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검색 제국’ 네이버 파열음, 성장통인가 쇠락 조짐인가

구글의 도전, 정부·언론의 견제, 네티즌의 싸늘한 시선…

  • 윤선영 스포츠서울 IT 전문기자, ‘이것이 네이버다’ 저자 mayanne@naver.com

    입력2007-09-10 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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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검색기술 구축해 네티즌 매료
    • 검색시장 70% 이상 점유, 올해 이익 3400억 기대
    • ‘검색을 통한 지식평등사회’ 추구
    • ‘자랑스러운 토종 포털’→‘인터넷 생태계 교란 주범’?
    • 문어발 사업 확장, 콘텐츠 비공유, 광고 독점으로 비난
    • “한·중·일에선 구글보다 경쟁력 있다” 자신
    ‘검색 제국’ 네이버 파열음, 성장통인가 쇠락 조짐인가
    “이따금 역사는 갑자기 하나의 인물 속에 자신을 응축시키고, 세계는 그 후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좋아하는 법이다.”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세계사에 관한 고찰’ 중에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이자 하루 1600만명이 찾는 검색포털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NHN의 수장 최휘영(43)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 상반기에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기회에 외부의 목소리를 수렴하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훨씬 심각하다. 최근 발간된 ‘네이버 공화국’의 저자인 김태규 ‘코리아타임스’ 기자는 “네이버가 현재 상황에 안주할 경우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업계는 1위 자리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인터넷 권불삼년(權不三年)이라 할 만하다. 우연히도 올해는 네이버가 1위 자리에 오른 지 3년이 되는 해다. 이전 1위였던 야후나 다음이 신규 서비스에 수위 자리를 뺏겼다면, 네이버는 전사회적인 견제 때문에 정상의 자리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웹 생태계 포식자?

    숫자로만 보면 NHN의 위기론은 가당치 않아 보인다. NHN의 검색포털인 네이버의 하루 방문객은 약 1600만명에 달하며, 하루 900만명이 네이버 검색창에 쳐 넣는 질문 수는 약 1억 건이다. 하나하나의 질문은 모두 NHN의 수익으로 연결된다.

    NHN은 지난 1분기에만 1996억원의 매출액과 8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매출목표와 영업이익은 각각 8700억원과 3400억원으로 잡고 있다. NHN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2.9%로 상장사 평균 6%의 7배에 달했다. 이 중 검색광고 매출액은 1084억원(1분기)으로 전체 매출액의 54%에 달한다.

    그럼에도 NHN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언론이 네이버를 보는 시각을 보면 위기론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여러 매체가 ‘포털뉴스 규제 제로 지대…책임 없는 권력’(한겨레), ‘네이버 검색점유율 76%, 정보독재자?’(서울신문), ‘사이버 무법 포털 그냥 안 둔다’(문화일보), ‘공룡포털 네이버의 오만인가?’(조선일보), ‘인터넷 공룡 포털, 콘텐츠 문어발 확장 웹 생태계 파괴’(동아일보) 등의 제목을 뽑으며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이들은 검색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며 지난해에만 5734억원 매출에 2296억원을 벌어들인 네이버가 인터넷 선두기업으로서 인터넷 생태계 조성에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웹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가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인터넷 포털의 독과점 여부. 조사 중간에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담합한 경우도 있고, 콘텐츠 제공업체(CP)와의 관계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례도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모종의 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국세청은 최초로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색 제국’ 네이버 파열음, 성장통인가 쇠락 조짐인가

    지난 6월18일 기공식을 가진 NHN벤처센터는 네이버의 급성장을 상징한다.

