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원자력이 혐오시설? 경북에 다 가져오겠다”

‘에너지 道伯’ 자임한 김관용 경북도지사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4-11-19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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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은 모아놓을수록 안전하고 경제적
    • 불법적인 삼척 주민투표에 영향 안 받아
    • 금관을 경북과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원자력이 혐오시설? 경북에 다 가져오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김관용 경북도지사. 그는 한국을 원전 강국으로 만든 박 전 대통령처럼 경북을 한국 원자력의 메카로 만들고자 한다.

    6·4 지방선거에서 3선(選)함으로써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임기도정(道政)에 매진하는 김관용(72) 경북도지사가 야심 찬 경북 발전 플랜을 내놓았다. 핵심은 원자력 관련 시설을 경북에 유치해 경북을 발전시키겠다는 것. 다른 지역 같으면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을 텐데, 경북 곳곳에는 오히려 원전해체센터를 반드시 유치하자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혐오시설 유치를 내걸고도 7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불도저 지사’를 만나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원전 등 원자력 관련 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힌다. 그런데도 ‘원자력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한 이유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장기 과제가 먹을거리와 에너지의 확보다. 먹을거리도 에너지에 포함되니 에너지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환경을 덜 오염시키면서 경제성이 큰 게 원자력이다. 암반으로 형성된 경북 동해안에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거의 절반인 11기가 건설돼 가동되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도 있다.

    한국은 비교적 일찍 원자력발전을 시작했기에 경북 동해안에는 원전만 짓고 원자력 연구와 안전에 관한 시설은 수도권 등지에 만들게 했는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원자력 연구와 안전에 관한 시설은 위험부담을 안고 원전을 가장 많이 지은 곳에 둬야 한다. 포목상이 많은 동대문시장 근처에 소방서를 지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입지조건을 따져 건설된 원전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으니, 관련 시설을 원전 있는 곳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이는 에너지를 확보하려고 애쓰는 국가에도, 원전의 안전을 보장받아 지역경제를 살리려 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 경북에도 반핵 환경운동단체가 적지 않아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꾸준히 설득했다. 경북을 원자력 전기 생산기지로만 둘 게 아니라 병원도 짓고 플랜트도 지어 앞으로 몇십 년 먹고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포항에 방사광가속기가 있고 경주에 양성자가속기를 짓는데(2018년 완공), 그것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자고 했다. 이들이 있으면 학교와 병원, 연구시설이 들어온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집중시키는 것이 클러스터다. 클러스터를 이뤄야 정부에 더 강력하게 안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 강원도 삼척에서는 반핵을 주장한 후보가 시장이 됐다. 그리고 원전 유치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쳐 84.97%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삼척과 경북 영덕은 자발적으로 신청해 신규 원전 후보지로 선정된 곳인데, 삼척 투표 결과에 영덕이 영향을 받진 않겠나.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 원전 부지 결정은 국가 사무(事務)이다. 국가 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선제적으로 알렸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었다. 원전을 유치하지 않으면 그 지역이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렸어야 한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탓에 지역 여론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처했어야 한다. 우리도 영덕의 여론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자 삼척시는 별도로 선거관리기구를 만들어 선거인명부를 작성했다. 선관위가 했으면 만 20세가 넘은 그곳 주민을 모두 유권자로 등재했을 터인데, 이 기구는 투표를 하겠다고 한 사람만 등록했다. 원전 유치에 반대한 이는 적극 등록했지만, 찬성하는 이는 정부가 불법이라고 했으니 투표를 보이콧해 선거인명부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6·4 지방선거 때 삼척의 유권자 수는 6만1597명이었다. 원전 찬반투표 명부에 등록한 유권자는 이 숫자의 69%인 4만2488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67.9%인 2만8867명이 투표에 참가해, 2만8867명의 84.97%인 2만4531명이 원전 건설에 반대했다. 이 2만4531명은 6·4 지방선거 유권자의 39.8%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삼척 유권자의 39.8%만 원전 유치에 반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이런 수치를 보면 투표 결과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거다. 삼척에는 진지하게 고향 발전을 생각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 원전을 유치해 삼척을 발전시키려고 한 그들을 정부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역 발전을 생각하는 많은 이를 침묵하게 하니, 반대하는 사람들만 돋보인다. 그 지역 여론이 전부 반대인 것으로 비치게 했다. 경북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득하고 또 설득하겠다.”

