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임직원 자녀 12명, 조카 14명 채용 석연찮은 무더기 채용

관광공사 산하 카지노업체 ‘세븐럭’ 인사비리 의혹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입력2014-11-20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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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제출 자료에 서울본부장 딸 채용기록 누락
    • 사내 결혼 많아 전 직원 20%가 가족
    • 관광공사 “조카 채용 사례 몰랐다”
    • GKL “관광공사가 지난해 조사했다”
    임직원 자녀 12명, 조카 14명 채용 석연찮은 무더기 채용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서울과 부산에 총 3곳의 외국인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한다. 지난해 561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1376억 원이었다.

    지난해 3월, GKL은 임직원 자녀 채용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정○○ 대표이사 직무대행(전무)이 딸의 입사 과정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박홍근 당시 민주당 의원은 “정 대행의 딸은 외국어 점수가 전무하고, 대학 학점도 4.0 만점에 1.3에 불과한데 서류전형에서 18위로 통과한 뒤 최종 2위로 합격했다”고 폭로했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정 전무는 딸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2012년 9월 직원 채용 때 서울코엑스점장 직무대행, 서울힐튼점장 직무대행 등을 지낸 GKL 고위직 자녀 4명이 무더기로 채용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당시 GKL은 딜러 23명을 채용했는데, 경쟁률이 27대 1을 넘었다. 4명의 임직원 자녀는 현재 같은 곳(서울 코엑스점)에서 딜러로 일한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입사하기 직전 GKL이 딜러 채용 기준을 대폭 완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2011년까지 GKL은 딜러를 채용하면서 외국어 점수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색맹이나 색약이 아니면서 영어는 토익 600점(토플 CBT 163점, 토플 PBT 490점, 토플 IBT 57점, TEPS 550점), 일본어는 JPT 500점(JLPT 3급), 중국어 HSK 4급(신HSK 191점) 이상’이어야 지원이 가능했다. GKL은 최근 ‘신동아’에 보낸 입장자료에서도 “2006~2009년(까지) 일정 수준의 어학성적 보유자를 집중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직원 채용에서 어학실력을 중시하는 건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2012년 채용부터 GKL은 지원 자격에서 외국어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 입사지원 기준은 다음과 같이 단순해졌다. ‘색맹 또는 색약이 아닌 자 및 카지노 영업장 내 고객서비스 가능자.’



    정 전 전무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3월말, GKL의 모회사인 한국관광공사는 임직원 자녀·친인척 채용과 관련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충분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정 전 대행 자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서류심사와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9명 중 3명만 면담 형식으로 조사하고 이들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인사청탁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관광공사는 GKL의 친인척 직원 현황을 파악하면서 직계존비속만 파악하고 4촌 이내의 친족은 대상에서 제외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2013년 4월 21일)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GKL에 근무하고 있는 전현직 임직원 자녀는 모두 10명이었다.

    직무대행 후임자 딸도 입사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관광공사는 최근 다음과 같은 반박자료를 ‘신동아’에 보내왔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용 절차를 전면적으로 검토했다. 서류심사 평가자 및 면접관 전원(9명)에 대해 인사청탁 여부 등 감사를 진행했다. 박 의원에게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소명했다.”

    최근 ‘신동아’는 GKL 전현직 임직원 가족(자녀, 친인척, 부부)의 재직 현황이 총망라된 GKL 내부자료(2014년 4월 기준)를 입수했다.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수가 많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자료에 따르면, GKL에 입사한 전현직 임직원 자녀는 모두 12명(정규직, 무기계약직). 지난해 입사 부정 의혹으로 그만둔 정 전 전무의 딸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은 현재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2명 중 7명은 딜러였다.

    정 전 전무에 이어 GKL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신○○ 전 전무(2013년 11월 퇴직)의 아들도 2009년 입사해 서울 코엑스점에서 딜러로 일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아들 신모 씨가 입사할 즈음 신 전 대행은 손님과 딜러들의 부정을 감시하는 CCTV룸인 서베일런스 실장과 마케팅전략실장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신 전 전무는 국회에서 정 전 전무 관련 사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3단계로 된 인사채용 시스템을 5단계로 강화하는 개정을 추진한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뷰스앤뉴스’ 2013년 4월 23일).

