권을 외국에 주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2010년 볼리비아가 ‘리튬 산업화 정책’을 발표했을 때부터 사실상 리튬 개발에 대한 외국 자본의 참여가 봉쇄됐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사업에 대통령 친형이 앞장서 목을 맨 꼴이다. 볼리비아는 중국, 일본 등과도 여러 형태의 계약을 추진했다. 설사 리튬 자원 개발을 외국에 허락한다 해도 한국에 단독으로 개발권을 줄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광물공사는 ‘우리의 기술력으로 볼리비아의 정책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볼리비아는 단 한 번도 우리 정부에 리튬자원 개발권을 우선적으로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다. 정부와 광물공사의 거짓 발표에 국민 모두가 속았다.”

-2012년 7월 본계약을 체결한 배터리 부품공장 계약도 사실상 백지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너무 놀랍다. 1년 계약기간에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아무 관심 없이 방치했다가 이렇게 됐다. 계약 무효 사실이 확인된 과정도 황당하다. 광물공사는 볼리비아가 계속 계약서 변경을 요구할 경우 사업 탈퇴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법률 검토를 의뢰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계약이 효력을 상실했음을 알았다. 어차피 그만두려고 생각하다가 알게 된 것이다. 국익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국정감사에서 광물공사 사장은 공사의 지분을 포스코에 넘기겠다는 생각도 밝혔는데.

“정말 무책임하고 안이한 발상이다. 가능해 보이지도 않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에 이미 진출했고, 다음 달이면 리튬 추출 파일럿 플랜트도 가동한다.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공사의 지분을 떠안아가면서 볼리비아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신동아 2014년 12월호

3/3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목록 닫기

대통령 친형, 광물공사 헛발질 볼리비아 리튬 개발 공중분해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