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부에 있을 때 장관이 미주알고주알 챙기면 싫더라고요. 좀 낭창거리는 맛이 있어야 좋은데…. 우리 직원들이 참견 많이 하는 사장을 더 보게 돼서 싫어할까봐 걱정이죠, 하하.”
2011년 10월 농림부 1차관을 끝으로 30여 년간의 농업 분야 공직생활을 마치고 aT 사장에 부임했을 때, 그 역시 ‘낙하산’ 소리를 듣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그는 눈에 띄는 실적으로 농정(農政) 전문가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엔저에도 2010년 59억 달러이던 농식품 수출액을 2013년 79억 달러로 끌어올렸고, 직매장 확충과 사이버거래소 육성 등을 통해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 또한 ‘K-Food’를 홍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각종 박람회를 열었고, 수급관리시스템을 정비해 주요 채소류의 가격변동률이 2010~2012년 19%에서 2013년 13%로 개선됐다. 때마침 한류 열풍이 불어 K-Foo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과거엔 농산물 수매·비축·방출이 주요 업무였지만 요즘은 수출이나 식품업체 지원, 유통구조 개선 등 새로운 업무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인원은 줄었죠. 제가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이었을 때 10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650여 명입니다. 업무 로드가 많이 걸리긴 하지만 새로 개척하는 일이 많아 성취감은 높습니다.”
사이버 거래 2조 원
김재수 사장은 21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유통정책과, 국제협력과 등 농림부의 여러 부처를 경험했다. 프랑스에 본부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대사관에서도 파견 근무를 했고 농업연수원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농촌진흥청장 등을 역임했다. 40년 가까이 농정 최전선을 지켜온 그에게 향후 10년간 우리 농수산식품 분야 핵심 키워드를 3개 꼽아달라고 청했다. 그는 △수출 농업 확대 △농수산물 사이버 거래 활성화 △농업의 6차 산업화를 꼽았다.
▼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유통비 절감을 위해 aT는 2009년 B2B 형태의 농산물사이버거래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자는 거죠. 2009년 52억 원이던 거래액이 지난해 1조6000억 원, 올해는 2조 원으로 크게 성장했어요. 정가 매매, 수의 매매를 하려면 안정적인 생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기상 변화도 심하고 수요를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확대해가야죠.”
aT가 유통비를 절감해 음식점, 소매유통 등을 하는 전국 56만 소상공인의 고충을 덜어주려 최근 도입한 것이 포스몰(POS-Mall)이다. 인터넷이 깔린 골목식당이 적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신용카드 결제용 POS 단말기에 농산물 직거래 몰을 만들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포스몰에서는 고추, 마늘, 양파, 무, 배추 다섯 가지를 바로 주문해 배송받을 수 있다.
“포스몰을 이용하면 유통 단계가 기존 5~6단계에서 2~3단계로 줄어들어 유통비용이 약 10% 절감됩니다. 온라인 거래라 탈세 여지가 원천 봉쇄되는 효과도 있어 원치 않는 쪽도 있지만, 2020년 거래규모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합니다.”
▼ 농업의 6차 산업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공동화는 우리 농촌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이런 위기를 해결할 중요 수단이 농업의 6차 산업화예요. 지역특산물과 마을 경관, 전통문화, 지역 축제, 음식, 관광 등 농촌이 가진 유·무형의 자원을 한데 결합하면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존 산업분류상의 1·2·3차 산업 외에 4차 산업이 통신·교육·의료 등의 지식정보산업, 5차 산업이 오락·패션·레저 등 문화산업을 가리킨다면 김 사장이 말하는 6차 산업은 이들을 모두 버무린 융복합산업을 의미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