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을 이끄는 지휘자는 바리톤 이중현(33) 씨. 숭실대 음악원에서 성악을 수학한 이씨는 스타킹문화봉사단, 농촌합창단 등에서 활동했으며, 국내파 성악가들이 모인 공연단체 ‘실버피쉬 오페라 싱어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씨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에게 합창의 즐거움을 전파할 때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노숙인 합창단원 중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중 10여 명은 지금도 서울역 등지에 거주하는 ‘현직 노숙인’이다.
“지난해 노숙인 합창단을 창단했을 때, 배고프고 외로운 노숙인 분이 많이 찾아왔어요. 연습 끝나면 밥도 주고 간식도 주니까…. 하지만 이분들도 점점 활기를 찾고 ‘어울림’의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를 통해 결국 노숙인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면 참 좋겠죠.”
노숙인 합창단의 하모니는 감동 그 이상이다. 더는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이 협력해 하모니를 맞춰가는 과정은 매우 아름답다. 이들은 올 한 해 지역자원봉사센터 등을 돌며 공연을 선보였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을 때 이들은 그곳에 무대를 설치해 노래를 불렀다. 그날 부른 노래는 ‘꿈꾸는 세상’. 이번 공연의 피날레도 그 곡이 장식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할 일 있는 사람들이죠.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