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마흔다섯 살의 가출

  • 허순행

    입력2014-11-19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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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다섯 살의 가출

    일러스트·박용인

    네 가슴에서 별로 뜨지 못하는 내 말이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다

    충혈된 눈으로 밤을 지키는 눈

    두레박을 내려 길어 올린 바람이

    죽은 이들의 뼈마디 속을 걸어간다



    수액을 짜면 그의 속살이 보이고

    전 우주를 움켜쥔 채

    풀섶에 매달려 있는 나비 한 마리

    허옇게 웅크리고 있는 11월의 적막

    닫힌 문이

    마흔다섯 살을 열고

    빈들로 나선다

    -시집 ‘꽃잎만 붉다’(시문학사)

    허순행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 2011년 ‘시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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