    “국가는 김종규 군수 포상해야”

    ▼ 설득만으로 되겠나. 관계 장관을 만나고 청와대 요인도 만나서 압박해야 하지 않나.

    “장관 많이 만났다. 내가 청와대에 근무한 적도 있어 그들도 자주 만났다. 그들에게 원전 유치를 확정한 삼척을 가시적으로 도와줘야 국가 사무가 잘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원자력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한 경북을 눈에 띄게 도와줘야 다른 지역도 이른바 ‘혐오시설’을 유치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 지역 주민도 설득하고 중앙의 실력자도 설득하는 게 지사의 주임무다.”

    ▼ 2003년 당시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가 방폐장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가 ‘부안 사태’가 빚어졌다. 김 군수는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런 일을 우려하진 않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안 사람들은 김종규 씨를 다시 군수로 뽑았다. 8년 만에 그를 컴백시킨 것인데,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삼척의 전임 시장은 원전을 유치했는데, 이번 시장은 반대했다. 4년이든 8년이든 삼척 주민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뭔지 알게 될 것이다. 정부는 지역 발전을 위해 자기 희생을 한 김종규 군수 같은 이를 포상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결심을 하는 단체장이 계속 나오지 않겠나.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충정을 경북 도민은 알아줄 것이라 본다.”

    ▼ 사용을 끝낸 원전을 해체하는 것이 새로운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사업 규모가 세계적으로 1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 한다. 한국이 이런 새 사업에 선제적으로 뛰어들면 유리할 수 있다. 경북 여러 곳에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던데.

    “당연한 것 아닌가. 원전이 가장 많이 있는 경북에 원전해체센터를 두는 것이.”

    ▼ 원전해체센터는 부산 울산 대구 강원 광주 전남 전북 등 여러 시·도가 유치 의향서를 낸 것으로 안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전략이 있는지.

    “원전해체센터를 경북에 두는 것이 왜 합당한지에 대한 연구를 하게 했다. 우리는 클러스터의 일부로 원전해체센터를 경북에 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경쟁을 해도 우리가 가장 앞서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부산과 울산은 ‘최초 원전’인 고리원전을 갖고 있어 다소 유리한 면이 있지만 반핵운동이 드센 곳이다. 대도시라는 부담도 있다. 경북은 공간에 여유가 있다.”

    ▼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도 유치할 생각인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는 단계다. 다만 관련법에 따라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에는 건설할 수 없다는 것만 확실하다.”

    “박정희는 경북의 상징”

    ▼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경북이 낳은 현대 인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 같다. 경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인기는 고정불변이지 않나. 조국 근대화를 내걸고 대한민국을 산업화로 이끈 그의 정신을 내세워 경북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이 나올 법도 한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아주, 아주 옳은 말이다. 나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구미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구미보통학교와 대구사범학교를 나왔는데, 나는 대구사범을 졸업하고 구미보통학교의 후신인 구미국민학교에서 5년간 교사를 했다. 그리고 영남대 경제학과(야간)에 들어가 공부하고 행정고시(10회)에 합격해 공무원을 하다가, 지방자치를 시작할 때 구미에서 출마해 1~3대 민선 시장을 했으니,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한때 구미시를 ‘박정희시(市)’로 개칭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생가 근처에는 동상이 세워졌다. 박 전 대통령의 많은 업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새마을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화는 선진국이 먼저 한 것이라 우리가 종주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새마을운동은 경북 청도를 발생지로 한, 우리가 ‘지적소유권’을 가진 근대화운동이기 때문이다.

