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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리더십 연구

‘클린 이미지’ 덫에 걸린 ‘공주’ 지도자 아닌 ‘대중적 애국자’ 추구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박근혜 리더십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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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정희와 다른 면모 보이는 데 주력
  • ● 일과 휴식 구분 애매해 업무 공백 생길 수도
  • ● ‘조직의 쓴맛’ 경험하지 못한 약점
  • ● 인재보다 ‘결점 없는 사람’ 찾아
박근혜 리더십 연구

5월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중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는 박근혜 대통령.

“한국 사람들은, 공주님은 늘 아름답고 우아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공주님 같아요. 박 대통령은 항상 공주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도 많은 국민이 싫어하면 절대 하지 않는 공주님으로 있어야 한다고….”

한국 특파원을 오래 해 한국어가 유창한 한 외국 언론인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른 사람 눈에 자신의 이미지가 클린(clean)하고 스토익(stoic· 금욕적)하게 비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마친 뒤에도 그 이미지가 유지되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두 가지 이미지를 지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잖아요. 그의 임기가 3년 정도 남아 있지만 경제가 크게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듯이 복지도 후퇴해, 박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평가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로 인해 평가가 나빠지는 것보다 클린하고 금욕적인 그의 이미지가 깨지는 것을 더 염려하는 듯해요. 그렇게 되면 그는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리더십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아버지 약점 메우기’



그에게 “박 대통령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아버지의 업적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많은 한국인이 그러한 기대를 갖고 그 분을 대통령으로 뽑았죠.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아버지 문제는, 그를 뽑아준 한국 국민이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한 것과 같은 일을 하기보다는, 아버지가 못한 것을 메워주고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은 모두가 인정하니까 경제 문제에는 덜 몰두하고, 아버지가 하지 못한 다른 일에 진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암살된 중국 하얼빈역 부근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지어달라고 중국에 요청한 것이 그런 예죠. 하얼빈에는 조선민족예술관 안에 ‘안중근 의사 기념실’이 있는데도요. 장제스 군(軍) 소속으로 출범한 한국광복군을 기리는 ‘광복군 기념비’를 시안(西安)에 지어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한국은 중국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중국은 안 의사 기념관과 광복군 기념비를 올 1월과 5월 각각 준공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한 소신이 있었기에 실용 외교를 했습니다. 일본과 국교를 맺고 청구권 자금을 받아 한국을 발전시켰죠. 일본 육사에서 1년간 유학한 만주국 군인 출신이 그렇게 하자 친일파 소리를 들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가 갖지 못한 부분, 즉 친일파란 소리를 듣지 않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많은 국민이 일본을 싫어하면 나도 일본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일본이나 아베 총리가 미워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약점을 보완하려다보니 그런 것 같다는 얘깁니다.

박 전 대통령은 고집스럽게 산업화에 매진했습니다. 대중의 인기는 안중에 두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민주화를 바라는 세력으로부터 애국자가 아니라 독재자라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그가 애국자였다는 평가는, 88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이 선진국이 된 다음에야 나왔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독재자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대중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대중적인 애국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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