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엑셀도, 각그랜저도 뚝딱 뚝딱 구형차 2100만 대 ‘해결사’

단종車 부품 전문기업 현대파텍스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4-11-19 16: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단종된 지 10년이 넘은 차라도 문짝이 떨어져나갔다고 걱정할 게 없다.
    • 현대파텍스가 신차에 사용하는 강판으로 새 차처럼 만들어주기 때문. 현대자동차그룹은 단종 차량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현대파텍스를 통해 ‘고객 무한 만족’을 지향한다.
    엑셀도, 각그랜저도 뚝딱 뚝딱 구형차 2100만 대 ‘해결사’
    10월 첫 주말, 서울 신촌 명물거리에서는 한 중고차 전문기업 주최로 ‘클래식카 페스티벌’이 열렸다. 1963년식 쉘비 코브라, 1964년식 포르셰 356 등 해외 명차들과 함께 큰 인기를 누린 국산차는 이른바 ‘각(角)그랜저’. 이 모델은 현대자동차가 1986년 출시한 준대형세단 그랜저 1세대로 7080 세대에겐 ‘아버지가 뿌듯해하며 태워주던 차’ 혹은 ‘잘살던 친구네 자동차’로 기억에 남았다. 요즘도 SNS 등에는 길 가다 마주친, ‘살아 있는’ 각그랜저 포착 사진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몰고다니던 각그랜저가 고장 난다면, 단종된 지 20년이 더 지난 이 차의 부품을 구할 수 있을까.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대답은 ‘그렇다’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책임공급자로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단종된 차량의 부품을 향후 8년간 책임지고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품질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내구연한은 이보다 훨씬 길어졌다. 법적 기준만 충족시켜서야 소비자 신뢰를 살 수 없는 법.

    현대모비스는 단산된 지 10년이 지난 차량 부품도 다수 재고로 보유했다. 심지어 24년 전인 1990년 단산된 포니의 일부 부품도 보관 중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AS 부품을 합리적 가격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라며 “단종 차량의 AS 부품을 처음 출시할 때 책정한 가격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양산 차종 78개와 단산 차종 118개 등 196개 차종의 부품을 공급한다. 부품 품목 수는 무려 201만여 개로 이 중 단산 차종의 부품 품목이 약 70%에 달한다. 단산 10년이 지난 ‘고령차’ 재고 부품은 450여억 원 규모로 전체 보유 재고의 13%를 차지한다.

    수익보다는 ‘품질과 안정’



    하지만 부피가 크고 쉽게 녹스는 패널(외부 철판) 등 큰 부품은 창고에 보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차체 부품은 장기간 보유하는 것보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것이 낫다. 이런 필요에 의해 설립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현대파텍스(Hyundai Partecs)다. 파텍스는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내는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Automotive Parts Technology System’의 약자.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현대모비스가 초기 자본금 400억 원의 56%, 31%, 13%를 각각 분담해 설립했다. 현대파텍스는 현대·기아차의 위탁가공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제품가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처럼 그룹 내에 단산 부품 생산을 전담하는 계열사를 둔 것은 단산 부품을 아웃소싱하는 유럽 및 미국의 완성차 브랜드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고령차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제때 신속하게 부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된 모델이어도 새로 제작하는 부품은 신차와 똑같은 강판을 사용하고, 최종 테스트도 신차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김진원 현대파텍스 경영지원실장은 “우리의 존재 이유는 수익보다는 고품질의 부품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파텍스의 효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룹 전체에서 보더라도 현대파텍스가 단산 모델의 금형(金型)을 통합적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뿐 아니라 현대·기아차는 신차 개발 및 양산차 생산에 더욱 전념할 수 있다. 과거 프레스공장(패널 생산), 차체업체(조립), 도·포장업체 등 여러 곳을 거쳐 생산하던 패널 부품을 현대파텍스 한 곳에서 일괄 생산하므로 물류비도 절감된다. 고객 만족과 그룹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다.

    현대파텍스의 주요 생산품목은 후드, 루프, 테일게이트, 펜더, 도어, 사이드 등. 이를 위해 총 4841개의 금형(현대차 2926개, 기아차 1915개)을 보유하고 있다. 단종이 결정되면 해당 금형이 현대파텍스로 이관된다. 최근에는 구형 제네시스와 구형 카니발 금형이 들어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보유 금형 중 가장 오래된 차종은 1992년 단종된 각그랜저”라며 “아무리 인기 없는 모델이라도 최소 15년이 지난 후 금형 폐기 여부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해외 현지 전략 차종의 금형도 단종 후 현대파텍스로 이관된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 시장의 주력 차종으로 슬로바키아 현지공장에서 생산하던 준중형 세단 ‘씨드’다. 금형이 갈수록 많아지자 현대파텍스는 4500평 규모의 금형보관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엑셀도, 각그랜저도 뚝딱 뚝딱 구형차 2100만 대 ‘해결사’

    현대파텍스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일관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엑셀도, 각그랜저도 뚝딱 뚝딱 구형차 2100만 대 ‘해결사’

    현대파텍스는 5000여 개에 가까운 단종 차량 금형을 관리한다.

    일관생산 시스템 구축

    사실 고객 요청이 있을 때마다 매번 단산 부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사업자 처지에서 볼 때 그리 효율적인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자동차산업의 전제조건은 대량 생산이다. 소량 생산을 할 경우 자동차 문짝 하나의 생산원가가 100만 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현대파텍스는 충남 서산 지곡면에 자리한 공장에 4개의 대형 프레스라인을 설치하고 19개의 대형 프레스, 13대의 로봇, 6개의 로봇빔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도·포장 라인을 갖춘 일관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관생산 시스템이란 1차 제품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제조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즉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차종의 금형을 찾아 라인에 올리고 해당 라인에서 프레스→차체→도장→포장 과정을 차례로 밟아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파텍스 관계자는 “많이 팔린 차종이 AS 부품 요청도 많은 편”이라며 “쏘나타 NF, 아반떼 HD, 그랜저 TG 등이 자주 라인에 오른다”고 전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최근 풀 모델 교체 주기가 5~6년으로 상당히 짧아졌다. 그만큼 단종 시기도 빨라졌다. 하지만 품질 향상에 힘입어 자동차 수명은 더욱 늘어나 운행 중인 단종 모델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현대·기아차 4900만 대 중 단종 모델은 2100만 대인데, 3년 후인 2017년에는 전 세계 6200만 대 현대·기아차 중 3600만 대가 단종 모델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소비자가 신차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품질, 가격, 그리고 AS를 꼽는 만큼 단종 모델에 대한 AS 품질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단종 차량은 많아지고 자동차 수명이 늘면서 앞으로 AS용 부품의 차질 없는 생산과 공급은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현대파텍스가 큰 구실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