    2000년 한국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재정지원 대상국가에서 졸업했는데, 이는 박 전 대통령이 펼친 근대화가 성공했다는 증거다. 그런 유엔이 새마을운동을 아프리카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콩고, 가나,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새마을운동을 수입해갔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새마을운동을 ‘한국신촌운동(韓國新村運動)’으로 부르며, 간부들에게 중국어로 번역한 새마을운동 서적을 나눠주고 박정희를 배우라고 했다. 지금도 중국 지방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모방한 ‘신농촌운동’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발전의 상징이다.”

    “원자력이 혐오시설? 경북에 다 가져오겠다”

    김관용 지사는 독도 영유권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세 번째 취임식을 독도에서 치렀다. 젊은 시절 태권도 3단이었던 그는 송판 격파 시범을 했다.

    ▼ 다른 지역이 시기하겠다.

    “광주·전남에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남북 화해에 크게 기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고, 부산·경남에는 군사정권이 더는 나오지 못하게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지 않은가. 각자 자기 지역의 대표 인물을 표본으로 삼아 그들의 정신을 발전, 승화해가면 좋지 않겠나.”

    경북도청 로비에는 영주 부석사에 있는 무량수전 모형이 전시돼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재라고 본 듯하다. 그러나 무량수전 말고도 경북은 한국에만 있는 중요한 문화재를 여럿 갖고 있다. 첫손에 꼽을 만한 게 금관과 금동관이다.

    금관은 세계적으로 13개가 출토됐는데 그중 9개가 한국에서 나왔다. 9개 중 확실하게 경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 7개다.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교동, 천마총, 황남대총 금관은 경주에서 나왔다. 삼성리움박물관이 소장한 가야 금관은 고령에서 나왔다(교동과 리움박물관 소장 금관은 도굴된 것이라 약간의 시비가 있다). 한국에서 나온 금동관류는 훨씬 많아서 100여 점이나 된다. 금동관은 일본에 전해져 일본에서도 몇 점 출토됐다.

    ▼ 한국은 세계 최대의 금관, 금동관 출토국인데, 대부분 경주를 비롯한 경북에서 나왔다. 이를 경북의 상징으로 삼는 건 어떤가.

    “(접견실 한쪽에 있는 금관 모형을 가리키며) 경북의 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상징을 찾지 못해 고민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다. 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구체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우리는 최근 ‘신라사’를 출간했다. ‘삼국사기’ 이후 신라 역사만 따로 정리한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신라 정신은 경북으로 이어졌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 울릉도

    ▼ 경북은 유교 문화의 본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을 활용할 계획은 없나. 유교 문화 영향이 강한 경북 북부지방은 상대적으로 낙후했다.

    “퇴계 이황을 낳은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다. 경북도청이 안동 인근으로 옮겨가는데, 이를 계기로 북부지역 발전에 불을 댕기고자 한다. 올해는 경상도 개도(開道) 700주년이다. 1314년 조선이 경상도를 만들고, 1896년 13도 체제를 갖추면서 경북도가 만들어졌다. 개도 700주년인 올해 말 서부 안동지역에 새 청사를 지어 옮긴다. 우리는 신청사가 들어서는 안동-의성 지역을 세종시와 연결해 ‘황금허리 창조경제권’으로 만들고자 한다.”

    ▼ 경북을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항공산업의 중심지는 (주)한국항공이 있는 경남 사천이고, 우주산업 중심지는 발사장이 있는 전남 고흥 아닌가. 경북은사업을 너무 확대하는 것은 아닌가.

    “사천과 고흥이 우리보다 낫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다. 보잉이 우리 군이 보유한 F-15K와 피스아이 경보기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각국이 보유한 보잉사 항공기를 수리 정비하는 MRO센터를 영천에 짓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영천 일대를 항공부품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울릉도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섬으로 만들려 한다. 202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지열,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만 100% 공급하는 섬으로 바꿔놓고자 한다.”

    ▼ 친환경 에너지는 아직 단가가 높은 게 문제아닌가.

    “그래서 울릉도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해보자는 것이다.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으로 바꾸면 독도 영유권 수호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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