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값 현실화’ 국감 발언은 원론적 언급
- 4대강 사업 부채 해결엔 정부 재정지원 필요
- K-water는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1위 기업
- 불시 모의훈련으로 재난에 상시 대비
11월 5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최계운(60) K-water 사장에게 각종 물 관련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인하대 토목공학과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공학박사)한 최 사장은 세계도시물포럼 사무총장, 인천대 도시과학대학 학장,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등을 지낸 수자원·토목·환경 분야 전문가. 지난해 11월부터 K-water를 이끌고 있다.
“수도꼭지까지 책임진다”
▼ 취임 1년을 맞은 소감은.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최고경영자(CEO)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경영에 임해왔다. 전 임직원과 한마음으로 K-water 본연의 업무인 물 재해 예방과 깨끗하고 건강한 물 공급에 매진했다. 2013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 1위에 오른 것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라 자부한다.”
▼ 올해 초 ‘SMART 신(新)경영’을 선언하고 경영쇄신을 이끌었는데, 어떤 성과를 거뒀나.
“물 전문 공기업으로서 국내외 물 문제 해결의 중추 구실을 하려면 ‘물관리 혁신’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SMART 신경영을 선언했다. △미래 물관리 선도 △국민 물 복지 실현 △고객 눈높이 경영이라는 3대 경영방침에 따라 변화와 개혁을 추진했다. 기후변화 등 미래 물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수돗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려 그동안 추구해온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에서 더 나아가 ‘인체에 건강한 물 공급’으로 물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통합물관리’를 도입, ‘건강한 수돗물 공급 시범사업’ 등을 통해 ‘과학적 물관리체계’ 구축 기반도 마련했다. 또한 국민 모두가 깨끗한 물을 불편 없이 사용하고 물 재해로부터 안전한 안심 국토를 실현하려 도서지역 해수담수화 시설 운영, 지하수 사용 초·중등학교의 급식용수사업 등 물 소외지역에 대한 국민 물 복지 향상에 진력했다. 기상청, 한국도로공사 등 유관기관과도 협업체계를 구축해 홍수방지, 시설 안전관리 효율화 등 수자원 분야 재난안전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 어떤 게 건강한 수돗물인가. 또한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건강한 물은 안전하고 깨끗하면서도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균형 있게 포함된 물이다. 최적의 정수처리와 깐깐한 수질검사를 거친 우리 수돗물이 바로 그것이다. K-water는 건강한 수돗물이 수도꼭지까지 안전하게 공급돼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ICT를 활용해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수도꼭지 수질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Smart Water City’ 시범사업을 경기 파주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이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수돗물 공급관리 모델을 정립한 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의료계·학계와 지속적인 공동조사·협업연구로 수돗물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주부교실,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와 수돗물 캠페인, 물 교육, 수돗물 가치 연구 등을 추진해 수돗물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에 노력할 것이다.”
▼ 그런데도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뚜렷한 근거나 증거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2012년 수돗물홍보협의회의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막연한 불안감이 3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앞으로 수돗물 처리공정을 현재의 유해물질 제거 중심에서 몸에 이로운 미네랄 등을 잘 보존하는 공정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통합물관리’ 패러다임
▼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인 ‘통합물관리(IWRM·Integrated Water Resoures Management)’를 도입했는데.
“통합물관리는 유역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간 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지속가능한 물관리 방법이다. 9월 통합물관리 기반 구축을 위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20개 핵심 과제를 선정해 액션플랜을 제시했으며, 고질적인 물 분쟁과 갈등을 겪는 3개 유역(영산강·섬진강, 금강, 낙동강) 시범사업을 선정했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3개 유역 물 문제의 종합적 해결방안을 제시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 한다.”
▼ 국민 물 복지 실현을 위한 시범사업은.
“2012년 기준 전국 평균 상수도 보급률이 95.1%지만, 농어촌 지역은 62.2%에 지나지 않는다. 물 부족을 겪는 농어촌의 물 복지 실현을 위해 다각적인 시범사업을 검토·추진 중인데, 사업성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현재 광역상수도를 미급수 지역에 직접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상수도 보급률이 가장 낮은 충남도 지역(천안시, 당진군, 홍성군)에서 추진한다. 또 상수도 전환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 산재한 소규모 수도시설을 시·군 단위로 묶어 통합 관리하는 ‘소규모 수도시설 관리체계 개선 시범사업’을 환경부와 함께 경북 예천군에서 시행한다. 수원(水源) 확보가 어려운 도서 해안지역 대상 지하수댐 설치사업도 인천시 대이작도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서 추진 중이다.”
▼ 시행 10년을 맞는 지방상수도 운영 효율화사업의 성과는.
“2004년부터 충남 논산시를 시작으로 영세하고 사업 여건이 열악한 2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해당 사업을 시행 중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물관리로 유수율(상수도가 중간에 새지 않고 주민에게 도달하는 비율)을 19.5%p 개선해 땅속으로 버려지는 3.6억t의 물을 절약했다. 특히 30년간 물 부족에 시달려온 경남 통영시, 전남 완도군의 제한급수를 해소했다. 또한 250개 항목의 수질검사와 수돗물 안심 확인제 운영 등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더 깨끗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한편 위기관리 시스템, 원스톱 민원처리 등 불편을 해소하려 애쓴 결과 고객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10월 3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앙갓(Angat)’ 다목적댐 발전시설 인수인계식’(왼쪽이 최계운 사장)과 앙갓 다목적댐 전경.
