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이미지 메이킹은 감동이요, 힐링이다!

외모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4-11-19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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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조상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을 들었다. 언(言)과 서(書)는 말하기와 글쓰기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판(判)은 판단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업무 능력일 것이다. 신(身)은 외모를 의미한다. 현대사회는 비주얼 시대. 용모 단정한 사람은 50점 따고 들어간다. 그러니 외모에 관한 전략, 외모의 정치학이 요구된다.
    보이는 것이 인생을 좌우하는 시대다. 대표적인 분야는 연예계다. 기본적으로 잘생겨야 기회가 주어진다. 주연과 보조 출연자의 출연료 격차도 엄청나다. 배용준이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할 당시 그의 개런티는 최저 출연료의 757배였다.

    요즘은 학생도 직장인도 외모에 신경을 쓴다. 인구 1만 명당 성형시술 건수 세계 1위, 성형외과 전문의 수 세계 1위가 이를 잘 말해준다. 남성 성형수술도 증가세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15~19세 남성 청소년 49.4%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저강도 성형은 일상?

    수술 같은 고강도 성형이 아닌 저강도 성형은 거의 일상이다. 구두에 깔창을 깐다든지, 가슴과 엉덩이에 뽕 패드를 넣는다든지 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피부 시술, 화장, 염색, 가발, 지방 제거 등 다양하게 전개된다.

    사람들은 자기만족이라기보다 관심 유발 차원에서 외모 가꾸기에 집착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사람 또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외모는 권력이다

    관심 유발은 결국 인간의 두 본능에서 파생된 것이다. 생식과 권력이 그것이다. 전자와 관련해 관심 유발은 이성의 관심을 끌어 친밀한 관계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자와 관련해 외모는 권력이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관심 유발 의지는 권력 의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관심 유발→입사, 승진, 출세

    관심 유발은 입사시험 때 면접관의 관심을 끄는 것, 고객과 바이어의 관심을 끄는 것, 오너와 동료의 관심을 끄는 것,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이어진다. 관심 유발은 입사, 승진, 출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셈이다. 나의 출중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행위인 것이다.

    인생 참 불공평하다

    연애할 때도 초반전엔 외모가 절반쯤 먹고 들어간다. 입사시험에서 외모가 뛰어나면 갑이어야 할 면접관들을 일시에 을로 만들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미모에 압도당해본 경험이 있다.

    인생 참 불공평하다. 잘생긴 남녀는 그렇지 못한 남녀에 비해 공짜로 너무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관심 유발에 들이는 공에서도 차이가 난다. 외모가 이미 출중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공을 덜 들여도 된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얼굴과 몸매로 이미 패션 완성이다. 외모가 남보다 못한 경우에는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공은 곧 돈이다. 돈이 없다면 의지라도 강해야 한다. 작심삼일을 돌파할 의지가 없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외모 별로면서 권력욕 강한 사람

    외모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외모가 별로면서 권력욕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정치권엔 이런 사람이 널렸다.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 시도지사 후보가 선거 때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작업이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공직 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중년이다. 20대 한창 시절의 외모를 유지하지 못한다.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배가 나온다. 이들은 이런 외양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보완해 젊고 활기차게 보이도록 노력한다. 이미지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공, 곧 돈을 적지 않게 들인다.

    MB 안경과 박근혜 트레이너

    성형수술을 택하는 정치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는 모발 이식 수술과 더불어 얼굴 주름 펴는 수술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상안검 이완증 수술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눈이 옆으로 찢어져 매서워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도수 없는 이른바 ‘MB 뿔테 안경’을 쓰고 다녔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우 전지현의 전직 트레이너를 청와대 부속실 직원으로 채용했다. 여성 대통령의 체형관리 목적일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령의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눈 주변 주름이나 눈 밑 지방을 없애는 수술이 인기라고 한다.

    홀쭉해졌지만…

    물론 이런 변신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05년 서울시장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이른바 ‘돌고래 다이어트’로 체중을 18kg이나 줄여 ‘홀쭉’해졌지만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외모에 대한 의지를 기준으로 사람을 ①자포자기형 ②대안모색형 ③지속노력형 ④충격요법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주얼 시대의 반항아들

    자포자기형은 생긴 그대로 살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외모 개선에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보여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옷도 대충 입는다. 중년 남성 중에 이런 부류가 꽤 많다.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피우다보니 ‘난 해도 안 돼’라고 여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때 노력했지만 별 개선 효과가 없어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20대 때의 자기 모습을 가끔 떠올리며 자괴감에 젖는다. 이들은 비주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항아라고 할 수 있다.

    단점을 개성으로

    대안모색형은 외모상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승부수를 던지는 사람이다. 연예계에서도 외모상의 단점을 ‘독특하고 개성 있는 외모’로 포장해 스타로 등극한 사람이 적지 않다. 머리숱이 적은 연예인들 중 일부는 이를 당당히 드러내면서 탈모 방지 제품이나 가발 광고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 나름 ‘큰 세계’를 이룬 셈이다. 이들은 외모 전반을 가꾸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자포자기형과는 다르다.

    출세한 사람의 외모 유형은?

    지속노력형은 외모의 단점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개선하는 사람이다.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잘 가꾸는 사람이다. 외출할 때 자외선 차단제 바르고 살이 쪘다 싶으면 식사량을 줄일 줄 안다. 옷과 구두를 고를 때도 신경을 쓴다. 넥타이는 꼭 명품으로 맨다.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 중엔 이런 유형이 가장 많다. 대기업 임원 중엔 지속노력형이 아닌 사람을 찾기 힘들다. 이들에겐 “멋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들 중 일부는 가꾸지 않았다면 혐오감을 불러일으켰을 법한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노력으로 이를 개선했다. 보는 것만으로 감동이자 힐링이다.

