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11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공무원연금 관련 간담회에서 시작 30여 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11월 11일 정홍원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15명과 함께 이른바 ‘하후상박식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에 서명했다. 여기에 고위직 공무원들이 가세하면서 여당 안(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주축이 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투표 참여자 44만5208명 가운데 98.64%인 43만9145명이 새누리당의 개정안에 반대했고, 찬성은 0.99%인 4411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오성택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위직 몇 명이 개혁안에 동참한다는 것은 요식행위다. 박봉에 연금 하나만 보고 살아온 실무직과의 괴리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금개혁에 관한 여론 수렴 공청회는 노조의 반대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 발의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기조 속에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국가 재정적자를 감축한다. 둘째, 하위직급 현장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고 상위직급이 고통을 분담하는 하후상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도입한다. 셋째,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신규임용 공무원부터 국민연금과 동일한 기여율, 지급률 체계를 도입한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측은 이번 여당 발의안이 기존의 연금학회와 정부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 언론 등이 국가재정 악화의 주범이 공무원연금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 갈등으로 비화
정부 여당의 방침과 개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국민여론이 우세한 점,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 야당의 눈치 보기 등이 중첩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국민 상호 간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SNS 여론은 어땠을까.
일단 밖에서 형성된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10월 10일~11월 10일 한 달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공무원연금을 언급한 문서는 8만8042건이 검색됐다. 최근 들어 공무원연금 이슈는 2000~3000건의 꾸준한 흐름을 보였다. 그만큼 정부와 언론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새누리당이 입법 발의한 10월 27일부터 언급량이 급격히 늘었다. 27일 4638건, 28일 6652건, 29일 6062건, 30일 5615건 등으로 평소 두 배 가까운 언급량을 기록했다. 정책 이슈라는 면에서 보면 결코 작지 않은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과 함께 언급된 언어들의 긍·부정 분포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긍·부정 연관어 분포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여론의 일단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긍·부정 연관어 1위에 오른 ‘강력하다’(4159건)를 긍정어로 분류했을 때 긍정어 분포 비율이 34.80%를 기록해 40.90%의 비율을 보인 부정어 분포 비율보다 다소 낮았다. 대체로 사실을 퍼 나른 중립어 분포는 23.60%였고, 기타는 0.6%로 나타났다.
1위 ‘강력하다’에 이은 긍·부정 연관어 2위는 3982건을 기록한 ‘도움’이 차지했고, 3552건의 ‘책임지다’가 3위에 올랐다. 2933건으로 4위에 오른 ‘안전’은 긍정어로 분류됐지만 실제 내용은 ‘공무원연금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이 많아 분석 솔루션이 제시한 데이터보다 부정어 분포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5위부터 부정어 분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5위는 2331건의 ‘개악’이 차지했고 이어 ‘반발’ ‘비난하다’ ‘반대하다’ ‘정상적’ ‘고통’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100건 이상을 기록한 긍정어로는 공감하다, 최선, 훌륭한, 합리적, 좋다 등이 있었고, 부정어로는 졸속, 불가능, 갈등, 망하다, 동의하지 못하다 등이 분포했다. 대체로 부정어 분포가 많은 가운데 긍·부정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