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정의화, 김무성, 서병수, 권철현…부산판 ‘代父 전쟁’

[막 오른 경부大戰 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21-01-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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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춘·박성훈·이경만 출마…드러나는 與野 ‘라인업’

    • ‘거물 정치인’ 後光 바라는 후보들 “도와달라”

    • 鄭-박형준, 金-이진복, 徐-박성훈, 權-이언주 組?

    • “내는 마음 정했다”…발길 돌린 후보들

    • 여론 따라 지지 철회·‘문어발’식 지지도

    • 지지층 결집·인지도 높이기 vs ‘조직 선거’ 산물

    정의화 전 국회의장(왼쪽).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시스, 뉴스1]

    정의화 전 국회의장(왼쪽).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시스, 뉴스1]

    김영춘(59) 전 국회 사무총장이 여권에서는 처음 출마를 선언하면서 ‘4·7 부산 대전’에 불이 붙었다. 김 전 총장은 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1년 안에 부산 운명을 확 바꾸겠다”며 일자리 25만 개 창출,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여권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 전 총장의 ‘참전’으로 부산시장 선거전은 본격적인 여야 대결 구도로 치닫게 됐다. 박인영(44) 전 부산시의회 의장, 변성완(56)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 여권 후보군의 출마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새 인물이 속속 뛰어들면서 야당의 출전 ‘라인업’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박성훈(50)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1월 14일 공식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고, 앞서 7일에는 ‘동장 출신’ 이경만(56) 한국공정거래평가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젊고 강한 경제시장’ ‘시대정신’을 앞세운 박 전 부시장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1호 공약으로, 이 원장은 김해공항 주변 드론 승용차 공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을 공약하며 빠른 시일 내에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이들의 출전으로 본경선행 티켓이 걸린 ‘신인 트랙’ 경쟁도 달아올랐다. 국민의힘은 예비 경선을 거친 후보 4명이 본경선에 오르는데, 상위 4명 중 신인이 1명도 없으면 예비 경선 4등을 탈락시키고 신인 중 1위를 본경선에 올린다. 신인 트랙으로 본선에 오를 정치 신인이 돌풍을 일으킬지도 관심사다.

    부산 부동층 30%…“아직 모른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왼쪽). 권철현 전 주일대사. [뉴스1]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왼쪽). 권철현 전 주일대사. [뉴스1]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장 자리를 내준 국민의힘에 부산시장은 반드시 수복해야 할 고토(古土)다. 더불어민주당도 전·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여권의 동남권 교두보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절대 사수해야 할 지역이다. 

    민주당은 2018년 선거에서 시장은 물론 부산 기초단체 16곳 중 13곳을 석권했지만 지역 여론은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야당으로 돌아섰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KBS부산과 부산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야 후보 시장 적합도’ 여론조사(1월 2~3일 18세 이상 부산시민 1007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국민의힘 박형준(61) 교수(26.5%)가 민주당 김 전 사무총장(13.2%)을 배 이상 앞섰다. 이어 △국민의힘 이언주(49) 전 의원(8.8%)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4.0%) △국민의힘 이진복(64) 전 의원(3.0%) 순이었다. 



    국제신문이 폴리컴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8일 18세 이상 부산 시민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도 비슷하다. 박 교수 28.3%, 김 전 사무총장 16.9%, 이언주 전 의원 15.3%, 변 권한대행 7.9%, 박성훈 전 부시장 5.0% 순이었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박 교수(40.1%)가 김 전 사무총장(27.0%)을 13.1%포인트 앞섰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4.1%, 민주당 25.9%, 국민의당 11.2%, 열린민주당 5.1%였다. 

    독주 체제를 갖춘 박 교수는 합리적 이미지와 정책 공약을 앞세워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1월 12일 3호 공약(일자리 정책)으로 이스라엘의 요즈마그룹과 1조2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펀딩 조성 협약 사실을 공개하며 “부산의 스타트업을 위해 2024년까지 2000억 원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도 그러한 전략의 하나다. 

    이언주 전 의원도 이날 ‘4호 공약’으로 경부선 철길 지하화, 우암선 철길 활용과 경부선 철길 공원·트램화를 골자로 하는 ‘낙동강·북항 트램’ 계획을, 이진복 전 의원은 부산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향토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언주 전 의원은 ‘우파 여전사’로서 자신의 당선이 문재인 대통령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심판이라는 상징성과 과거 대기업에서 활동한 실물경제 전문가임을 부각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3~4위권을 달리는 이진복 전 의원은 동래구청장과 3선 의원이라는 풍부한 국정 경험을 앞세워 부산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임을 부각한다. 그는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각종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잘 모르겠다’ ‘적합한 후보 없음’ 등 부동층이 25~30%에 이르는 만큼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계파 수장들의 대리전 양상

    지난해 12월 1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 [뉴스1]