    또한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포털 규제 TFT’로 불리는 이 조직은 모두 11개 작업반으로 이뤄져 있다. 포털을 세세하게 관찰해 규제 및 개선방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치권에서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은 검색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의 ‘검색서비스 사업자법 제정’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 중이다. 언론사들 역시 포털에 대항하는 자체 조직을 정비해 포털의 뉴스 서비스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는 손끝 하나로 갖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해주며 아이들 학교 숙제까지 해결해주는 ‘지식 도우미’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구글이나 야후에 대항해 국내 검색시장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토종 포털로 칭송받았다. 그런 네이버를 보는 시각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지식iN’의 힘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1월27일자는 “네이버가 구글이나 야후를 물리치고 한국 검색시장의 70%를 독식한 것은 사용자들이 생산한 한국어 콘텐츠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구글은 한국어 콘텐츠 부족으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특히 주목한 것은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다. 사용자가 직접 질문과 답변을 올리는 지식iN은 벌써 전체 건수가 4억7000만건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구글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이트의 링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반면,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직접 생산한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고 있어 네이버에서 검색할 경우 웹 정보뿐 아니라 지식iN 데이터베이스, 뉴스, 다른 블로그에 있는 콘텐츠도 함께 만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네이버’ 검색서비스를 만든 주인공은 현재 네이버의 CSO(최고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해진(40)씨다. 어린 시절 백과사전을 좋아해 공부할 때나 숙제할 때 늘 백과사전을 끼고 살았다는 그는 그 무렵 부잣집 아이들이나 가질 수 있던 백과사전이 아이들의 시험성적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식 접근수단의 소유 여부가 실력 격차를 만드는 중요 요소가 됨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다.

    이는 후에 그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만난 것이 검색기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검색기술을 이용하면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평등하게 ‘부의 원천’인 지식에 접근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PC통신 유니텔 검색엔진 개발을 담당하던 그는 검색시장의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회사를 설득해 검색 솔루션을 개발한다. 그러나 검색의 특성상 공짜로 서비스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혔고, 이는 SI업체인 삼성SDS에서는 불가능한 사업 형태였다.

    자신이 직접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회사를 설득, 사내 벤처 ‘네이버 포트’를 만들어 2년간 준비한 끝에 1998년 11월 마침내 벤처로 독립한다. 때마침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기 시작한 ‘닷컴 붐’이 한국에도 상륙하고 있었다.

    덕분에 초기 사업자금 100억원은 쉽게 확보했지만 2000년 봄 닷컴 버블이 일시에 꺼지면서 네이버는 생존의 기로에 직면한다. 뛰어난 기술력과 서비스로 인정받던 네이버는 검색이라는 서비스의 특성과 자금난, 그리고 당시 인기를 끌던 커뮤니티 포털에 밀려 4위로 추락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000년 게임포털 한게임과의 합병을 통한 유료화에 성공해 ‘최초의 닷컴 흑자’를 기록하는 한편 검색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했다. 2003년 코스닥에 상장된 이후 매년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해진씨는 미국의 검색기술을 벤치마킹해온 국내 검색 서비스 관행에서 벗어났다. 그는 웹 콘텐츠가 풍부한 미국과 달리 빈약한 웹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검색시장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 결과 웹 콘텐츠뿐 아니라 사전, 뉴스, 전문자료, 블로그 등의 검색결과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통합검색’ 기술을 구현해 사용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통합검색은 네티즌끼리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지식iN 서비스가 성공하면서 네이버의 독보적인 검색 퀄리티를 구현했다.

    지식iN에 힘입어 2004년 검색포털 순위 1위에 등극한 네이버는 이듬해 다음을 넘어 포털 사이트 1위 자리를 굳혔다. 이후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급상승해 2005년 12월에는 68.2%를 기록했고, 괄목할 만한 기업실적을 올렸다. NHN의 주가는 지난 1월11일 2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76.7%로 치솟았다.

    폐쇄와 독점의 ‘닫힌 제국’?

    ‘검색 제국’ 네이버 파열음, 성장통인가 쇠락 조짐인가

    네이버는 네티즌의 욕구를 채워주는 검색 서비스로 급성장을 했다. 사진은 네이버 검색 광고.

    공룡처럼 몸집이 커진 네이버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시초는 2006년 1월24일 발간된 ‘한겨레21’의 커버스토리 ‘네이버 제국은 영원할 것인가?’였다.

