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대선 부산 득표율, 박근혜 59.9% vs 문재인 39.9%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 결과를 복기해 보자. 박근혜 대 문재인.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은 현 집권세력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이정희 후보까지 사퇴하며 사실상 일대일 구도로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1.6% 표차로 패했기 때문이다.여러 패인 가운데 PK에서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핵심요인으로 꼽혔다. 문 후보는 부산에서 39.9% 득표에 그쳐 59.8%를 득표한 박 후보에게 20% 득표율 격차로 크게 뒤졌다. 전국적으로 대통령에 당선한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108만496표차로 승리했는데, 부산과 경남 등 PK에서 두 후보간 득표율 격차가 97만5926표로 전국 득표율 격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결국 PK에서의 패배가 대선 전체 판의 패배로 이어졌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201만7260표를 더 얻었고, 문 후보는 호남에서 박 후보보다 250만6221표를 더 득표했다. TK와 호남 득표만 놓고 보면 문 후보가 약 50만표 가량 앞섰다. 그러나 PK에서 약 100만표 가량 뒤지면서 문 후보는 전국적으로 108만표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충청권의 경우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30만표 가량 더 득표했지만 서울에서 문 후보가 20만표를 더 얻어 수도권과 충청 등 이른바 ‘중원’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어땠을까. 대통령 탄핵에 따른 특수한 상황으로 두 달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문 후보는 후보 난립에 따른 득표율 분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국 득표율은 문재인 41.1%, 홍준표 24%. 안철수 21.4%, 유승민 6.8%, 심상정 6.2% 순이었다. 2위 홍준표와 3위 안철수 득표율 합이 45.4%라는 점에서 만약 두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41.4% 득표에 그친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부산에서 문 후보는 38.7% 득표에 그쳐 18대 대선 때의 39.9%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홍준표 후보는 부산에서 32%, 안철수 후보도 16.8%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부산 득표율 합이 48.8%에 이르고, 여기에 유승민 후보의 부산 득표을(7.2%)을 합하면 56%로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부산에서 얻었던 59.8%와 근접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19대 대선이 문재인 대 야권 단일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졌다면 18대 대선 상황이 재현돼 문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셈이다. 더욱이 부산에서 문 후보는 18대 대선 때 39.9%보다 1.2%p 낮은 38.7% 득표에 그쳤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여권 후보 분열로 부산 등 PK 표심이 분산됐기에 가능했다. 당시 김대중(DJ) 후보는 부산에서 15.3%의 저조한 득표율 기록했지만, 이인제 후보가 29.8% 지지율을 기록하며 PK에서의 이회창 후보(53.3%)로의 표 쏠림을 저지했다. 만약 이 후보가 부산 표심의 3분의 1 가까이를 잠식하지 않았다면 DJ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역대 대선에서 PK 표심의 향배는 어느 진영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를 가르는 방향타 구실을 해왔다.
가상대결서 박형준 51.5% vs 김영춘 27.4%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왼쪽)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동아DB]](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0/0a/79/22/600a79222001d2738de6.jpg)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왼쪽)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동아DB]
여야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박 교수와 김 전 장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박 교수가 51.5%로 27.4% 지지에 그친 김 전 장관을 크게 앞섰다. 이 같은 결과는 정당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 부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9%인 반면, 민주당은 24.7%에 그쳤다. 특히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를 묻는 공감도 조사에서 부산 시민 열 명 중 여섯 명(60,3%)은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에 비해 ‘현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대통령의 국정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도 긍정평가는 33.1%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64.4%로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여론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18대 대선 때의 야권 60 VS 여권 40 구도가 재현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리얼미터가 1월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4.5%로, 국민의힘(29.9%)을 오차 범위 내에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리얼미터 여론조사 시점은 1월18~20일 전국 성인 151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PK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시적인 아웃라이어냐, 아니면 여권에 등돌린 민심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대감으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부산 등 PK 민심은 2018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여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지난해 총선에서 기록한 40%대 지지율을 유지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엄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지난해 총선 지지율 이상을 지켜내면 내년 대선에서 PK 지지세를 기반으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밝게 볼 수 있지만, 만약 총선 지지율을 하회하면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PK에서의 여야 득표율 격차는 보수가 어느 정도 결집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번 보궐선거의 여당 득표율이 지난해 총선 득표율 42%보다 낮아진다면 그만큼 보수진영의 결집 강도가 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업체 ‘민’ 대표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당 후보가 표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까지 PK 세 명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줬는데 지금 그 세 명의 단체장이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보궐선거 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도 여당 후보는 PK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 2017년 대선의 경우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등 유력 대선후보 세 사람이 모두 PK 출신이었기 때문에 PK 표심이 전국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PK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 후보가 선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빅3 대선 후보(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PK 출신이 없는 상황 그대로 차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PK에서의 선거 열기와 중요도는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