    지난해 12월 1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 [뉴스1]

    부산시장 선거에서 흥미로운 점은 부산의 보수 세력을 삼분(三分)했던 옛 계파 수장들이 후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며 대리전 양상을 보인다는 것. 우선 정의화(73) 전 국회의장은 박형준 교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의장은 빈민퇴치 등 시민운동을 펼친 도시발전연구소(1988~2010)에서 박 교수를 처음 만나 오랜 기간 교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가 국회 사무총장(2014.7~2016.6)을 지낸 것도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전 의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정 전 의장 측 옛 선거캠프 인사들이 박 교수의 선거 기획을 돕고 있고, 정 전 의장도 직접 박 교수 지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70)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외형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지만 ‘오랜 동지’ 이진복 전 의원을 돕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보좌한 김 고문과 YS계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등 인연을 오래 맺어왔다. 김 고문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이진복 전 의원에게 강연 기회를 마련해 줬고, 자신의 옛 지역구(부산 중·영도구) 행사에도 초청하며 그의 인지도를 높여줬다는 평이다. 김 고문을 잘 아는 야권 인사는 “부산시장에 출마하려는 모 후보가 김 고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가 ‘내는 마음 정했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최근 이진복 전 의원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수위권 후보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진복 전 의원은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김 고문과는 오랜 정치적 동지 관계이고, 그런 의미에서 먼 곳에서 응원해 주고 있다”며 “당 상임고문은 특정후보 지지를 할 수 없는 위치여서 공식 지지 표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출신의 5선(選) 서병수(69) 의원은 신예 박성훈 전 부시장을 지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서 의원 선거를 도왔던 선거본부장 등 핵심 인사들과 박 전 부시장이 청와대 근무 시절 인연을 맺은 비서관 출신 인사가 선거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부산시장 야권 ‘빅3’ 후보에 올랐던 서 의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이제 젊은 미래세대가 산업화 성취와 민주화 성과를 뛰어넘을 새로운 역사를 부산에서 만들어나갈 때”라며 불출마를 선언하자 박 전 부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박 전 부시장은 서울대 정치학과와 하버드대 캐네디스쿨을 졸업한 행시(37회) 출신으로, 동문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갑)이 ‘출마 산파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박 전 부시장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은 1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이·친박을 넘어 새로운 세대가 부산 발전을 도모할 기회를 주자’는 서 의원의 대의를 높이 사고 싶다”며 ‘제2의 서병수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서 의원으로부터 박 전 부시장 지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代父 모시기’는 후보들 필수 코스”

    이언주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1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언주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1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서 의원은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과는 불출마 선언 이후에 (박 전 부시장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그전에는 없었다. 내가 출마하면 또 계파 싸움으로 비칠까 하는 우려와 새로운 세대가 일하는 게 나을 거 같아 불출마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추격자’ 이언주 전 의원은 동아대 교수와 3선 의원 출신의 권철현(74) 전 주일대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부산시장에 출마하기도 한 권 전 대사는 사석에서 여러 차례 “이언주 전 의원을 만나 보니 말도 똑 부러지게 하고 괜찮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권철현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다른 후보를 돕고 있어 ‘권 전 대사의 지지가 양분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전 의원은 “(권 전 대사가) 내게 우호적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지원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심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출마 전에 지역 중진이나 당 원로에게 인사를 하며 ‘도와달라’고 하는 ‘대부(代父) 모시기’는 후보들 필수 코스”라며 “중진들의 지역 내 영향력과 안정적인 이미지 등 일종의 ‘후광(後光) 효과’를 노린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산 정치권 인사의 설명은 구체적이다. 

    “서울과 달리 보수 지지층이 강한 부산은 과거부터 ‘조직 중심’의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영향력이 큰 ‘대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은 현재의 민주당 경선 룰처럼 일반 시민과 당원 투표가 5대 5인 경우도 많았는데, 이때는 당원들을 움직이는 국회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지역 내 영향력이 큰 거물 국회의원의 조력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지지를 약속했다가도 후보 지지율이 낮아지면 슬그머니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찾아오는 후보들마다 지지를 약속하는 ‘문어발 대부’도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과거 부산시장 경선은 당원 투표 비중이 높은 데다 엇비슷한 보수 성향 후보들이 출마해 지역 국회의원들이나 당원들 표심이 중요했다”며 “이러한 ‘정치 관성’ 탓에 후견인 모시기가 횡행했지만 이제는 여론조사 비율이 훨씬 높아졌고 유권자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그 필요성이 확연히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히려 조직 동원 선거,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고 부연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4·7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은 1월 11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국회의원이나 정치 원로들의 선거 중립을 당부했다. 그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쟁이 과열 혼탁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당 대표나 최고위원 경선은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당헌당규로 정한 만큼 이를 원용한 규정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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