    “심사위원이 부친 신분 알았다”

    자녀가 채용된 임직원은 대부분 팀장급 이상(1~3급)이었다. 감사실장을 지낸 조○○ 씨의 자녀는 2012년 입사해 현재 중국마케팅팀에 근무한다. 코엑스점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퇴직한 김○○ 씨의 아들은 현재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경리팀에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팀장(2급)인 문○○ 씨의 딸은 2012년 입사해 서울힐튼점 딜러로 근무한다. 임직원 자녀의 입사 시기는 대부분 2011~2013년. 12명 중 7명이 지원 자격에서 어학점수가 빠진 2012년 이후 입사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사람은 김○○ 서울본부장이다. 김 본부장의 딸은 김 본부장이 부산롯데점장이던 2010년 7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2년 뒤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변동됐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GKL은 2011년까지는 채용 과정에서 어학시험 성적을 요구했다. 그러나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씨는 어학성적이 없이도 지원이 가능했다.

    익명을 요구한 GKL 관계자는 “김씨는 면접시험 당시 제출한 서류에 ‘저의 아버지는 OO부서에 근무하는 김○○입니다’라고 썼다. 김 본부장의 딸이 지원한 사실을 심사위원은 물론 많은 직원이 알았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해 GKL의 자체 감사, 관광공사의 감사과정에서 김 본부장 딸의 입사와 관련된 의혹은 감사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GKL 내부에서는 지난해 원전(原電) 비리로 구속된 이○○ 전 GKL 감사가 개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GKL이 박홍근 의원실에 공개한 임직원 자녀 현황자료에도 김 본부장 관련 내용은 없었다. GKL은 김 본부장의 딸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자료를 ‘신동아’에 보내 왔다.

    “김 본부장 딸은 2010년 7월 계약직으로 채용됐고 2012년 사내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김씨의 채용 당시 서류에는 가족사항란에 ‘父 김○○’ 이라고만 표기됐다. GKL은 매년 기간제근로자(계약직)를 평가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 2012년 28명, 2013년 4명, 올해 1명이 전환됐다.”

    조카 4명 같은 지점 근무

    자료에 따르면 GKL 임직원 조카 14명이 이 회사에 입사해 현재 근무 중이다. 임직원 조카의 입사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GKL에 입사한 코엑스점 모 팀장의 조카 4명이 무더기로 입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2006~2007년 입사한 이들은 모두 힐튼점에서 근무한다.

    교육팀장 등을 지낸 서울힐튼점의 한 간부 직원은 조카 2명이 2005년과 2009년 각각 입사했는데, 그 중 한 명은 현재 이씨와 같은 부서에 근무한다. 2009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1급 조○○ 씨의 조카 정OO 씨는 2년이 지난 2011년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되며 사실상 정년을 보장받았고, 임직원 자녀의 채용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엔 정규직(7급 신입)이 됐다.

    그런데 임직원 조카의 입사와 관련, 지난해 채용 비리 감사를 진행했던 관광공사와 GKL측의 설명이 달라 의문을 자아낸다. GKL은 임직원 조카 14명의 입사와 관련된 ‘신동아’의 질의에 “이미 지난해 관광공사가 감사에서 모두 다룬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 의혹에 대해 관광공사 측은 “GKL에 임직원 조카가 입사한 사실은 몰랐다. GKL에서 관련 자료를 받은 바 없다. 자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감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GKL은 사내 결혼 비율이 눈에 띄게 높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1500명 정도의 직원 중 사내 커플이 119쌍(이혼 포함)이다. 앞서 예로 든 임직원 자녀, 조카 등과 이들을 합하면 전 직원의 20%에 가까운 270여 명이 가족관계인 셈이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부부도 13쌍이나 됐다. GKL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임직원이 가족, 친인척으로 연결돼 상호 감시·견제가 어려운 구조다. 현금사고, 사기도박의 위험성이 높은 카지노에서 위험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GKL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해왔다.

    “회사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 많은 직원이 근무한다. 오퍼레이션(딜러) 직원이 1000명 정도다. 부서배치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정기인사 시 점간 이동 등을 통해 최대한 인사관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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