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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스트라이커냐, 수비수냐 기업 존망 가르는 인재 선발·관리법

  •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jingoo@lgeri.com

스트라이커냐, 수비수냐 기업 존망 가르는 인재 선발·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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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스포츠 경기의 공격수와 수비수로 비유할 수 있다. 새롭고 창의적인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스타’라면, ‘가디언’은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잘 수행하는 사람이다.
  • 이들의 조화 여부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과 성과의 지속성이 좌우된다.
스트라이커냐, 수비수냐 기업 존망 가르는 인재 선발·관리법
공격과 수비로 나뉘어 플레이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공격수와 수비수는 임무와 승리 기여 방식이 서로 다르다. 기업 간 경쟁에서도 제품·서비스 출시와 같이 시장 선도를 위한 적극적인 혁신이 공격에 해당한다면, 효율적인 조직 운영과 성과 관리로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노력은 수비로 볼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처럼 공격과 수비에 맞는 인재를 잘 활용해야 기업도 비즈니스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스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배런 교수는 구성원들의 성과 분포 패턴에 따라 업무의 유형을 정의한 바 있다. 배런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업무 수행 결과가 좋지 않아도 조직에 큰 영향이 없는 반면 성과가 좋을 때 회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스타 업무(Star Job)’라 한다. 반대로, 성과가 좋을 때는 그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성과가 나쁠 때 조직에 커다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면 ‘가디언 업무(Guardian Job)’에 해당한다.

스타는 조직의 공격수다. 확률은 높지 않아도 스타의 성공은 사업의 향방을 바꾸고 조직 전체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출시했거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고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면 스타의 성공 덕분이다. 스타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 성과가 나쁘다고 해서 당장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거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간은 좋은 성과 한 번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

스타는 축구로 치면 최전방의 스트라이커와 같다. 결정적인 순간 골네트를 가르는 시원한 슈팅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에서 스타의 존재감은 빛난다. 비록 몇 번이고 찬스를 놓치는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팀 승리가 날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도 스타의 성과와 유사한 특성을 보여준다.



잘나가는 기업을 보면 어김없이 그 안에 스타가 있다. 스마트폰 혁명을 몰고 온 애플에는 아름답고 우아한 제품을 설계한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비롯한 천재 엔지니어들이 있었고, 인터넷 서점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아마존닷컴에는 전자책 ‘킨들’을 개발한 제이슨 머코스키가 있었다. 이들 모두 소위 ‘만루홈런’을 때려내기까지 무수한 삼진을 당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스타 업무와 달리 가디언 업무는 ‘잘해야 본전’인 경우가 많다. 해야 할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도 성과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아무리 잘해도 평균 수준 성과와 크게 차별화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상호의존적이고 복잡한 관계로 이루어진 가운데 많이 발생하는 가디언 업무의 특성상 한 번의 실패가 조직에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회사를 방문한 VIP 의전 실수 하나가 행사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회계 처리나 품질 검수와 같이 제도와 시스템, 규정을 다루는 업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패하지 않는 게 성과

가디언에게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성과다. 이런 점은 축구의 수비수가 지닌 특성과 매우 비슷하다.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와 달리 수비수에겐 실점을 막는 임무가 있다. 이기는 경기는 끝까지 리드를 지키고, 지는 경기라면 추가 실점을 막아야 역전의 발판이 마련된다. 다양한 협력 수비로 적의 예봉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열 번을 잘해도 단 한 번의 실수가 더 크게 드러난다는 점은 가디언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구글의 혁신적인 사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드러나지 않은 가디언의 노력이 있었다. 회사의 시스템 인프라를 유례없는 속도로 혁신하고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한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빌 코프란이 구글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가디언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의 하야그리바 라오 교수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기업가적 기질을 지니고 위기관리(risk taking)에 능해야 하는 스타의 기능과, 치밀하면서도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한 가디언의 기능을 동시에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잘라 말했다.

스타와 가디언 두 기능을 모두 잘할 수 있는 인재는 현실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억지로 둘을 다 잘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무리다. 라오 교수에 따르면, 두 가지를 다 강요하면 대개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에 집중하거나, 둘 다 평균 수준에 머무는 결과로 귀결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더 중요한 것보다는 자신에게 더 쉽고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한 쪽을 고르게 된다고 한다.

미국의 한 미식축구팀에서 정확한 패스 전달이 핵심 임무인 쿼터백과, 가로채기 당하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연봉 계약을 맺었다. 팀은 다음 시즌 그가 가로채기 당하는 횟수도 줄이고 패스 성공률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가로채기 당한 횟수는 매우 적었지만 정작 더 중요한 패스 성공률 또한 매우 저조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확한 패스 전달과 가로채기를 당하지 않는 것 중 더 쉽고 컨트롤이 가능한 것은 후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되도록 공을 던지지 않는 쪽을 택했고, 던진다 해도 아주 안전해 보이는 경우에만 던졌다. 또 짧은 패스만 함으로써 가로채기 당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었다.

스타는 새롭고 창의적인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다. 이에 비해 가디언은 주어진 일을 정해진 방식대로 빈틈없이 잘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는 상황을 변화시켜서 갈채를 받지만, 가디언은 실수 없이 상황을 유지함으로써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는 스타에 비해 가디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직의 기본을 다지는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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