“국감 당시 내 발언은 ‘원가 대비 85%에 불과한 현재의 물값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의 원론적 언급이었다. 아직 물값 인상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된 어떠한 사항도 없다.”
▼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련, 방만 경영 개선 및 부채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K-water의 2013년 말 기준 부채는 14조 원, 부채비율은 120.6%로,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 투자재원 차입이 주원인이다. 그에 따라 사업 구조조정, 자산 매각, 원가 절감, 수익 창출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2017년까지 약 2조 원의 부채를 감축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비상경영추진단’을 신설해 경영개선 활동을 총괄 점검했고,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 운영과 현장 순회 설명회, 공개 토론회 개최 등으로 내부 공감대를 형성해 지난 5월엔 대형 공기업 최초로 복지제도 축소 등 방만 경영 개선을 위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8월엔 퇴직금제도 개선을 포함한 16개 전체 과제의 개선을 완료했다.”
물관리 기술 수출
▼ K-water는 4대강 사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사업 투자비 회수에 한계가 있지 않나.
“4대강 사업 투자비는 2009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통해 우선 회수하고, 부족분은 사업 종료 시점에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한 바 있다. K-water 경영 전반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과 더불어 사업 투자비를 우선 회수할 예정이나, 4대강 사업 부채 문제의 근원적 해결엔 한계가 있어 적정 수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종료되는 내년에 회수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인데, 이에 따라 내년까지 적정한 정책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다.”
K-water가 시행 중인 친수구역 조성사업인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현재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나주 노안 및 부여 규암 지구 등 3개 친수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중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9월 5일 국토교통부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본격 추진 중이며, 총사업비 5조4000억 원을 투입해 약 5600억 원의 개발이익을 예상한다. 나주·부여 지구는 지역 발전을 위한 소규모 사업으로 올해 1월 친수구역 지정고시 이후 실시계획을 수립 중이다. 향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여건 변화를 고려한 후속사업 등을 적극 검토해 투자비를 최대한 회수하도록 하겠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강동동·대저2동 일원 11.885㎢(약 360만 평)에 첨단산업과 R·D, 국제물류, 문화·레저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친환경 수변도시를 조성하는 사업. K-water와 부산도시공사, 부산시가 2012년부터 공동 시행해 2018년까지 조성한다.
▼ 신재생에너지 생산, 개발도 눈에 띈다.
“K-water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1위 기업으로, 국가 신재생에너지 시설용량의 25%(1335㎿)를 운영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2%인 30억㎾h를 생산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인 ‘시화 조력발전소’와 ‘수상 태양광발전’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대표적 성과로 자부한다. 앞으로도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한 온도차 냉난방 등 물로 특화한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다.”
▼ 물관리 기술을 해외로 수출한다고 들었다.
“지난 40여 년간 축적한 물관리 경험과 기술 역량을 활용해 민관이 공동 진출하는 해외사업을 한다. 1994년 ‘중국 분하강 유역조사’를 시작으로 총 23개국 44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현재는 ‘파키스탄 Patrind 수력발전사업’ 등 총 21개국 32개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10월 31일엔 필리핀 현지에서 ‘앙갓(Angat) 다목적댐 발전시설 인수인계식’을 열었다. 이는 국내 물관리 기업이 해외의 준공된 수력발전시설을 인수해 운영하는 첫 사례로, 수도 마닐라 시 수돗물 공급의 약 98%를 맡게 된다.”
▼ 마른장마 등으로 올해 전국적인 가뭄이 극심했다. 내년 봄 가뭄에 대한 대비책은.
“지난해 홍수기 이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적은 비로 50년 만의 가뭄이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그간 가뭄에 대비한 선제적 댐 운영과 홍수기 말 강우로 댐 저수량은 예년의 87%(10월 21일 기준) 수준까지 호전됐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고도화한 물관리 기술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정수기 사용하지 않습니다”
▼ 최근 우리 사회의 으뜸 화두는 안전이다. 재난방지 및 안전관리 대책은.
“시설물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정기점검과 지속적인 보수·보강을 하고 있으며, 해빙기나 여름철 등 취약 시기엔 특별점검을 강화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 위기 발생 시 골든타임 대응력을 높이려 3대 분야(댐 붕괴, 식용수, 접경지역 사고) 위기 매뉴얼을 정비했고, 반복 교육과 모의훈련 등을 실시해 만일의 상황에 상시 대비한다. 특히 대형 재난 대응태세를 직접 점검하려 9월 3일 사전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해 불시 모의훈련을 실시했으며, 신속한 상황 전파, 개인별 임무 숙지 등 초동 대응체계가 잘 작동됨을 확인했다. 9월 10일 추석 연휴 중 훈련 위치와 불과 2m 거리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했지만, 신속히 복구해 단수 피해를 막았다.”
▼ 향후 경영 방향은.
“내년은 ‘100년 기업 K-water’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미래 발전과제의 본격적인 사업화에주력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재난안전, 국민 물 복지 증진 등 물 전문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며, 성과와 효율 중심의 근원적 혁신을 통해 조직 경쟁력을 제고하려 한다. 국민이 세계 최고의 물 서비스를 제공받고 각종 물 재해로부터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정수기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 사장은 이번 국감에서 국민의 낮은 수돗물 음용률 문제와 관련한 한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집 안에서 쓰는 물은 전부 수돗물을 사용하고, 마시는 물도 수돗물을 끓여 먹는다는 것. 그의 ‘공개적’인 ‘수돗물 사랑’이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