    이 기사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유독 한국에서만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토종 포털 네이버의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를 닫아놓는 폐쇄성과 검색결과를 수작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네티즌들을 거대한 섬에 가둬놓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런 폐쇄정책은 ‘공유’와 ‘개방’을 전제로 하는 웹의 정신에 위배되며, 일시적으로는 구글을 막을 수 있겠지만, 국내 포털의 기술발전을 막아 궁극적으로는 자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최초로 제기한 것은 인터넷 전문가 그룹이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관문’이라는 포털 본래 기능보다는 특유의 규모를 이용해 네티즌으로 하여금 자체 서비스인 ‘블로그’나 ‘지식iN’에 콘텐츠를 쌓게 함으로써 거대한 섬을 구축했다고 비판했다. 재벌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중소기업의 영역에 침범하듯 네이버가 규모를 이용한 자체 콘텐츠 구축으로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바로 ‘닫힌 제국’에 관한 논란이었다.

    인터넷 전문가이자 ‘시멘틱 웹’이라는 책을 통해 ‘웹 2.0’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김중태씨는 ‘구글이 한국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구글이 국내시장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국내 포털들의 검색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웹의 정신인 개방과 공유를 무시하고 콘텐츠를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폐쇄정책’이 당장엔 유리하겠지만 국내 포털의 검색기술 발전을 막아 결국엔 자멸하게 될 것이라는 ‘닫힌 제국’의 위험성에 관한 그의 경고는 커다란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70%가 넘는 검색시장 점유율은 기술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위기의식을 촉발시켰다. 바로 독점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대한민국이 사실상 네이버의 지배를 받는 ‘네이버 공화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을 느낀 곳은 언론사들이다. 미국과 달리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은 독특한 뉴스 서비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언론사에 일정액의 사용료를 지급한 후 검색창이 아닌 뉴스라는 메뉴를 따로 구성해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를 제공받아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초기만 해도 이 같은 뉴스 서비스 방식은 윈-윈 정신의 발현이었다. 포털은 가장 중요한 정보인 뉴스를 서비스함으로써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언론사는 자사의 뉴스를 보다 많은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규모가 순식간에 커지고 독점이 심화되면서 포털이 단순한 정보전달자를 넘어 언론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준(準)언론 노릇을 하게 되면서 초기의 윈-윈 정신은 빛이 바랬다.

    특히 한 곳에서 모든 뉴스를 볼 수 있는 포털의 편리함에 맛들인 네티즌들이 뉴스를 보는 윈도가 포털로 집중되면서 포털은 자연스럽게 ‘언론 위의 언론’이 됐다. 언론 고유의 영역이던 의제설정 기능이 순식간에 포털로 이동해버렸다. 의제설정의 관건이 ‘어떤 뉴스를 발굴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뉴스를 클릭하느냐’로 바뀌었다. 클릭당하지 않는 뉴스는 ‘없는’ 뉴스가 돼버렸고 언론사들은 일개 CP(Contents Provider)로 전락했다.

    이처럼 급작스러운 헤게모니의 전도는 뉴스 생태계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예를 들어 독자가 거의 없는 마이너 매체의 기사나 수백만 독자를 거느린 메이저 매체의 기사 영향력이 평준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 젊은층인 네티즌에게 ‘클릭’당하기 위해 소위 ‘낚시기사’라 일컫는 선정적인 기사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난무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포털의 특성을 악용한 네티즌들의 ‘가짜 기사’도 양산됐다.

    이런 혼란은 네이버가 ‘가장 많이 본 기사’에 대한 욕구를 겨냥, ‘실시간 검색어’라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극에 달했다. 몇 사람이 집중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원리를 이용해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생겨난 것이다. ‘황우석의 진실’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이 ‘황우석의 진실’이라는 키워드를 한꺼번에 입력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게 만들어 이 키워드를 클릭한 많은 네티즌을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사이트로 이동하게 만든 것이다.

    불붙은 ‘포털 저널리즘’ 논란

    포털 뉴스에 부가된 ‘댓글’로 인한 사회 문제도 이슈로 등장했다. 댓글이 폭력적인 언어나 유언비어, 인신공격성 글들로 도배되면서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 및 언어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포털의 언론 기능이 발휘하는 영향력에 언론사 못지않게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정치권이었다. 백화점식 포털 뉴스 서비스의 특징상 뉴스를 배열하는 포털의 편집권에 따라 각종 선거의 향방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결정적인 힘이 인터넷임을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이에 따라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포털이 특유의 영향력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이른바 포털 저널리즘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 같은 논란은 정부는 물론 정당으로 하여금 포털에 관한 각종 규제와 감시장치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포털은 어디까지나 뉴스의 유통업체일 뿐이며 언론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자체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으며, 제휴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받아서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뉴스 유통자’의 기능에 충실할 뿐이므로 언론으로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견해다.