    평범한 사람은 등 돌려

    충격요법형은 단번에 외모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려는 사람이다. 단박에 체중을 수십 kg 줄이려고 한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여기저기 뜯어고치려 한다. 성공하면 경이로워 보인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유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론 “정말 날씬해졌네!” 하면서도 속으론 ‘요요현상으로 다시 찌지 않을까’라며 못미더워한다. “정말 예뻐졌네!” 하면서도 속으론 ‘나중에 얼굴이 이상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비용 대비 효과 따져야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속노력형에 해당한다. 형편과 조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체형과 얼굴을 개선해나간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충격요법형이 되기도 한다. 이때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란다. 그 결과가 파격적일수록 등을 돌리는 사람도 늘어난다. 과유불급이다. 지속노력만으로 성공했다면 충격요법형으로의 변신은 금물이다.

    외모에 대한 투자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없다. 그러나 정부가 국책사업 할 때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듯이 외모 변신을 꾀할 때 비용 대비 효과를 꼭 점검해야 한다. 비용은 재정 부담과 생명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재정 부담과 관련해, 경제적 수준을 훨씬 초과해 본인의 신체나 외양에 투자해선 안 된다. 생명 위험과 관련해, 수술 등의 부작용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비용 대비 효과의 극대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간단히 말해 더 이상 돈을 들이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지점을 말한다. 어느 정도까진 비용을 감수한 뒤 관리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사 말 다 믿지 말라

    얼굴을 예로 들어보자. 모든 부위가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한두 곳이 문제인데 그 부위만 최소 비용을 들여 개선하는 것이다. 성형수술을 하더라도 이렇게 해야 한다. 반대로, 하는 김에 얼굴 전체를 고치려들면 목돈이 든다. 200만 원이면 될 일이 2000만 원이 들어간다. 수술 부위가 많을수록 부작용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뜻하지 않은 부자연스러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성형외과 의사나 상담실장 말 다 믿으면 안 된다. 이들은 ‘영업’을 중시한다. 본인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배에 칼 대지 말라

    체형 관리와 관련해 요즘 수술이 인기다. 적지 않은 사람이 지방흡입술은 물론 장을 묶고 잘라내는 수술까지 단행한다. 이 경우에도 생명이라는 위험변수를 더 고려해야 한다.

    수년 전 위 밴드 수술을 한 신해철은 최근 장협착 수술을 받은 후 사망했다. 위 밴드 수술은 위의 일부를 묶어 식사량을 줄이게 하는 수술이다. 의사들에 따르면, 어떤 수술이든 한 번 배를 열면 이후 내장이 서로 쉽게 들러붙는다. 장협착이 잘 일어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상식이다. 웬만하면 배에 칼을 안 대는 게 상책이다. 장기 내부에 이렇게 탈이 나면 생명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죽으면 외모는 한 줌의 재가 될 뿐이다. 체중감량 용 수술 권하는 의사들의 말,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된다. 이들도 ‘영업’을 중시하긴 매한가지다.

    입학 직전과 입사 시즌

    요즘 정치권에서 ‘골든타임’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는데 외모 가꾸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즉 외모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있는 것이다.

    생식 곧 사랑과 관련해선 대학 입학 직전이 골든타임이다. 이미 많은 학생이 실행하고 있듯이 이때 청년연애에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다. 저강도 성형과 더불어 비용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혹은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고강도 성형을 시도해볼 적기다.

    외모도 스펙이다

    권력, 곧 사회적 성공과 관련해선 입사 시즌이 골든타임이다. 구직자의 변신이야말로 죄가 아니다. 청년실업에서 벗어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것도 용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외모도 스펙이다. 최근 알바천국이 구직자 111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구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외모가 4위(13.7%)를 차지했다. 면접관들은 외모가 채용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말하지 않는다. 사회적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통계수치도 없다. 그래도 “인상이 중요하다”고는 말한다.

    2차 골든타임

    사랑과 관련한 2차 골든타임은 50대 중반 정도다. 이혼방지용 또는 황혼연애용이다. 배우자와 계속 살기를 원하는 이들은 전자가 목적이고 싱글인 이들은 후자가 목적이다. 이 시기엔 충격요법이 허용되지 않는다. 감수해야 할 생명 위험이 크다. 눈 밑 지방 제거 같은 약간의 수술에 적극적 자기관리가 오히려 빛을 발한다.

    출마자의 자세로

    사회적 성공과 관련한 2차 골든타임은 직장의 별, 임원 승진에 임박했을 때다. ‘더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선거 출마자처럼 이미지 메이킹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2006년 ‘USA투데이’는 미국 CEO들 사이에서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노쇠한 이미지를 떨쳐 버려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함이 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자연미인’은 신화일 뿐

    “어렸을 때 잘 웃지 않았다. 웃는 데에 콤플렉스를 느꼈고 치아교정 전이었기 때문에 웃음도 부자연스러웠다.”

    이미지 메이킹은 감동이요, 힐링이다!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김태희가 한 말이다. 망언 논란이 일었다. 절대 미모 김태희조차 외모 콤플렉스를 느낀 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치아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외모를 잘 가꾼 사람이 더 나은 사회적 평가를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엄연한 현실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인(自然 美人)’은 신화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외모에 인공적이고, 고의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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