    그럼에도 포털의 기능이 단순히 유통을 넘어 저널리즘 영역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무엇보다 포털이 이 같은 저널리즘 기능을 통해 이익을 보는 당사자이므로 이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검색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 80%에 육박하자 ‘공룡 포털’ 네이버의 진짜 문제는 독점으로 인한 인터넷 생태계의 파괴라고 지적한다. 네이버가 검색의 위력을 무기로 블로그, 카페, 메일, 뉴스, 쇼핑 등 모든 서비스를 독점함으로써 전문 포털이나 서비스가 발붙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콘텐츠 생산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광고의 포털 집중이 심화되면서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했다. 네이버 초기에만 해도 네이버에는 검색 서비스만 있었을 뿐 대부분의 콘텐츠는 CP로부터 공급받았다. 그러나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부터는 이들로부터 공급받을 필요가 없어져 대부분의 콘텐츠 업체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유머 커뮤니티 ‘웃긴대학’을 서비스하는 이정민 사장(한국인터넷컨텐츠협회장)은 “웃긴대학이 한창 인기를 끌자 네이버는 유사한 서비스인 ‘붐’을 론칭, 막강한 트래픽을 이용해 단숨에 인기 서비스로 자리를 굳혔다”면서 “다행히 웃긴대학의 회원관리 노하우가 탄탄해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붐’이 없었더라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임’의 트래픽

    중소 규모의 포털들이 더욱 위협을 느끼는 것은 검색광고의 독점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검색의 과잉잉여 문제다. 네이버 같은 검색포털은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인터넷상의 많은 웹 페이지, 즉 온라인 출판물들을 검색해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시하면서 광고를 붙여 돈을 번다.

    처음 검색포털들은 검색을 통해 트래픽을 공급함으로써 콘텐츠 업체에도 혜택을 준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검색포털만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보는 상황이 전개됐다. 검색결과가 노출되는 포털의 인터페이스에만 온라인 광고가 집중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소 포털의 트래픽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의 특성상 검색포털에만 광고를 게재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중소 포털에 광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 검색엔진을 통해 확보한 중소 콘텐츠 포털의 트래픽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불임’의 트래픽이 되고 말았다. 사실상 검색은 인터넷상의 수많은 콘텐츠를 전제로 함에도 불구하고 검색기술이라는 서비스에만 돈이 몰리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특히 검색광고의 경우 광고주와 미디어를 매개하는 역할을 검색포털이 하고 있어 검색기술로의 광고 편중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정민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점유율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영화의 스크린 쿼터제처럼 네이버 같은 검색포털의 광고수익을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광고 쿼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록 검색광고가 검색어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검색기술이 만들어낸 수익모델이라 하더라도 검색 자체의 기반이 콘텐츠이므로 검색포털에 붙는 광고의 절반 정도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소 포털에 돌아갈 수 있게 해야 인터넷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처럼 모든 종류의 서비스에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는 구글처럼 인수를 통해 생태계를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윈-윈 모델 창출

    포털의 위력에 눌려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언론사들 역시 네이버가 진정한 유통자라면 콘텐츠 생산업체들과 상생하기 위한 윈-윈 모델을 창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언론사들은 단순히 포털의 상생 노력을 촉구하기보다는 단결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뉴스는 언론사들이 만들고 돈은 엉뚱하게 포털이 버는 불합리한 뉴스 유통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가 포털의 뉴스저장 기간을 7일로 제한하고 나선 것이나 몇몇 신문사들이 언론사 자체 뉴스 DB서비스인 뉴스뱅크를 만들어 수익배분 모델을 제시한 것도 이런 자구책의 일환이다.

    이 같은 변화는 뉴스와 ‘닫힌 검색’을 통해 급작스럽게 몸집이 불어난 네이버가 업계는 물론 네이버 자체의 위기를 촉발시키는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네이버 자신에게도 70%가 넘는 점유율과 40%가 넘는 이익률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그간 검색이나 포털의 영향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 부족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도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 거대권력으로 자리매김한 포털을 보는 외부의 시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올 연말 대선(大選)을 의식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색서비스 사업자법’이다.

    이 법에서 주목하는 ‘네이버 리스크’는 단순히 네이버의 사회적 영향력에 한정되지 않는다. 당초 발의에 포함됐던 ‘자동검색기능 의무화’ 조항에서 알 수 있듯 네이버식 검색 서비스가 안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바로 통합검색식 알고리즘이 안고 있는 기술상의 문제다.

    네이버측은 “네이버 검색 결과는 오로지 기술과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제공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색전문가들은 네이버 검색 결과에 사람의 손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광고단가에 따라 검색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이 같은 의심의 첫 번째 근거다. 또한 웹 콘텐츠보다 자체 콘텐츠가 먼저 보이는 통합검색의 인터페이스도 수작업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부추기는 요소다. 다른 검색엔진에 비해 유달리 높은 검색어와 검색결과의 적합도 그리고 속도도 수작업의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초기 야후 검색처럼 사람이 사용자의 마음을 읽고 찾아주는 휴먼터치 방식이 검색의 최종단계에서 아직도 일부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바로 이 대목이 ‘검색서비스 사업자법’에 자동검색 의무화라는 다소 황당한 조항을 끼워넣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순전히 기술에 의해서만 검색 결과가 제시되는 구글 검색과 달리 수작업이 개입될 ‘개연성’이 있는 네이버식 검색이 혹시 대선에 영향력을 끼칠 1%의 가능성도 법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일부 검색전문가들은 ‘네이버 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포털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치르게 되는 올 연말 대선을 우려하고 있다. 100%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검색 결과가 노출되는 구글과 달리 검색 결과에 수작업이 개입되는 국내 검색기술에 만에 하나라도 권력이 개입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색서비스 사업자법’은 이같은 경고에 대한 자구책인 셈이다.

    친절한 통합검색의 비밀

    이 같은 외부요인 외에도 전문가들은 웹은 물론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의 DB까지 검색해 사용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네이버의 ‘친절한’ 통합검색 기술이 콘텐츠가 빠르게 증가하는 웹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검색기술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통합검색 기술은 기반 자체가 ‘로컬’이어서 글로벌 서비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웹 콘텐츠가 부족한 국내에서는 통합검색 기술이 유리할지 몰라도 해외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매년 60%씩 증가하는 웹 콘텐츠를 수작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의 웹 상황에 최적화한 네이버의 통합검색 기술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네이버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구글이 그동안 통합검색을 하지 않은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듯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속성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네이버식 ‘닫힌 검색’의 피해자는 업계도 언론사도 아닌 다름아닌 네이버 자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네이버 위기론 진원지는 구글?

    결국 업계에서 보는 네이버의 가장 큰 위기 요소는 구글이다. 구글이야말로 현재 거론되는 모든 네이버 위기론의 진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이 현재 거론되는 네이버의 모든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의 가장 큰 장점은 철저하게 기술 기반이라는 점이다. 스탠퍼드대 수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박사논문으로 제출한 ‘페이지 랭크’ 기술을 출발점으로 삼은 구글 검색의 가장 큰 특징은 검색 결과의 순위가 수학을 이용한 링크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인용이 많은 논문이 더 정확하다는 데서 착안한 페이지 랭크 기술은 링크가 많이 걸린 사이트가 더 정확하다는 알고리즘에 의해 검색 결과의 순위가 정해진다. 따라서 웹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구글의 검색 결과는 더 정확해지는 선순환의 궤도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수십개의 로봇이 한꺼번에 웹 콘텐츠를 긁어오고 처리하는 분산처리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웹 콘텐츠가 아무리 빨리 늘어나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도 구글의 장점이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통합검색 기술과는 별개로 이미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웹 검색엔진’을 개발 중에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올 하반기로 잡고 있는 일본 검색시장 진출은 이 같은 글로벌 웹 검색엔진을 가동하는 첫 시험대다. 새로운 검색엔진 기술은 물론 일본의 웹 환경, 이용자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철저히 현지화한 서비스로 일본 검색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네이버의 해외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네이버가 ‘첫눈’ 인수를 통해 상당수의 검색인재를 확보한 데다, 알고리즘 하나에 판도가 바뀌는 검색의 특성이 네이버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특히 구글 검색기술이 영어권이 아닌 한국·일본·중국어권에서는 약한 측면이 있어 네이버의 일본 검색시장 진출이 그다지 무리한 도전은 아니라는 평이다.

    특히 네이버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터넷 인프라와 똑똑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무엇보다 ‘시간’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경쟁상대와 비교할 때 6개월 후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시장을 소홀히 했던 구글이 최근 한국 시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에 사활

    무엇보다 해외시장 진출은 네이버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지적받고 있는 모든 문제점의 해결책이 바로 해외 진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들은 미국의 구글이나 야후, 중국의 바이두, 일본의 야후재팬과 달리 네이버가 ‘닫힌 검색’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시장규모를 꼽는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과 달리 국내 검색시장은 규모가 워낙 작아서 저절로 독점구조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쏠림’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국내 시장만으로는 포털과 콘텐츠 업체들이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일 네이버가 해외 진출에 성공할 경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 경영진의 분석이다. 창업자인 이해진씨가 직접 일본검색TFT 팀장을 맡아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결국 네이버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기까지의 ‘시간’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언론과 과도한 규제다. 특히 자동검색 의무화와 뉴스서비스 금지 조항을 담은 ‘검색서비스사업자법’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자동검색서비스 의무화는 최근 들어 한국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구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측은 검색이 수집과 알고리즘을 통한 배치에서 가치가 창출됨에도 수집 결과만을 제공하라는 것은 이용자의 정보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비스는 시장에서 이용자의 니즈(needs)에 맞게 발전돼야 한다는 것이 네이버측 주장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구글이 당장의 위협요소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가 언론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것은 네이버 경쟁력에서 뉴스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스는 네이버 검색이 단시일에 급성장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뉴스는 사용자들이 매일 필요로 하고 또 가장 중요한 정보다. 특히 뉴스를 윈도 형태로 보여주고 이를 다시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이중 유통방식은 네이버의 검색 경쟁력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죄수들의 딜레마

    문제는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오던 언론사들이 ‘죄수들의 딜레마’에서 탈출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신문협회를 통해 저작권 문제 등 뉴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뉴스 DB 공동사업인 뉴스뱅크를 통해 뉴스를 통한 수익을 포털과 언론사가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네이버는 온라인신문협회가 아닌 개별 언론사를 상대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파워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고, 언론사들을 여전히 죄수의 딜레마 틀 안에 가둬두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네이버는 이전에 비슷한 자구책을 모색했던 스포츠지의 시도가 오히려 온라인뉴스라는 대안매체를 키우는 결과를 빚으며 스포츠지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선례를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사실 네이버의 이 같은 위협(?)은 과장이 아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언론사들의 단결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지금 현재의 네이버의 영향력이라면 얼마든지 대안매체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네이버에도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 독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암시하듯 대안매체를 키워낼 만큼의 ‘막강한’ 영향력이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네이버의 뒤에는 네이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의 해결책을 가진 구글이 버티고 있다. 언론사측에도 대안이 있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 생태계 문제의 경우 구글은 처음부터 참여와 개방이라는 웹2.0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윈-윈 구조를 갖췄다.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가는 네이버와 달리 구글은 콘텐츠업체가 발전할수록 구글의 검색기술도 발전하는 선순환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다음이 구글의 애드센스를 차용한 ‘애드클릭스’를 내놓은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블로스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 대표는 “전문가들이 구글에 열광하는 것은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구조를 갖고 선순환하는 ‘프랙털 이론’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은 콘텐츠 업체들이 원하는 윈-윈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웹 생태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저작권 문제의 경우에도 수익을 검색서비스 업체뿐 아니라 콘텐츠 업체에 배분하는 ‘애드센스’라는 무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사용자 최적화’라는 서비스 노하우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구글과 언론사들이 윈-윈 구조를 먼저 정착시킬 경우 네이버는 경쟁력의 가장 큰 부분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분명한 것은 네이버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게 됐다는 점이다. 네이버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외국보다 발달속도가 빠른 만큼 그 이면에 사회적, 문화적 이슈들이 빨리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네티즌은 물론 기업들도 저작권 침해, 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오만은 ‘멸망의 전조’

    한 해 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검색 황제’ 네이버가 위기는 아닐지라도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요구는 사회적 영향력과 덩치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네이버를 보는 시선에 대한 네이버의 자세와 네이버를 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우선 네이버를 향한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모두 네이버에 있다. 이 모든 문제점으로 인한 이익의 수혜자가 바로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짧은 시간에 급성장해 책임을 미처 소화할 수 없었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아직 누구도 인터넷 혹은 포털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방향성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네이버에만 책임을 지우는 게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이버와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간과하고 스스로의 영향력에 취해 그저 제스처만 취하는 데 그치거나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시장에는 네이버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전에 없던 오만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해결 노력보다는 은근히 힘을 과시하며 대충 무마하려는 태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포털 저널리즘에 대한 책임 여론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아웃링크’ 제도로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거나 뉴스 서비스 문제에 있어서 근원적인 해결책보다는 개별 언론사와 접촉해 ‘죄수들의 딜레마’를 획책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제국의 오만’일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혁신을 요구하기보다는 밑에서부터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NHN 특유의 ‘바텀업’방식의 경영스타일이 갖고 있는 문제점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영스타일은 덩치가 작은 벤처 시절에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책임이 강조되는 ‘공룡 포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리스어로 ‘오만’은 ‘멸망의 전조’라고 한다. 네이버는 지금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밖으로부터의 변화 요구와, 구글 같은 막강한 상대와 겨룰 만한 기술개발이라는 안으로부터의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네이버의 생존에 소홀할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네이버의 임무에 대한 지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칫 네이버의 생존이 아닌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온 인터넷 강국이라는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열악한 여건에서도 지금과 같은 검색 제국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검색을 통한 지식평등사회’라는 따뜻한 이념과 장차 국민을 먹여 살릴 ‘산업의 쌀’이 될 만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창업자의 철학이었다. 변화하는 웹 환경에서도 이 같은 철학이 검색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고, 마침내는 시장규모가 수십배나 더 큰 미국의 검색 황제와 대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했다.

    네이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적인 검색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다음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초심(初心)’이다. 세계 검색시장에서 한글검색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강인한 실천력으로 그 가능성을 실현시킨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문제에 대처한다면 네이버 위기론은 한낱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디지털 경제의 헤게모니

    한편으로 검색 혹은 네이버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또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야후나 구글의 행보에서 보듯 검색은 디지털 경제의 헤게모니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그뿐만 아니라 60조원이 넘는 전세계 광고시장을 손안에 넣을 수 있는 막강한 무기다. 무엇보다 개인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의 혁명적인 유통수단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르네상스를 여는 계기가 된 것처럼 장차 검색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검색 혹은 네이버를 보는 우리의 시선은 극히 현상적이고 단기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 검색은 지식의 평등한 배분이라는 미덕과 함께 저작권, 사생활 침해 등 자칫 인간사회의 기반을 뒤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껏 검색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대선’이라는 주요 사안을 앞두고서야 서둘러 법 제정에 나서는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엔 문제가 있다. 또 깊고 넓은 안목에서 검색에 관한 풍부한 담론을 생산하지 못하고 오로지 숫자에만 관심을 갖다가 영향력을 위협받게 된 지금에야 검색 혹은 포털에 관해 설익은 비판을 쏟아내는 언론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인터넷의 특징은 특정한 주체가 아닌 기업, 사용자, 국가, 사회 등 모든 구성원의 참여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사실은 세계가 인정한다. 인터넷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50%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은 90%가 넘는다. 또한 이 같은 인프라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활발한 네티즌들의 참여문화와 맞물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터넷 시간’이라는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네이버 역시 NHN이라는 기업 혼자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와 사용자가 모두 함께 만들어냈으며 한국의 앞선 인터넷 시간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네이버를 단순한 기업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최근 미국의 ‘웹 2.0 혁명’이 보여준 것처럼 웹 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뿐 아니라 풍부한 담론이 필수요소다. 검색과 인터넷에 관한 사회의 시선이나 논의 수준이 한층 성숙해야 진정한 인터넷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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